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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승부…서울시 방대한 공공데이터가 강점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지난 3월 취임한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은 독서가 취미다. 최근 가장 인상 깊은 책은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가 쓴 『스케일』(scale)이었다. 물리학자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시와 기업의 인간 생태계를 분석하는 시도가 참신하다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우리 대학에서 빅데이터에 대해 통합적으로 접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속칭 ‘필이 꽂혀서’ 저자에게 e메일로 연락하고 올여름에 직접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립대는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새로운 비전을 빅데이터에서부터 찾겠다는 서 총장을 지난 4일 만났다.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은 ’ 대학의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도시과학을 특성화한 대학으로 국내외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은 ’ 대학의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도시과학을 특성화한 대학으로 국내외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8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정신없이 달려왔다. 올해가 개교 101주년인데, 앞으로 100년을 위한 기반을 다져야겠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도시융합 연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취임하면서 발표한 빅데이터 연구소 설립 계획도 그 일환이다.”
 
왜 빅데이터에 주목하는가.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갈수록 여러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시민들의 다양한 선호나 행태가 데이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고 문제를 진단하려면 결국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아는 게 필수적이다. 국가 미래를 위해 대학이 빅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학생도 교육해야 한다.”
 
빅데이터에 관한 서울시립대의 강점은.
“우리 대학은 서울시가 뒷받침하는 공립대다. 서울시의 방대한 공공데이터에 어떤 대학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보건의료, 환경, 교통 등 시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분석 결과를 내놓고 정책 수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 대학 내에 빅데이터와 관련된 전문가가 40~50여명 있고 슈퍼컴퓨터 같은 장비도 갖춰져 있다. 여기에 해외 전문가들까지 초빙할 계획이다.”
 
학생에겐 빅데이터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모두가 빅데이터 기술자가 될 필요는 없다. 다만 어떤 분야에 종사하든 낙오하지 않으려면 기술 변화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대학에 들어오면 데이터를 이해하고 간단한 코딩 정도는 할 수 있는 기초 소양을 기를 수 있게 할 것이다.”
 
어떤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보는가.
“‘T자형 인재’라고 말하겠다. T는 수직선과 수평선으로 된 글자다. 수직적 인재는 전공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고, 수평적 인재는 타인과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서 총장은 대학이 길러야 할 인재상의 대표격으로 ‘두낫페이(Do not pay)’ 창업자 조슈아 브로더를 꼽았다. 그는 서민들이 무료로 법률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인공지능(AI) 변호사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억울한 주차위반 딱지에 항의하기 위해 시작된 두낫페이는 난민 신청을 위한 변호사 역할까지 해주고 있다. 서 총장은 “남을 돕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공부하는 청년들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때 ‘글로벌 캠퍼스’ 추진 계획도 내놨다.
“세계적으로 인구가 늘고 있는데, 우리나 선진국은 감소하는 추세다. 주로 개발도상국의 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인데, 이런 인구가 급격히 도시로 모여든다. 한국은 급격한 도시화를 겪었고 효과적으로 대응한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을 자산으로 해외에 캠퍼스를 만들면 수요가 많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국가를 탐문하고 조사해보니 일차적으로 몽골의 울란바토르 인근에 캠퍼스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베트남 쪽에도 추진해볼 생각이 있다.”
 
왜 몽골인가. 또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몽골이 글로벌 캠퍼스에 상당히 우호적이고 부지도 제공하려고 한다. 또 도시가 발전하면서 우리의 정보통신기술(ICT), 도시개발, 교통 등에 관심이 많다. 현지 학생들을 받아 3년은 몽골에서, 1년은 한국에서 가르치는 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해외 캠퍼스는 우리 대학으로서는 국제적인 이미지를 높일 수 있고 서울시로서는 도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책을 수출하거나 기업 진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데 대안이 없을까.
“어느 대학이든 학생 취업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대학은 2018년 취업률이 64.2%였다. 서울 소재 대학 중 12위로 중상위권이다. 그런데 취업의 질을 의미하는 1년간 유지취업률은 90.5%로 5위다. 취창업진로지원센터에서 변화하는 취업 트렌드에 맞춘 진로 탐색부터 채용 지원까지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창업지원단을 신설해 창업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엔 서울시와 협력해 침체한 세운상가와 원효전자상가에 ‘현장 캠퍼스’를 만들어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총장으로서 꼭 달성하려는 과제는.
“우선 빅데이터 연구소와 글로벌 캠퍼스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다. 학생 수가 줄면서 대학은 상당한 위기다. 특성화된 대학만이 살길이다. 우리 대학은 도시과학에 특성화된 대학이라는 장점을 살려야 한다. 규모가 작은 대학이지만 서울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도시과학이 강하다는 점을 살려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할 것이다.”
 
서순탁 총장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뉴캐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3년간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한 뒤 2001년부터 서울시립대에 몸담아 왔다. 도시계획 분야 전문가로 한국도시행정학회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위원장,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계와 시민단체, 정부 기관 등에서 두루 활동했다. 지난해 12월 교내 선거에서 1순위로 뽑혀 첫 서울시립대 출신 총장이 됐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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