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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유람선 사고, 한국·헝가리 우정 다지는 계기 돼야

노재헌 변호사·한중문화센터 원장

노재헌 변호사·한중문화센터 원장

지난달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 33명을 태운 유람선이 침몰했다. 사고로 한국인 관광객 중 7명만이 구조되고, 나머지 사람은 사망 또는 실종 상태다. 사고 현장과 가까운 다뉴브강 메르기트 다리에선 수백 명의 헝가리 시민과 한국 교민이 모여 ‘아리랑’을 부르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강변 인근에선 추모의 꽃을 놓는 현지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연상하는 헝가리는 동유럽의 동양적 이미지를 풍기는 아름다운 나라 정도 이리라. 기억을 더듬는다면 안익태 선생의 ‘환상교향곡’이 연주되고, 애국가가 작곡된 곳이며, 김춘수 시인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이 떠오른다.
 
하지만 한국과 헝가리는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헝가리와는 1892년 조선 시대에 우호·통상 항해 조약을 맺은 바 있다. 이후 소련의 공산화 과정을 겪었던 헝가리는 동유럽 국가 중 최초로 1988년 10월 25일 주헝가리 대한민국 상주대표부를, 1988년 12월 7일 주한 헝가리 인민공화국 상주대표부를 설치했다. 89년 2월 1일 대사급 외교 관계를 수립하여 양국 대사관이 상주한다.
 
또 노태우 대통령이 89년 11월 헝가리를 방문한 데 이어 김대중 대통령도 2001년 12월 방문했다. 헝가리에서도 90년 11월 아르파드 괸츠 대통령이 한국을 찾았고 93년 11월 재방문했다. 헝가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인식해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우리 입장을 지지한다. 또 정치·경제·통상·문화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 관계를 이어온 동유럽의 대표적 우호 국가다. 더욱 활발한 문화 교류를 위해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초머 모세 주한 헝가리 대사가 서울에 헝가리문화원 건립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 기업의 헝가리 진출과 신규 투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중공업·한국타이어·한국산업은행 등 40여 개 한국 기업이 헝가리에 현지법인을 설치해 한·헝가리 경제 우호 협력을 다지고 있다. 한국과 헝가리는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활발한 교류가 진행되고 있다. 부다페스트경제전문대와 외트뵈시로란드대·엘테(ELTE)대·실크로드어학원 등에 한국학과와 한국어 강좌가 개설·운영되고 있다.
 
수교 30주년을 맞아 더욱 활발한 양국 교류를 눈앞에 두고 유람선 침몰 사고로 생을 마감한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느끼는 애도와 안타까움은 국민 모두의 심정일 것이다. 헝가리 다뉴브강을 연상하는 우리 국민 대다수는 다뉴브강에서 만끽했던 낭만적 야경을 추억보다는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끔찍한 사고로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이후 한국과 헝가리 민·관이 합심해 최선을 다해 사고를 수습함으로써 이런 아픈 기억은 바꿀 수 있다. 이번 사고를 접한 우리 정부의 즉각적 대처와 헝가리 정부가 보여준 전폭적 대책 마련과 사후 조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한다.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다. 가해 선박에 대한 법적 조치와 유가족에 대한 충분한 보상, 미흡했던 안전 대책 강구와 안전 불감증에 대한 대대적 의식 개선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양국이 자국민을 보호하고, 이익에 앞서 인류애를 앞세운 최선의 선택과 집중이 이뤄질 때 양국 관계는 더욱 소중하고 돈독한 관계로 다져질 수 있다.
 
헝가리 다뉴브강에 흩날린 한국인의 소중한 생명과 희생자를 추모하는 헝가리인의 꽃다발이 이어진다는 소식을 접하며, 인류애로 싹튼 생명의 소중함은 한국과 헝가리를 잇는 가교가 될 것이다. 불운의 사고를 접한 한국과 헝가리 국민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며 다뉴브강에 핀 꽃이 영원히 시들지 않기를 소망한다.
 
노재헌 변호사·한중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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