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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넷플릭스보다 고객의 취향 잘 알죠”

양질의 데이터와 개인화된 추천 기술 강점… 문화 넘어 모든 분야로 서비스 개인화가 목표
 
사진:박종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왓챠의 서비스는 비디오 테이프가 엄청나게 많은 비디오 가게 주인이 손님의 취향을 물어 그에게 최적화된 영화를 추천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아직 안 본 영화에 나의 예상 별점을 매겨 주는데 ‘나보다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거 같다’는 평가를 많이 받아요.” 박태훈 왓챠 대표는 “5점 만점인 예상 별점의 정확도가 높은 것이 높은 고객 만족도의 비밀”이라고 말했다. “가입 당시 하게 돼 있는 내가 본 영화 평가를 제대로 많이 할수록 시스템이 유저의 취향을 충실히 학습해 예상 별점을 더 정확히 매깁니다. 별점 평가에 대한 보상이 없고 일반 온라인 투표처럼 평균 별점에 불과한 타사 시스템과 다른 점이죠.”
 
왓챠플레이는 월정액으로 온라인 동영상(VOD)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 서비스다. 개인화된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가 기반이다. 경쟁력은 양질의 데이터와 개인화된 추천 기술이다. “(문화 콘텐트 분야에서 시작해) 모든 서비스를 개인화한다”는 게 회사의 비전이다. “넷플릭스보다 우리가 개인을 잘 안다고 자부합니다. e메일 주소를 제외하면 취향과 무관한 성별, 나이, 주소 등의 가입자 개인정보는 전혀 모르고 우리로서는 사실 알 필요도 없습니다. 단적으로 동창, 직장 동료 등 인구사회학적 정보가 유사하다고 취향이 같은 건 아니죠.”
 
고객의 시간과 돈 절약
사진:박종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의 돈과 시간이 절약된다. 상영 시간이 두 시간 안팎인 영화 한 편을 보려 무려 한 시간씩 검색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예상 별점에 근거한 영화 추천은 ‘왓챠(WATCHA)’라는 환호성이 터질 만큼 편리한 서비스이다. 왓챠플레이는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라 가입하면 한 달에 영화 100편도 볼 수 있다. 식당으로 치면 뷔페 식당이다. 취향에 맞는 음식이 무제한 제공되고 셰프가 개인화된 추천을 한다. 시간과 비용의 대대적인 절약. 둘 다 여태 이 세상에 없던 가치이다.
 
왓챠는 메가, 삼호그린 등으로부터 27억원을 투자 받은 이듬해인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연 매출액이 2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성장할 것이 확실시된다. 박 대표는 “10년 후는 알 수 없지만 향후 5년 간은 매년 2배씩 성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왓챠 가입자 수는 570여 만 명에 이른다. 별점 수는 무려 4억8200여 만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별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1인당 별점 수도 84개로 압도적으로 많다. CGV와 네이버는 인당 10개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예능·애니메이션·도서도 추천하고, 지난해엔 영어 버전도 론칭했다.
 
왓챠는 HBO·디즈니·BBC·CJ E&M·JTBC 등 국내외 50여 콘텐트 공급사(CP)와 콘텐트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 CP와는 윈윈 관계를 추구한다. 장차 웹툰·게임·음악·공연 등의 문화 콘텐트를 카테고리에 추가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문화 콘텐트에 집중하겠지만, 먼 미래엔 패션·맛집·음식점 등으로 서비스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거로 봅니다.” 왓챠 플레이의 구독 잔존율은 70%에 이른다. 구독 잔존율이란 유료 구독으로 전환한 후 그 다음 달에도 구독하는 사람의 비율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지만 구독잔존율은 일반적으로 4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왓챠의 예상 별점 정확도가 넷플릭스보다 36% 더 정확합니다. 스타트업은 자원이 풍부한 대기업보다 잘해야 살아남습니다. 성장하면서 관료주의 같은 대기업병에 걸리지 않도록 자기 경계를 해야 하고요.”
 
“넷플릭스 예상 별점보다 36% 더 정확해”
왓챠플레이의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보다 동영상 재생의 70% 이상이 개인화 추천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타사들은 상당량의 영상이 최신 콘텐트 위주로 재생된다. 왓챠의 구성원은 총 60명이다. 2년 만에 조직이 두 배로 커졌다. 구성원은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평균 연령은 30대 초. 입사한 지 6개월 된 한 구성원은 과거 개인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한다. “직원 개개인을 믿어주는 회사다. 그래서 고맙고, 주인의식이 생긴다.” 박 대표는 “큰 비용을 지출하는 일 아니면 전문성을 갖춘 실무자의 판단과 결정을 믿는다”고 말했다. “저와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우리가 나아갈 큰 방향과 목표만 정합니다. IT 회사라서 이런 방식의 조직 운용이 가능한 면도 있어요. 한 번 판매한 제품은 회수하기 어려운 제조업과 달리 우리가 하는 온라인 서비스는 프로그램 코드를 수정한 후 그 판단이 잘못됐으면 바로 다시 고칠 수 있거든요.”
 
왓챠의 전 구성원은 금요일마다 모여 회사의 비전·방향성과 각 팀의 업무 진행 상황을 공유한다. 회사 설립 후 3~4년 됐을 땐 방향성을 둘러싸고 공동 창업자 간에 의견이 갈리는 등 성장통도 겪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상호 신뢰가 중요한 자원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게 됐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그를 비롯해 왓챠의 전 구성원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영어 이름을 호칭으로 사용한다. 직급이 아니라 의견과 아이디어의 가치가 판단의 기준이 되도록 하려는 게 목적이다. “아무래도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티팍(박 대표의 영어 이름)이 이렇게 말했어’라고 할 때와 ‘대표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라고 할 땐 발언에 실리는 무게가 달라 효과도 달라집니다. 상대방의 나이를 모르는 채 대화를 할 때도 서로 영어 이름으로 부르면 연장자든 아니든 말씨가 달라질 필요 없죠. 친해지면 서로 말을 놓을 수도 있고요.”
 
유진희 마케팅팀장은 왓챠 구성원의 DNA는 ‘why 의식’이라고 말했다. 기존 산업, 기존의 방식에 대해서든, 현재 하는 일에 대해서든 기질적으로 ‘왜’라는 질문에 스스로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서울과학고 조기 수료 후 입학한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중퇴했다. 어려서는 PC 통신 시절부터 컴퓨터에 미친 아이였다. ‘호기심 천국’이기도 했다. 그 시절에도 ‘사람마다 관심사와 취향이 다른데 포털 등 온라인 서비스는 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정보를 제공할까’라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2006년 이후엔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 러닝에 관심을 기울였다. “기계가 스스로 학습한다면 장차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아질까?”
 
그 시절 머신 러닝이라고 하면 정작 사람들은 러닝 머신으로 알아들었다. 군 복무를 하는 대신 산업기능요원으로 넥슨에서 일한 후 창업을 했다. 2012년 ‘김범수 케이큐브벤처스(카카오벤처스의 전신)의 1호 벤처’로 선정돼 투자를 받기 전엔 야근 후 찜질방 비용을 아끼려 사무실 바닥과 차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도시락 2300원짜리와 2100원짜리 사이에서 어느 것을 먹을까 10분 간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왓챠는 2016년 왓챠플레이란 이름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진입한 해다. 넷플릭스의 예고된 돌풍 탓에 펀딩을 못 받고 있을 때도 그는 “별점을 바탕으로 서비스 하는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큰소리 쳤다고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말했다. 그해 왓챠플레이는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올해의 베스트 앱’에 뽑혔다. 2017~2018년엔 2년 연속 OTT 부문 브랜드 고객 충성도 1위 서비스로 선정됐다. 머신 러닝은 개인화된 추천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왓챠플레이와 넷플릭스는 구독 서비스이다. 커머스(commerce·상거래)가 아니라 서비스다. 서비스를 제공 받고 매월 정기적으로 일정 요금을 결제하는 게 이런 구독 서비스의 공통점이다. 영화를 서비스 하는 왓챠플레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도 있지만 자동차 회사도 구독 서비스를 한다.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면 매월 원하는 차들을 배송해 준다. 2017년 캐딜락·포르쉐·볼보 등이 미국에서 출시했고 현대자동차도 시범 서비스 중이다. 미술 작품을 렌털 배송해 주는 갤러리도 있다. 셔츠도 렌털해 주고, 꽃다발도 배송한다.
 
개인화된 추천은 소비자 친화적 서비스
박 대표는 왓챠의 개인화된 추천 서비스는 세상의 흐름과도 맞는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취향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더 좋은 경험을 하게 하는 소비자 친화적 서비스라는 것이다. “빅데이터 등 데이터는 새로운 오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21세기는 데이터가 석유 만한 가치가 있는 시대라는 거죠. 21세기는 산업적·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데이터를 누가 갖고 있고 누가 이 데이터를 분석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드느냐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왓챠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인 ‘콘텐트 프로토콜’도 출시했다. 콘텐트에 대한 평가, 감상 등 온라인 플랫폼에 축적된 소비자들의 시청 데이터를 제작자와 공유하는 게 목적이다. 그는 “소비자 데이터에 기반하면 유통 과정에서 콘텐트가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요·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되던 콘텐트 가격이 소비자 데이터에 의해 조정을 받는 셈이다. “콘텐트 업계에서 종사자의 감에 의해 결정되고 실행돼 온 기획·투자·제작·유통·마케팅 관련 결정이 고도화된 소비자 데이터가 투입됨으로써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대자본이 투입되지 않은 저예산 영화도 잘 만들어지면 빛을 볼 수 있다. 그는 “더 좋은 콘텐트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되도록 하는 과정에서 왓챠의 역할 공간을 찾겠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그 자체가 하나의 카테고리이자 장르다. 국내에 진출한 2016년을 기점으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트에 치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박 대표는 “세계 최초의 글로벌 온라인 유료 방송국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KBS 같은 방송을 구독하는 셈이죠. 이런 전략 하에서는 개인화된 추천이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넷플릭스가 개인화로 나아가다 매스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개인화된 정보 덕에 영화 시장이 성장했다. 넷플릭스가 진출한 나라는 예외 없이 VOD 시장의 규모가 커졌다. 다른 분야에서도 구독 서비스가 이렇게 소비를 촉진할지 모른다. 왓챠는 2015년 왓챠 일본을 론칭했다. 올 하반기엔 왓챠플레이 일본을 론칭할 계획이다. 내년에 동남아로 진출한다. 중국은 외국계 기업의 콘텐트 비즈니스 시장 진입을 규제하고 있다. 그는 회사가 성장하면 언젠가 자신의 역할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이해진 글로벌 투자 책임자(GIO·Global Investment Officer)가 과거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았듯이 우리가 설정한 비전대로 회사가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 저에게 요구되는 최적의 역할을 맡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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