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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태의 퍼스펙티브] 한국 은퇴자 노후 “어떻게 되겠지”는 통하지 않는다

한국 은퇴자의 삶, 일본과 비교해보니 
최근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서 인구 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가 점차 나빠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퍼지고 있다. 고령자가 많아지는 동시에 생산가능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생산과 소비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우리보다 고령화 속도가 약 15년 정도 빠른 일본은 어떠했을까? 일본의 과거 15년이 우리가 경험할 앞으로 15년의 모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은 1991년 이후 장기적 경기 부진을 겪고 있다. 최근 인력난을 겪을 정도로 취업 사정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거의 15년 넘게 2%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일본의 장기적 경기 부진에 대한 일본 내부의 해석은 다양하다.
  
고령화가 일본 ‘잃어버린 20년’ 불렀나
 
일자리 정보를 살피는 한국의 고령 구직자. [송봉근 기자]

일자리 정보를 살피는 한국의 고령 구직자. [송봉근 기자]

한쪽에선 인구 변동, 특히 고령 인구의 급증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잃어버린 20년’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경제성장률 둔화가 인구 변동과 맞물려 발생했다. 또 노동생산성도 악화했는데 이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었기 때문이므로 궁극적으로 일본 경제 침체의 원인은 인구 고령화라는 논리다.
 
다른 한편에선 ‘잃어버린 20년’과 인구 변동은 그리 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가계의 금융 자산이 2000년대 들어 지속해서 증가했지만 부동산 대출 등 부채 비율은 감소해 왔다는 근거에 기반을 둔다. ‘잃어버린’이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못하다고 본다. 일본이 선진국에 도달하기 전의 경제성장률을 기준으로 볼 때 2%는 낮은 수준이지만,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2%는 보편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거시경제학적 측면에서 이렇게 일본의 지난 20여 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평범한 일반인들의 삶의 모습은 어떨까? 최근 일본에는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는 많이 접했지만, 실제 일본을 여행해 보면 ‘잃어버린’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삶의 질이 나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오히려 참 잘사는 나라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고령화 파장, 일본보다 커
 
나무 덤벨을 들고 체조하는 일본의 고령자들. [중앙포토]

나무 덤벨을 들고 체조하는 일본의 고령자들. [중앙포토]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앞으로 이유가 고령화건 뭐든 간에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더라도 과거 15년간 일본이 보여준 것처럼 개인의 삶의 질이 지속해서 좋아지고, 특히 은퇴 이후의 삶이 윤택해질까? 안타깝지만 일본 고령자들의 윤택한 삶이 우리나라의 고령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굳이 복잡한 거시경제학적인 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인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일본의 고령화와 질적으로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고령화 속도와 고령자 크기 등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가 몰고 올 파도는 일본의 그것보다 훨씬 넓고 깊다. 일본에서 고령화를 이끌었던 세대는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라 할 수 있는 단카이(團塊) 세대다. 이들은 1947년부터 49년 사이에 매년 200만 명이 넘는 베이비부머로 태어났다. 단카이 세대 직후 출생아는 거의 25%가량 덜 태어났다. 이 3년밖에 되지 않는 단카이 세대가 일본의 고령사회를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는 55년생부터 63년생까지로 알려졌지만, 이때는 출산율이 매우 높았을 때다. 출생아 수로만 보면 58년 개띠부터 74년생까지가 매년 95만~100만 명씩 태어난 실질적인 베이비부머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17년이나 지속한 베이비부머가 만들 것이지만 일본의 과거 15년간의 고령화는 3년밖에 되지 않는 단카이 세대가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사회에 줄 파장은 일본보다 더 깊고 넓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앞으로 15년, 고령자에 대한 사회복지 혜택도 일본의 경우와 비교해서 크게 분산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일본 절반 밑도는 한국 국민연금
 
은퇴 이후 직접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을 때 사회가 마련해 놓은 공적연금제도는 노후를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된다. 갓 은퇴를 한 경우 퇴직금도 있고, 아직 연령도 젊기 때문에 경제 활동도 가능해서 갑자기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75세가 넘어가면 상황이 급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가 되면 국가의 노후 보장 제도가 중요해진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적연금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이 소득을 대체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또 지속가능성도 문제투성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평균 수령액은 52만원이다. 앞으로 연금을 수령할 베이비부머들은 가입 기간이 길기 때문에 이보다 많이 받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25년 안팎의 노후를 의지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일본의 경우 기초연금과 후생연금이 있는데, 보통 회사에 다니다 은퇴한 사람은 이 둘을 모두 받게 된다. 근로 기간의 차이가 있어 남녀 간 평균 수령액이 좀 다르다. 현재 남자는 18만~19만 엔(약 200만원), 여자는 9만~10만 엔(약 100만원)을 받고 있다. 일본의 1인당 소득이 우리나라보다 높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생활 물가가 더 높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일본의 공적연금은 초고령자들의 노후를 보장하는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다. 우리의 향후 15년이 일본의 과거 15년과 같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다.
  
빚 없는 일본 vs 빚 많은 한국 은퇴자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우리나라의 은퇴 연령은 만 60세이지만 실제 은퇴 시기는 더 빨라서 50대 중반이 넘으면 은퇴를 이미 했거나 은퇴를 준비한다. 이 연령의 경제 상태는 은퇴 직후는 물론이고 국민연금에 기댈 것이 없기 때문에 장기 노후 준비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계 저축액이 가장 높을 때가 50대다. 하지만 가계 부채도 적지 않아 저축과 부채의 차이가 거의 없다. 60대도 저축과 부채의 차이는 별로 없는데, 금액이 50대에 비해 크게 적다.
 
그래도 부동산 자산이 있고 그 가치가 상승한다면 상황이 그리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부동산 가치가 정체되었거나 하락하기 시작하면 큰 문제다. 여기에 소득이 줄어들면 부채 부담은 저축액을 훅 넘어서게 된다. 이미 서울과 수도권 몇 군데를 제외하고 부동산 가치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일본의 은퇴 연령은 만 65세다. 그런데 일본의 은퇴 인구 대부분은 부동산 자산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은퇴 시점에 부채를 거의 0(零)으로 맞춘다. 여기에 임금 소득은 없지만, 연금 소득이 안정적으로 들어오면 생활비를 지출하고 나서도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일본의 가계조사연보에 따르면 2017년 저축액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60대와 70대였고, 부채 규모가 가장 낮은 연령대는 70대, 그다음은 60대로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부동산 가치가 하락해도 금융 자산과 공적 연금이 받쳐주면 생활이 나빠질 수가 없다.
  
정부의 노후 보장 한계
 
우리나라의 고령화와 은퇴 관련 상황은 일본과 크게 다르다. 비록 고령자들의 비율로만 본다면 우리가 일본을 15년 정도 뒤따라가지만 여러 가지 다른 맥락에서 우리의 미래 15년이 일본의 과거 15년과 같을 수가 없다. 비록 연금·의료보험·간병보험 등 고령자들을 위한 충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 정부의 부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졌지만, 베이비부머가 17년에 이르는 우리나라는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안타깝지만 정부가 상황을 반전시켜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보다는 은퇴 이전에 어떻게든 부채액을 0에 가깝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며 실현 가능한 대안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베이비부머의 노후는 절대로 ‘어떻게든 되겠지’가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위원
 
※ 이 글은 필자와 카미야타케시(神谷毅)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이 공동으로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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