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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 나이는 몇 살인데 실제는~" 그게 뭐가 중요한가

기자
박헌정 사진 박헌정
[더,오래] 박헌정의 원초적 놀기 본능(33)
반려동물 등록제를 시행한 지 꽤 되었는데 얼마 전에야 동물병원에 가서 우리 강아지 ‘단추’를 등록했다. 그런데 등록증을 보니 여섯살 짜리가 일곱 살로 되어 있다. 아내가 헷갈렸다고 한다. 하기야 나도 좀 오래된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몇 년의 기억도 뒤죽박죽이니 충분히 이해한다. 아내는 옛날 어른들이 호적에 자식들 이름이나 출생일 잘못 올리던 게 이해된단다.
 
생각해 보니 주변에 출생기록이 잘못되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날짜 정도는 말할 것도 없고, 나이 한두 살 틀린 것, 엉뚱한 이름 등 단순오류를 넘어, 형제자매의 위아래가 바뀐 채 평생 살거나 9월 31일생이 있다는 등 믿기 힘든 경우도 있다. 대개 옛날 면사무소 직원들의 실수로 밀어붙이는데, 아무리 그래도 공무원들이 그렇게 빈도 높게 실수했을까.
 
아내가 강아지의 출생연도를 잘못 등록했는데 다행히 당사자로부터는 어떤 불평도 듣지 않았다. 덕분에 나이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사진 박헌정]

아내가 강아지의 출생연도를 잘못 등록했는데 다행히 당사자로부터는 어떤 불평도 듣지 않았다. 덕분에 나이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사진 박헌정]

 
부모님 세대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살을 붙여보면 이렇다. 그 당시 바깥 업무처리는 장성한 자식에게 농사일을 물려주고 한발 뒤로 물러난 가장(할아버지)의 몫이었다. 출생신고를 하러 가다가 여기저기서 축하 인사 받고 술 한잔 사라고 하면 그대로 술집으로 직행해서 실컷 마셨다. 그러다 겨우 면사무소 들러 취중에 이 말 저 말 섞으니 제대로 기록될 리 없다. 그러고는 취학통지서 나올 때까지 그대로 굳어졌을 것이다. 요즘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것과 관련해서 기억나는 일이 있다. 오래전에 회사에서 누가 "제가 실제는 64년생인데 호적에는 65년생으로…." 하는데 연세 지긋한 부장님이 "이 사람아, 괜히 부모님 무식한 사람 만들지 말고 그냥 65년생으로 살아" 하셨다. 그때는 다들 웃고 넘어갔지만 이제 좀 이해된다. 나이가 뭐 그리 중요한가? 고칠 거면 관청에 가서 확실하게 고치든가 아니면 그냥 인정하고 살라는, 괜한 과거에 발목 잡히지 말고 인생 쿨하게 살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그게 오히려 선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는 나이가 실제와 다른 사람들의 변신이 묘할 때가 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자기 실제 나이는 더 많다면서 입사 동기들 사이에서 형 노릇 하다가 이십 년쯤 지나 인력감축, 명예퇴직 같은 말이 실감 날 때면 수굿해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우리의 ‘세는 나이’와 ‘만 나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곧 시작될 것 같다. ‘세는 나이’로 살다 보니 가끔 공식적으로 ‘만 나이’를 적어야 할 때마다 헷갈리기도 한다. [사진 네이버 화면 캡처]

우리의 ‘세는 나이’와 ‘만 나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곧 시작될 것 같다. ‘세는 나이’로 살다 보니 가끔 공식적으로 ‘만 나이’를 적어야 할 때마다 헷갈리기도 한다. [사진 네이버 화면 캡처]

 
하긴, 그 정도를 넘어 부모님께 큰절 올려야 하는 사례도 보았다. 몇 년 전에 55세에서 60세로 기업체 정년이 연장되었을 때, 출생신고가 제대로 된 어떤 선배는 단 며칠 차이로 만 55세에 정년퇴직을 했다.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부모님이 출생신고를 1년 늦게 한 어떤 선배는 정년 60세 혜택을 고스란히 받았다.
 
덕분에 정년을 5년 남긴 55세에 명예퇴직하면서 상당한 명퇴금을 챙겼다. 이런 일은 변곡점 근처의 사람들이 억울한 느낌 갖는 일이 없도록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 같은데 어찌 그리 무 자르듯이 단번에 시행되었는지 모르겠다.
 
이건 좀 다른 주제인데, 최근에 우리의 ‘세는 나이’를 ‘만 나이’로 바꾸자는 의견이 많다. 약간 논쟁 단계까지 가는 것 같다. 오래전에 뉴욕에서 작은 와인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한 미국인이 한국의 나이 체계는 좀 이상하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 배 속에 들어있는 기간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더니 그 생명존중의 정신이 너무나 훌륭하다며 감동했다. 이후 오래도록 우리의 나이 체계에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어 별다른 생각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세는 나이’의 단점을 언급하며 ‘만 나이’의 정확성과 합리성을 역설하는 주장들을 듣자니 이 또한 매우 타당하다. 또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은 무조건 같은 것으로 치는 ‘연 나이’도 있다는데 그것 역시 행정적 편의성이 이해된다. 한 마디로 나는 나이에 대해 아무런 견해도 줏대도 없으며 논쟁에 끼어들 마음은 더더욱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가 교류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출발부터 상하관계로 매여 시작하는 게 옳은 것인가 하는 의심이 많이 든다. 아무리 뜻과 행동이 맞아도 나이 때문에 친구 관계로 발전하기 힘들다. [사진 박헌정]

 
대부분 나와 비슷할 것 같고 아직 어느 한쪽의 의견이 확실히 힘을 얻는 것 같지도 않다. 앞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려 어떻게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지 궁금하다. 상식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그 틀에서 자연스럽게 합의되면 좋겠다.
 
아직 우리 일상에서 나이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면 나이와 직업을 밝히라는 무언의 압력이 느껴진다. 상하질서 속에 일방적으로 편입되는 순간이다. 내 나이가 외부로 알려지는 게 납득되는 건 병원에서 몸에 맞는 처방을 받을 때뿐인데, 위아래를 반드시 가리고 싶어하는 문화 속에서는 나이를 밝힐 수밖에 없다. 법적으로도 보장되는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터라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한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카피가 유행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에 숫자 이상의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뭔가를 기대하는 듯하다. 존경, 배려, 예의 같은,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 간에 오가야 할 것들 말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여기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 입장에서 볼 때는 나이 많다고 반말해도 되는 게 아니고, 나이 많다고 밥값 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논리나 이치를 따져보면 그들이 백번 옳은 것 같다. 나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앞으로 더 유연하고 자유롭게 변해야 할 것 같다.  
 
박헌정 수필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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