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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관전평] "평가전은 평가전다워야, 이란전엔 변화 볼 수 있길"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평가전은 평가전다워야 한다. 감독이 생각하는 주전급 선수들을 기용해 조직력과 전술을 다지는 것은 물론 다양한 전술도 실험하고 새로운 선수들의 능력을 시험해야 한다. 월드컵 예선이나 국제 대회처럼 승리가 최우선 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평가전은 말 그대로 옥석을 가리고 최고의 조합을 평가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벤투호는 호주를 상대로 결과(1-0승)만 챙겼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지난 3월 A매치와 큰 변화 없는 베스트11을 기용했고, 교체 투입까지 포함해 선수 13~14명으로만 경기를 풀어 갔다. 교체 멤버 역시 앞선 경기와 비슷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발탁한 선수는 총 25명이다.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7일 열린 A매치 평가전 호주전이 열린 부산 아시아드 주 경기장에서 경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7일 열린 A매치 평가전 호주전이 열린 부산 아시아드 주 경기장에서 경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

 
대표팀은 소집 기간이 짧고 불규칙적이다. 평가전은 감독이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다. 선수에게 충분한 기회를 줘서 선수가 '내가 잘하면 경기에 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쉽게 말해 직접 뽑은 선수에게 믿음을 줘 감독-선수 간 신뢰를 다지는 작업이다. 특히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속한 팀과 안방에서 치르는 평가전은 소통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5만여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고 뛰면 시쳇말로 '지기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 만큼 유리하다. 보다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서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게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벤투 감독은 부산에서 얻은 첫 번째 기회를 포기한 셈이다.
 
반면 원정팀 호주는 평가전을 알차게 이용했다. 호주는 경험이 없는 새 선수를 여럿 데려왔고, 한국을 상대로 6명이나 교체 투입해 A매치 경험을 줬다. 이번 호주 엔트리를 보면 만원 관중 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해 본 선수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호주 선수들에게 이번 평가전은 더없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날 선발과 교체로 뛴 선수들이 다음번 A매치에선 한 단계 성장한 상태로 나설 수 있다.
 
3월 A매치 당시 골키퍼 조현우가 김승규의 백업 요원에 그칠 것이라는 내 전망이 화제가 됐다. 이 말의 의도는 김승규와 조현우는 모두 정상급 실력을 갖췄기 때문에 누가 뛰어도 괜찮다. 경쟁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대표팀 전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일부 팬과 전문가들로부터 내가 틀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감독은 확고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 어느 정도의 고집도 팀을 운영하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이토록 변화가 없는 건 문제다. 대표팀 선수들이 호주전 직후 이틀간 휴가를 받았다고 들었다. 이 기간 뛰지 못한 선수들은 어떤 생각을 하겠나. '어차피 경기 안 뛰는데, 준비하고 있으면 뭐해'라는 마음일 것이다. 나는 이 기분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 시절 초기 대표팀에 발탁되지 않았고, 뽑혀도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다. 2002 한일월드컵이 임박해서야 그라운드에 나서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훗날 자서전을 통해 이 기간을 '심리전'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뛰지 못하던 당시 내 마음은 '하기 싫다'라는 생각뿐이었다.
 
태극마크는 쉽게 오는 게 아니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선수는 운동장에서 100을 쏟고 평가받을 자격이 있다. 요즘은 축구팬들도 다 안다. 경기를 보는 눈높이가 높아졌다. 전문가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팬들 앞에서 실력을 증명하고 검증받아야 한다. 만약 미달이라면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소속팀에서 다시 열심히 해서 올라오면 될 일이다. 경쟁 체제로 가야 2022 카타르월드컵도 기대할 수 있다. 아시아권 평가전에서도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국제 대회 본선이나 더 강팀을 상대로 어떻게 믿고 기용하겠나. 감독이라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관리해야 한다.
 
U-20 대표팀에서 펄펄 날고 있는 이강인을 뽑아 봐야, 벤치에 앉히는 건 좋은 자원을 버리는 일 아닌가. 나머지 대표팀 선수들은 파트너가 아니다. 태극마크가 새겨진 유니폼과 용품을 착용하고 운동한다고 해서 다 대표팀이 아니라는 얘기다.

주전급 선수들이 다치면 어쩔텐가. 부상자가 나오면 출전 경험이 없는 선수를 써야 하는데 그때야말로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감독은 벤투다. 감독의 생각이 그렇다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잘나갈 때는 문제가 없지만, 팀이 한 번 흔들리면 바로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불통보다는 소통을 기대한다.
 
이천수 일간스포츠 해설위원·인천 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 
정리=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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