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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자궁암·난소암 초기? 임신·출산 포기하지 말아요

김태진 교수(왼쪽)와 소경아 교수가 종양이 있는 자궁경부만 절제하고 체부(아기집)는 살리는 가임력 보존 수술법인 ‘광범위자궁경부절제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김태진 교수(왼쪽)와 소경아 교수가 종양이 있는 자궁경부만 절제하고 체부(아기집)는 살리는 가임력 보존 수술법인 ‘광범위자궁경부절제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지난 1월 아들·딸 쌍둥이를 출산해 엄마가 된 이다은(가명·35·부산시)씨는 4년 전 자궁경부암 2기로 진단받았다. 자궁 입구(경부)에 2㎝가량의 암이 발견됐다.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임신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절망했다. 일반적으로 자궁경부암 2기 때는 자궁 전체를 들어내는 수술을 한다. 하지만 이씨는 아이를 갖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이씨의 주치의였던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김태진 교수(당시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씨의 경우 암이 자궁경부 근육층으로 깊게 파고든 게 아니라 질 표면에서 옆으로 퍼진 상태여서 가임력 보존술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며 “자궁경부와 골반 림프샘만을 절제했고, 자궁경부 끝을 묶어 임신했을 때 유산하지 않도록 대비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재태(배 속) 기간 32주에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며 “조산이긴 했지만 두 아이 모두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고 건강하게 태어나 잘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생식기에 생기는 암을 ‘부인암’이라고 한다. 자궁경부암·자궁내막암·난소암이 대표적이다. 최근 부인암에서 이씨처럼 가임력 보존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출산 경험이 없거나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인암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건국대병원 소경아 교수는 “과거에는 암 치료 자체에만 집중했지만 지금은 결혼·초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가임력 보존을 원하는 환자가 많아졌다”며 “조기 검진도 활성화돼 비교적 이른 나이에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암 종류 따라 맞춤형 치료법
 
가임력 보존 치료는 암 종별로 차이가 있다. 자궁경부암 0기 땐 세포 변형이 발생한 부위만을 원뿔 모양으로 도려내 제거(원추절제술)한다. 1기 땐 자궁의 체부(아기집)는 살리고 종양이 있는 자궁경부만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수술(광범위자궁경부절제술)로 가임력을 보존한다. 자궁내막암은 초기 암에 한정해 고용량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요법을 시행해 암을 사멸시킨 뒤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김태진 교수는 “환자 중 절반 정도는 치료 후 임신·출산이 가능하다”며 “단 내막암은 재발률이 높아 출산한 뒤 자궁을 떼내거나 혹은 아이를 더 갖길 원하는 경우 추적 관찰을 정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난소암도 초기, 즉 한쪽 난소에만 암이 발병했을 때 가임력 보존이 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암이 침범하지 않은 반대쪽 난소를 보존하고 암이 발병한 난소만 잘라낸다. 김 교수는 “난소암이 독한 암으로 불리는 이유는 증상이 거의 없어 3기 이상일 때 발견하는 경우가 70% 이상이기 때문”이라며 “다행히 젊은 환자들은 산전 검사 등에서 우연히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더러 있어 가임력 보존 치료를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임력 보존 치료는 환자마다 암 진행 병기나 임신 여부에 따라 다양한 맞춤 치료가 적용된다. 예컨대 임신 18주에 자궁경부암이 발견돼 항암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 태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항암제를 사용하면서 임신 36주까지 버틴 다음 제왕절개를 해 출산한 뒤 자궁절제술을 한다. 자궁·난소를 떼어내야 하는 진행성 난소암일 땐 정상 난자를 뽑아 수정란을 만들어 놓은 뒤 이를 냉동 보관해 암 수술 후에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김태진 교수는 “부인암에서 가임력 보존 치료는 아직 표준 치료가 정립되지 않은 분야”라며 “가임력을 보존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연구로 실현해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난임 치료보다 고난도 의술
 
부인암에서 가임력 보존 치료는 일반적인 난임 치료보다 난도가 높다.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해 자궁·난소를 살리는 것이 자칫 재발이나 암 악화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진 교수는 “가임력 보존 치료를 결정할 땐 재발·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절한 환자를 선별하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라며 “자칫 무리해서 가임력만 살려놓았다가 환자가 1~2년 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확실한 선별법은 초기 암인 경우다. 자궁경부암은 1기이면서 크기가 1㎝ 미만인 경우 재발이 거의 없다.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은 모두 1기일 때 가임력 보존술을 해볼 만하다고 본다. 김 교수는 “하지만 환자마다 암 조직의 성질이 다양해 크기·병기만으로 딱 잘라 결정하기 어렵다”며 “영상장비 등을 이용해 전이 여부를 확인하고 조직학적으로 전이 가능성이 높은 암인지, 아닌지를 구분해 판단한다”고 말했다.
 
 가임력 보존 수술은 의료진의 손기술이 치료 결과를 좌우한다. 예컨대 자궁경부암 초기에서 자궁경부를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수술을 할 때 경부 길이가 너무 짧아지면 근육이 약해져 조산 가능성이 커진다. 또 자궁경부 가까이에는 방광·항문으로 가는 신경이 접해 있어 자칫 배뇨·배변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김태진 교수는 “자궁 동맥은 자궁경부와 체부 사이에 있는데 이를 잘못 건드리면 태아에게 가는 혈액이 줄어 임신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소경아 교수는 “가임력 보존을 원하는 젊은 환자가 증가하지만 아직은 축적된 임상 사례가 제한적”이라며 “가임력 보존과 재발 억제를 가능케 하는 다양한 수술·치료 경험을 가진 의료진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임력 지키는 부인암 정기 검진 이렇게 하세요
 
자궁경부암 조기 발견을 위해 국가암검진사업에서는 20세 이상 여성의 경우 2년에 한 번 자궁경부세포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궁내막암과 난소암 조기 발견을 위한 부인과 초음파검사는 국가암검진사업에 포함돼 있지 않다. 권고 시기나 횟수가 정해진 것이 없다. 하지만 부인과 증상(하복부 통증, 비정상 질 출혈, 만져지는 종괴 등)이 있으면 산부인과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무증상이라도 1년에 한 번은 산부인과에서 이상 소견이 없는지 진료를 받는 것이 암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부인암, 가임력 보존 치료 전문가 김태진·소경아교수
 
부인암 환자의 가임력 보존 치료는 난도 높은 난임 치료에 속한다. 건국대병원 여성부인종양센터 김태진·소경아 교수는 부인 종양 권위자이면서 가임력 보존 치료 전문가다. 두 교수 모두 산과 질환 전문 병원으로 명성이 높았던 제일병원에 근무하며 전국에서 찾아오는 다양한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탄탄한 임상 경험을 쌓았다. 현재 건대병원 여성부인종양센터에서 젊은 암 환자의 가임력을 보존하는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김태진(여성부인종양센터장) 교수는 표준 치료가 정립되지 않은 부인암의 가임력 보존 치료에서 20여 년 전부터 임상 사례와 연구 논문을 발표해 치료 기반을 닦아놓았다는 평을 받는다.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전문가로서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HPV 감염과 암 진행의 역학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HPV 치료백신 분야(주사·내복약)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소경아 교수는 김 교수와 함께 HPV 치료와 부인 종양에서의 가임력 보존 치료 연구에 참여하며 최신 치료법에 대한 데이터 구축과 논문 발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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