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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다이공 싹쓸이 독 됐다…中서 안 보이는 한국화장품

중국 상하이의 LG 생활건강의 '후' 매장. [사진 LG생활건강]

중국 상하이의 LG 생활건강의 '후' 매장. [사진 LG생활건강]

 
중국서 한국 화장품이 보이지 않는다. 유로모니터가 9일 발표한 지난해 중국 화장품(생활용품 포함) 시장 규모와 브랜드별 점유율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한국의 주요 화장품 브랜드는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라네즈가 각각 17위(1.1%)와 37위(0.6%)에 올랐으며, LG생활건강 후는 0.5%로 46위로 조사됐다. 후의 시장점유율을 중국 전체 화장품 시장에 대입하면 매출은 약 3억1000만 달러(약 3600억원) 수준이다. 후는 지난해 단일 브랜드로는 한국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역사를 새로 썼다. 다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이 80%를 차지하는 시내 면세점에서만 1조원 이상 팔렸으며,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문과 달리 중국 화장품 시장의 벽은 만리장성만큼이나 높았다. 스테파니 야오 유로모니터 중국 수석연구원은 "K뷰티는 지금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장인정신에 기반을 둔 일본 화장품은 고품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유럽 브랜드는 이미 프리미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차이나 뷰티(C-뷰티)는 중국 전통 한방을 이용한 제품력과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 글로벌 브랜드 대비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 약진 중"이라며 "몇몇 C-뷰티 브랜드는 젊은 층을 잡기 위해 K-뷰티를 모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양국 간 정치적인 긴장감도 K-뷰티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 화장품(생활용품 포함) 시장은 620억 달러(약 73조원)로 미국(895억 달러)에 이은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로레알 파리(3.6%)가 브랜드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으며, 이후 바이췌링(Pechoin)·헤드&숄더·랑콤·쯔란탕(Chando)이 뒤를 이었다. 중국에서 2등 화장품으로 떠오른 바이체링은 2013년 0.9%에서 지난해 2.4%로 점유율을 2.5배가량 늘렸다. 유로모니터를 비롯한 복수의 시장조사기관은 기초 화장품 분야에선 바이췌링이 1위에 오른 것으로 조사했다.
 
또 2014년 선보인 쯔란탕은 4년 새 중국 5위권에 입성했다. 또 칸스(KanS)·운남바이야오 등도 20위권에 들며 약진했다. 상위 25개 브랜드에 중국 브랜드가 8개나 자리 잡았다. 유로모니터 관계자는 "중국 뷰티 시장은 지난 5년 동안 10~12% 성장하고 있다"며 "최근 중국인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을 높아 며 샴푸 등 생활용품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후·설화수 등 한국의 고가 화장품은 중국에서 영토를 넓히지 못하고 있다. 후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최근 2년 동안 0.1%P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은 물론 중국 로컬 브랜드가 약진하면서 성장이 정체된 셈이다. 여기에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한·중 간 관계 악화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인에게 한국 화장품은 '면세점 기획 상품'이라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설화수·후가 한국의 시내 면세점에서 불티나게 팔린 지가 수년 됐다. 대부분 다이공이 중국으로 가져가 유통한다"며 "중국 사람들 입장에선 굳이 중국 백화점에서 제값 주고 살 필요가 없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면세점 쇼핑이 곧 쇼핑 관광이 되면서 한국 제품은 면세점에서 싸게 사는 물건으로 인식됐다. 제품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국가 브랜드 이미지까지 훼손할 수 있는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후는 중국에서 로드숍 없이 200여 개 백화점에서만 팔리는 고가 브랜드"라며 "중·저가 브랜드인 로레알 파리나 바이췌링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펑리위안 여사가 후 제품을 쓰는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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