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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갑질" 쓴 전단지는 모욕일까···대법은 아니라고 봤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건물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돌린 임차인에 대해 대법원이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전단지를 배포한 박모(57)씨에게 모욕죄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박씨는 대법원의 선고 취지에 따라 대구지법에서 무죄가 확정될 전망이다.

 
박씨는 2016년 1월부터 대구 중구에 위치한 한 건물 1층을 빌려 월세를 내면서 미용실을 운영했다. 그해 5월 건물 소유주가 바뀌었고 미용실 원장 박씨와 새 건물주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박씨는 건물 내 화장실 사용 문제와 이주비를 받고 이사를 나가는 문제로 새 건물주와 다퉜다.

 
화가 난 박씨는 2017년 8월 ‘건물주 갑질에 화난 미용실 원장’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미용실 홍보 전단지 500장을 제작한다. 그는 건물주의 갑질로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전단지 100여장을 인근에 사는 주민들에게 돌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전단지 15장을 2017년 11월부터 3개월 동안 미용실 정문에 붙여놓기도 했다.

 
재판에서는 ‘갑질’이라는 표현이 건물주의 명예를 떨어트릴 만한 것인지가 판단의 쟁점이 됐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표현이 무례하더라도 그 대상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면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스1]

1심은 박씨에게 무죄를, 2심은 유죄로 벌금 30만원을 선고하며 다른 판단을 했다. 1심은 갑질이라는 단어가 언론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라는 점을 무죄의 주된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갑질은 신문·방송 등 공신력 있는 언론매체에서도 사용되는 단어다”며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는 하나 경멸적 표현에 이를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언론에서는 부당한 행위로 문제 되는 사안을 설명한 후 갑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행위에 대한 정보 없이 ‘갑질을 했다’고만 표현했다”며 “피해자인 건물주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이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건을 다시 판결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박씨와 건물주의 관계와 전단지 작성 경위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갑질이라는 표현의 의미와 전후 정황 등을 살펴보면 객관적으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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