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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여자가 타야 제맛입니까"…'국회페미' 여성 보좌진이 묻다

'국회페미'는 지난 4일부터 한 달 동안 ‘성평등한 국회 만들기 캠페인’을 시작다고 밝히고 SNS에 포스터를 공개했다. ['국회페미' 페이스북 캡처]

'국회페미'는 지난 4일부터 한 달 동안 ‘성평등한 국회 만들기 캠페인’을 시작다고 밝히고 SNS에 포스터를 공개했다. ['국회페미' 페이스북 캡처]

‘커피는 여자가 타야 제맛입니까?’
최근 국회 의원회관 곳곳에 이런 제목의 포스터가 붙었다. A4 용지에 인쇄돼 다른 홍보물보다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포스터지만 자극적인 카피 만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포스터 제작자는 ‘국회페미’라는 단체다. 포스터 우측 상단에 로고가 그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제작자를 만날 수는 없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활동하는 익명 그룹이어서다. 이들은 ‘일터로서 성평등한 국회 만들기 캠페인’이라는 메시지를 포스터 하단에 적었다. 6월 한 달 동안 여성 보좌진에게만 주어지는 ‘차 대접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회페미는 지난해 8월 16일에 결성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미투’ 운동이 번질 때였다. ‘국회페미’의 한 운영진은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관련 배경을 밝혔다.
 
'국회페미'를 결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위력은 있었으나 행사되지 않았다’는 모순적인 판결에 대해 기득권인 남성 보좌진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평소 성평등 의제에 목소리를 높이던 의원들조차 입을 다물었다. 성평등한 사회, 성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제인식을 공유해 시작하게 됐다."
 
활동하는 인원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국회페미의 구성원은 30여명이다. 고용지속성이 매우 낮은 직장이기에 국회를 퇴직하면서 국회페미 활동을 접는 경우도 있다." 
 
'국회페미'는 서서히 활동 반경을 넓혔다. 시작은 페이스북 페이지(국회페미, 기울어진 여의도동 1번지)와 익명 채팅방을 통해 각자가 당한 차별 사례를 투고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임신한 여성 보좌진의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포스터를 돌리며 ‘행동’에 나섰다.
 
작년 9월, 국회페미가 첫 번째로 시작한 캠페인으로 임신한 여성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국회페미' 페이스북 캡쳐]

작년 9월, 국회페미가 첫 번째로 시작한 캠페인으로 임신한 여성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국회페미' 페이스북 캡쳐]

이번 캠페인은 두 번째다. ‘차 대접 문화’를 선정한 건 지난 1월 자체 설문 조사에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커피ㆍ차 접대 문화는 아직도 국회 여성 보좌진의 사회 생활에 불평등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여성 보좌진 A씨는 “커피를 타야 할 일이 있으면 무조건 여자를 찾는다. 남자들은 차를 내가는 일이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전화 받고 응대하는 업무가 여성에게 전담되고 승진할 수 있는 직급도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회페미’의 한 구성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입법기관에서부터 먼저 성평등한 일터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에 남성 중심적 문화가 강한 건 성비의 불균형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20대 국회에서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은 전체의 17%. 국회 사무처가 발간한 ‘2019년 1월 국회 인력통계’에 따르면 국회의 여성 보좌진 비율은 30.5%다. 높은 직급으로 갈수록 불균형은 커진다. 4급 보좌관 중 여성의 비율은 7.9%였다.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페미당 창당모임 회원들이 여성 정치참여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페미당 창당모임 회원들이 여성 정치참여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회 안의 ‘성인지 감수성’도 논란이다. 지난해 3월 국회 의원회관 여자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를 찍다 적발된 한 직원은 지난 2월부터 다시 국회에 출근하고 있다. 국회 사무처 징계위원회에서 ‘해임’ 처분을 내렸으나 당사자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졌다. 소청심사위원회를 통해 ‘강등’으로 징계가 완화됐지만, 이를 두고 국회의 성인지 감수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성 보좌진들은 이번 캠페인을 반기는 분위기다. 여성 보좌진 B씨는 “캠페인을 통해 이런 출구가 만들어졌다는 거 자체가 의미 있다. 제 주변에서도 관심을 많이 보인다”면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회페미'는 여전히 익명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페미'운영진에게 익명성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물었다.
 
철저히 익명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활동 사실이 알려지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기에, 익명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 여비서가 페미니스트다.', '페미니스트 활동하느라 업무를 등한시 할 것이다.'라는 비난에 시달리게 되거나 승진에 불이익을 입는 등의 결과가 뻔히 예상된다."
 
앞으로도 익명으로 활동할 계획이신가.
"사실 익명으로 활동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캠페인을 진행할 때도 다른 근로자들이 없는 새벽이나 심야에 진행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회 내 페미니스트 근로자에 대한 차별과 불편한 시선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얼굴과 신분을 노출하고 활동하기 힘들 것 같다. 21대 국회 때는 조금이나마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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