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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우리 시대의 이 작가, '캔버스 김' 김지원의 '캔버스비행'

  [사진 PKM갤러리]

[사진 PKM갤러리]

피처럼 붉은 맨드라미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초록색 줄기와 잡초들은 꽃과 철사처럼 하나로 엉겨 있고, 두텁고 꼬불꼬불한 꽃잎은 마치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하다. 거친 가시덤불을 외투처럼 걸친 모양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하는 꽃이라니, 김지원(58·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작가의 맨드라미는 뜻밖의 비장함과 생동력으로 화면 밖으로 이야기를 걸어온다.  
 
김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이 '캔버스비행'이다. 그의 대표적인 페인팅 연작인 '맨드라미' 신작을 포함해 '풍경' '비행' '무제' 등 90여 점의 회화, 드로잉, 설치 작업을 공개한다. 
 
그에게 맨드라미 그림만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작가는 의연하게 그 기대를 배반한다. 맨드라미 그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는 "맨드라미를 그려온 것은 19년째"라며 "하지만 사람들이 나를 '맨드라미 작가'로 부르는 게 언제부턴가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맨드라미는 내가 오랫동안 캔버스 안에서 탐구해온 이미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상하게 생긴 꽃, 맨드라미"
"2002년부터 맨드라미를 그리기 시작했다"는 그는 "꽃이 아름다워서 그린 게 아니라 이상해 보여서 그렸다"고 했다. "꽃이면서도 그 모양이 닭 벼슬 같기도 천엽 같아 보이는 점에 끌렸다"는 그는 "맨드라미 이미지에 욕망 한 덩어리, 연정 하나, 혁명 하나, 독사 한 마리를 담고 싶었다. 꽃 그림에도 독사 한 마리 같은 게 (숨어)있다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엉킨 실타래와 전깃줄처럼 엉켜 뒤범벅된 풀과 나무들의 지독한 아귀다툼 녹색 풍경과 강렬한 햇빛의 대비 속에서 생존의 무서움을 본다"는 작가의 말이다. 
[사진 PKM갤러리]

[사진 PKM갤러리]

김지원 작가는 "초겨울 바쌀 말라버린 잡풀과 맨드라미 풍경 속에서 숭고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 PKM갤러리]

김지원 작가는 "초겨울 바쌀 말라버린 잡풀과 맨드라미 풍경 속에서 숭고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 PKM갤러리]

"나는 캔버스 김" 
김지원 작가는 자신을 '캔버스 김'이라고 부른다. 캔버스를 도구로 '그리기'의 본질을 파고드는 일을 숙명처럼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사진 PKM갤러리]

김지원 작가는 자신을 '캔버스 김'이라고 부른다. 캔버스를 도구로 '그리기'의 본질을 파고드는 일을 숙명처럼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사진 PKM갤러리]

최근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이메일 아이디가 '캔버스 김'이라고 소개했다. 
 
 "나한테 중요한 게 뭘까? 저는 제 작업 노트에 중요한 키워드를 적어 나가며 도표를 그리곤 해요. 그렇게 하다 보면 제게 중요한 화두가 압축되는데, 제겐 그게 사회·그림·일상이었어요.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림이죠. 그걸 상징하는 게 바로 캔버스구요." 
 
"그러니까 '캔버스 김'은 항상 작업실에 쭈그리고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사회를 생각하는 저를 가리킵니다. 그런 와중에 저는 또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런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어떨까? 하고요." 
 
비행, 전지적 화가 시점 
김지원, '비행'(2014, 린넨에 오일, 228x182cm). [사진 PKM갤러리]

김지원, '비행'(2014, 린넨에 오일, 228x182cm). [사진 PKM갤러리]

김지원, '비행' (2014, 린넨에 오일, 228x182cm).[사진 PKM갤러리]

김지원, '비행' (2014, 린넨에 오일, 228x182cm).[사진 PKM갤러리]

시쳇말로 '유체이탈 시점'이라고 불러도 좋을 '비행'연작은 그렇게 시작됐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자신의 작업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작업실 풍경을 캔버스에 담았다. 맨드라미가 그려진 대형 캔버스를 포함해 작업실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모형 비행기와 그물, 철사와 플라스틱 조각 등 잡동사니와 더불어 화면 안에 담긴 이유다. 
 
  이 연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모빌들을 지탱하며 엉키고 늘어진 가느다란 선의 분방함이다. 심상용 서울대 교수는 '비행'연작에 대해 "(그는) 최대한 자유롭고 임의적이고 빠른 선들을 산발적으로 배치한다"며 "이렇게 과하지 않은 터치들이 화면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고 평했다. 심 교수는 또 "맨드라미에서 캔버스 비행에 이르기까지 김지원의 세계는 두고두고 보아도 권태롭지 않은 신선함이 늘 있다"며 "맨드라미에서 전해오는 것이 자연으로부터의 위안이라면 캔버스 비행에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차갑지 않은 꿈의 서사가 있다"고 했다.  
 
"쉽지 않으니까 그림이다"   
김지원, '풍경'(2017, 린넨에 오일, 24x34cm).[사진 PKM갤러리]

김지원, '풍경'(2017, 린넨에 오일, 24x34cm).[사진 PKM갤러리]

김지원, '풍경' (2018, 린넨에 오일, 228x145cm).[사진 PKM갤러리]

김지원, '풍경' (2018, 린넨에 오일, 228x145cm).[사진 PKM갤러리]

김지원 작가의 또 다른 탐구 대상은 풍경이다. 그는 "똑같은 풍경을 그려도 매일매일 같지 않다"며 "지리산 고사목 풍경부터 페인트가 다 벗겨진 시멘트 덩어리의 탱크 저지선 등 도시 풍경 등을 그리고 또 그린다'고 했다. 회화의 본질을 성찰하는 그의 또 다른 여정이다.  
 
강수미 미술평론가(동덕여대 교수)는 "김지원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그림' 그 자체"라며 "그에게 정물이든 풍경은 탐구 대상이자 그리기의 모티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평론가는 이어 "그의 작품에서 주목할 것은 세계를 다르게 인지하는 힘"이라며 "그의 작품은 회화가 주는 근본적인 아름다움, 작가가 자신의 관점을 발견해가는 과정, 갈수록 성숙해지는 세계를 관찰하는 묘미를 준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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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작가의 개인전 '캔버스비행'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 전경. [사진 PKM갤러리]

김지원 작가의 개인전 '캔버스비행'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 전경. [사진 PKM갤러리]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김지원 작가=인하대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조형 미술학교(슈테델슐레)를 졸업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제15회 이인성 미술상을 받았으며, 대구미술관(2015), 금호미술관(2011, 1995), 하이트 컬렉션(2011)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아트선재센터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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