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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백조’가 되고 싶었던 안데르센 만나러 200년 전 코펜하겐으로

안데르센은 종이를 접은 후 가위로 오려 여러 가지 무늬를 만드는 종이 놀이를 즐겼다. 무대에 소품으로 쓴 건 아니다. 전시물은 그저 이해를 돕기 위한 조형물이다.

안데르센은 종이를 접은 후 가위로 오려 여러 가지 무늬를 만드는 종이 놀이를 즐겼다. 무대에 소품으로 쓴 건 아니다. 전시물은 그저 이해를 돕기 위한 조형물이다.

"난 잘못 태어났어. 난 반드시 백조가 될 거야." 어디서 들어본 말이라고요. 맞아요. 동화 작가로 유명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의 '미운 오리 새끼'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자신을 빗대 만든 글이라는 것, 소중 친구들은 알고 있었나요. 안데르센은 북유럽 덴마크 핀 섬에 있는 도시 오덴세에서 태어났어요. 세탁부 어머니, 구두 수선공 아버지 밑에서 자라 열네 살이 된 1819년, 예술가가 되어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품고 수도 코펜하겐으로 상경했고요. 안데르센은 1875년 8월 4일 사망하기까지 극본 50여 편, 동화 168편, 소설 7편, 시 800여 편, 여행기 6편 등을 썼습니다. 그의 작품은 이후 152개국 언어로 번역돼 사랑받았죠.
 
덴마크 메리 왕세자비(가운데)가 '안데르센과 코펜하겐 1819' 개막식에 참석했다.

덴마크 메리 왕세자비(가운데)가 '안데르센과 코펜하겐 1819' 개막식에 참석했다.

갑자기 웬 안데르센 얘기냐고요. 지난 5월 20일자 소년중앙 커버스토리에서 한국-덴마크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덴마크 교육 문화를 봤다면 오늘은 덴마크 출신 유명 동화 작가 안데르센의 삶을 엿볼 거기 때문이에요. 지난 4월 26일부터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안데르센과 코펜하겐 1819'를 통해서죠. 올해는 안데르센이 코펜하겐으로 들어간 지 2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거든요. 이를 기념하며 서울역사박물관이 오덴세시립박물관과 함께 개최한 전시 현장을 볼까요.
 
(왼쪽부터) 이수경·홍예린·박하형 학생기자가 '안데르센 코펜하겐 전시 1819' 개막식에 참석한 메리 왕세자비를 맞이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경·홍예린·박하형 학생기자가 '안데르센 코펜하겐 전시 1819' 개막식에 참석한 메리 왕세자비를 맞이하고 있다.

소중이 찾은 날은 덴마크 마리 왕세자비가 한덴 외교 수립 60주년을 맞아 방한, '안데르센과 코펜하겐 1819' 전시 개막식에 참석한 날이었어요. 그는 소중 학생기자단과 서울 덕수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만났죠. 학생기자단은 덕수초 학생들과 섞여 앉아 덴마크 왕세자비를 기다렸습니다. "그냥 앉아 있으면 되나요?" 왕세자비를 둘러싼 경호원들에 한껏 겁먹은 예린 학생기자는 잔뜩 긴장했죠. "응. 그냥 앉아서 기다리자." 하형 학생기자가 예린 학생기자를 잘 진정시켰고요. 왕세자비가 개막 커팅식을 마치고 어린이들이 모인 구역으로 왔어요. 왕세자비는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에도 관심을 가지고 어떤 작품인지 하나하나 물었습니다. "저한테 말을 걸었어요!" 수경 학생기자가 상기된 얼굴로 말했어요.
 
전시장에 들어서면 코펜하겐의 항구·골목길 등을 재현한 벽면을 만날 수 있다. 덴마크 오덴세에 살던 안데르센은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품고 수도 코펜하겐에 상경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코펜하겐의 항구·골목길 등을 재현한 벽면을 만날 수 있다. 덴마크 오덴세에 살던 안데르센은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품고 수도 코펜하겐에 상경했다.

덴마크 왕세자비와 짧은 만남을 가졌으니 본격적으로 안데르센 이야기를 들으러 가야겠죠. 이재경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사가 전시장 입구에서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았어요. 입구는 성문을 형상화했는데요. 왜 이렇게 만든 걸까요. 이 학예사가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나라 수도 서울에는 네 개의 큰 대문이 있죠. 덴마크에는 성문이 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서대문이 이 문인 셈이죠. 안데르센이 수도 코펜하겐에 올 때 통과한 문이죠.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인 1819년 9월 6일, '나는 유명해질 거야' 꿈을 안고 이 문을 통과해 대도시로 들어온 거예요." 안데르센이 '이런 꿈을 가지고 상경했구나' 느끼면서 우리도 문을 통과해볼까요.
 
극장에 서겠다는 목표만 보고 코펜하겐에 도착한 안데르센의 눈에 비친 도시는 생각보다 혼란스러웠다. 시간이 흐르며 도시에 적응한 안데르센은 코펜하겐의 강·공원 등을 모티브 삼아 작품을 써냈다.

극장에 서겠다는 목표만 보고 코펜하겐에 도착한 안데르센의 눈에 비친 도시는 생각보다 혼란스러웠다. 시간이 흐르며 도시에 적응한 안데르센은 코펜하겐의 강·공원 등을 모티브 삼아 작품을 써냈다.

그때 저 멀리 마리 왕세자비 곁에 있던 키 큰 덴마크 관계자가 다가왔어요. 누굴까요. 닐스 오덴세시립박물관 학예사입니다. "여긴 우리 꼬마 학생기자들이에요. 인사해주세요." "그래요. 안녕! 따라오실래요? 중요한 부분 몇 개를 소개할게요." 닐스 학예사를 따라 들어가니 안데르센 작품 '인어공주', '미운 오리 새끼', '장난감 병정' 등 삽화와 짧은 글귀를 볼 수 있는 전시장이 나타났어요. 그 옆에는 커다란 성처럼 생긴 코펜하겐 왕립극장 모형판이 있었죠. 안데르센에게 의미 있는 장소라는데요. 닐스 학예사의 설명으로 확인할까요. "여긴 코펜하겐 왕립극장이에요. 안데르센은 배우·가수·안무가 등 어떤 경로로든 무대에 선 후 유명해지고 싶어서 코펜하겐에 왔죠. 슬프게도 그는 연기도 못하고 춤도 못 췄어요. 노래는 좀 했지만 시간이 흘러 변성기까지 왔죠. 스스로를 비극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극장에 가려면 방법이 하나 남았죠. 이때 극본·시 등 글을 쓰기 시작한 거예요. 극장에서 만난 부유한 사람들을 통해 학교에도 갔고요."
 
이수경(오른쪽) 학생기자가 닐스 오덴세시립박물관 학예사의 설명을 따라 안데르센 방 VR 체험을 하고 있다.

이수경(오른쪽) 학생기자가 닐스 오덴세시립박물관 학예사의 설명을 따라 안데르센 방 VR 체험을 하고 있다.

닐스 학예사에 따르면, 안데르센은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선생님 때문에 우울해 했어요. "젊었을 때만 싫어한 게 아니에요. 나이가 든 후에도 악몽에 나올 정도로 그 선생님 때문에 힘들어했죠. 학교를 졸업한 후에야 안데르센은 싫어하는 선생님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는데요. 그때부터 시·극본을 더 활발하게 썼습니다. 연극도 자주 보러 다녔고요. 안데르센에게 코펜하겐은 중요했어요. 영감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안데르센에게 극장·공원 등 코펜하겐 자체가 영감의 도시였던 셈인 거죠. 그 모든 건 무대 위에 서고 싶었던 마음에서 나온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슬프게도 안데르센이 배우로 무대에 선 건 단 한 번뿐이었습니다. "무대를 그리 좋아했지만 한 번밖에 못 섰는데요. 배경의 괴물 역할이었죠. 대사 한마디 없었고요. 안데르센은 평균 키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컸고 코도 컸어요. 자세는 바르지 않았고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못생겼다고 했죠."
 
안데르센의 작품 '양치기 소녀와 굴뚝 청소부' 를 모티브 삼아 덴마크 도자기 회사 '빙앤그뢴달'서 제작한 도자기 인형.

안데르센의 작품 '양치기 소녀와 굴뚝 청소부' 를 모티브 삼아 덴마크 도자기 회사 '빙앤그뢴달'서 제작한 도자기 인형.

이어 사진 속 안데르센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해 봤습니다. 닐스 학예사가 입을 열었어요. "특이한 게 뭔지 맞춰 보세요." 학생기자단은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옷?"(수경) "모르겠어요."(하형) 정답은 뭘까요. 닐스 학예사가 답했어요. "수염이 많은데 턱에만 없죠. 안데르센은 부자였지만 구두쇠였어요. 돈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았죠. 셔츠 옷깃이 수염에 닳아 없어질까봐 옷깃이 닿을 만한 부위의 수염을 다 없앤 거예요." 예상하지 못했던 답에 학생기자단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재경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사의 설명을 듣는 학생기자단.

이재경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사의 설명을 듣는 학생기자단.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더 있죠." 닐스 학예사가 말을 이었어요. "안데르센이 연극 보는 걸 너무 좋아해서 친구들은 그가 극장에 못 가게 괴롭히려고 일부러 함께 식사할 때 느리게 먹었습니다. 안데르센은 애가 타서 어쩔 줄 몰라했고요." 안데르센의 연극 사랑은 주위 사람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는 게 닐스 학예사의 설명입니다. 또, 안데르센은 손재주도 좋았죠. 종이를 오려서 작품을 만들기도 했거든요. 전시장 한쪽에는 그의 종이 작품을 볼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안데르센은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접은 종이를 오리곤 했어요. 작품처럼 자랑했고요." 닐스 학예사가 설명했어요.
 
(왼쪽부터) 이재경 학예사, 홍예린·이수경 학생기자, 닐스 학예사, 박하형 학생기자가 전시장 입구에서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었다.

(왼쪽부터) 이재경 학예사, 홍예린·이수경 학생기자, 닐스 학예사, 박하형 학생기자가 전시장 입구에서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었다.

안데르센의 터전을 볼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VR로 안데르센의 방을 재현해둔 건데요. 안데르센이 살았던 곳을 면밀히 촬영해 그대로 만든 거죠. "우와!"(하형) "신기해요."(예린) VR 안경을 쓰고 안데르센의 방을 둘러보던 학생기자단이 감탄했어요. 하나 궁금한 게 생겼어요.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울리던 새소리인데요. 닐스 학예사에게 물으니 진중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안데르센의 작품 '미운 오리 새끼' 아시죠. 배경음은 오리가 우는 소리, 날갯짓하는 소리 등입니다. 안데르센은 늘 자기 자신을 '미운 오리 새끼' 속 오리에 비유했어요. '나는 잘못된 장소에 태어났어. 나는 백조로 태어났어야 해' 하는 마음인 거죠."
 
'안데르센과 코펜하겐 1819' 
장소: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55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전시 기간: 7월 14일까지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8시 (토·일·공휴일은 오후 7시까지 관람 가능)
입장료: 무료
문의: 02-724-0274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송상섭(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박하형(15·경기도 가온기독대안학교)·이수경(경기도 어정중 1)·홍예린(경기도 정평중 2)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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