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물리 공부 잘 했으면 당구 실력도 좋을까?

기자
이인근 사진 이인근
[더,오래] 이인근의 당구 오디세이(7)
지난 5일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열린 '프로당구 PBA투어 개막전 파나소닉 오픈' 16강전에서 세계랭킹 2위 쿠드롱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뉴스1]

지난 5일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열린 '프로당구 PBA투어 개막전 파나소닉 오픈' 16강전에서 세계랭킹 2위 쿠드롱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뉴스1]

 
어느 스포츠건 감각적인 요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당구는 더욱 그러하다. 특히 우리가 젊었던 시절, 짜장면에 소주를 곁들이며 당구장에서 살다시피 한 시절, 당구는 온전히 감각적인 운동으로 생각보다 많은 시간 투자와 경험이 누적돼야 했다.
 
이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처음 당구를 배우는 경우 거의 모두가 일, 이년 열심히 치다 보면 저 친구 정도쯤은 따라잡을 수 있겠지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 당구를 치다 보면 구력이라는 것이 절대 만만치 않아 넘사벽을 실감하는 경우가 많다.


당구는 감각적인 운동
이는 당구가 무척이나 감각적이고, 이러한 감각을 익히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젊은 시절 농담처럼 하던 말 중에 “당구도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 있었다. 굳이 보충 설명을 하자면 당구에서의 물리 역학 법칙을 이해하면 좀 더 잘 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른 운동 종목에는 물리 법칙이 없으리오마는 당구는 사각의 테이블 안에서 탄성을 극대화한 공을 가지고 쿠션의 반발력, 스트로크 시에 공에 전달 되는 힘과 속도 등을 이용한 게임이다. 그러다 보니 규칙적인 운동 패턴을 찾아내 이를 활용하는 게 관건이라는 것이다.
 
당구뿐 아니라 거의 모든 스포츠 분야에서 훈련을 과학적으로 접근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당구의 경우 현재 많은 당구 아카데미에서 이론을 가르치고 연습 기회도 제공하는데 이전에는 이러한 환경이 열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세연이 5일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프로당구 PBA 투어 개막전 파나소닉 오픈 3일차' 경기를 펼치고 있다. [뉴스1]

김세연이 5일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프로당구 PBA 투어 개막전 파나소닉 오픈 3일차' 경기를 펼치고 있다. [뉴스1]

 
젊은 시절 우리의 사부는 당구를 좀 더 먼저 접해본 동네 형이나 친구가 전부였다. 그저 게임비를 내게 하거나 짜장면 뺏어 먹을 궁리나 하면서 제대로 알려 주지 않았다. 사실 그들이 자랑하던 비장의 무림 비법 또한 신통치 못한 것이었다. 연습이란 것도 없어 실전이 연습을 겸했다. 우리는 각자의 기술을 독문 무공으로 익혀 왔기에 지금 당구 치는 자세와 기술은 그야말로 개성 넘치고 감각적일 수밖에 없다.
 
요즘에는 일반 동호인을 대상으로 하는 당구 방송에서 입사각, 반사각, 분리각 등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수학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두께도 그저 얇게 와 두껍게 라는 2분법에서 3분의 1, 5분의 1, 심지어 8분의 1까지 세분화해 알려주고 있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수많은 당구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어 당구 학습 채널이 다양화했다.
 
유튜브 당구 동영상에서 일정 지점에 수구를 세워 놓고 동일한 힘과 회전력으로 1 쿠션 지점을 1포인트, 2포인트, 3포인트 식으로 맞추면서 이에 따른 수구의 이동 궤적(2번째 쿠션 지점, 3번째 쿠션 지점)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수치화하는 것을 보면서 새삼 당구는 물리 역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수치화한 당구 기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광범위하게 알려지고 범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소위 ‘파이브 앤드 하프 시스템(Five & Half system)’ 이다. 
 
쿠션의 반발력, 천의 상태, 마모 정도가 당구대마다 차이가 있고 심지어 경기 중에도 상태가 달라질 정도여서 어떤 프로 선수는 경기 중 시간 경과에 따라 미세 조정을 한다는 말도 있다. 당구공의 품질과 습도 온도에도 영향을 받아 ‘시스템’이라고 부르기는 뭐하지만 알아두면 분명 유용하다.
 
다만 이 시스템은 수구, 1쿠션, 3쿠션에 각각 다른 수치를 적용하면서 뺄셈까지(수구 포인트-3쿠션 포인트=1쿠션 포인트) 해야 한다. 내 친구들은 모두 환갑을 넘긴 나이다 보니 우선 암기하기가 어려운 데다 쉽게 잊어버린다. 또 공에 가해야 할 힘, 속도, 회전력이 불규칙적이다 보니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고 해서 그저 감각에 의존하여 냅다 날려 버리고 그분이 강림해 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빈 쿠션치기. 나는 나름대로 속도와 회전력을 갖게 되어 빈 쿠션 돌려 치기 강자로서 군림하게 됐다. [중앙포토]

빈 쿠션치기. 나는 나름대로 속도와 회전력을 갖게 되어 빈 쿠션 돌려 치기 강자로서 군림하게 됐다. [중앙포토]

 
나는 어렵사리 수치를 외우고 또 실제 게임에서 여러 번 사용해 나름대로 속도와 회전력을 갖게 되어 빈 쿠션 돌려 치기(속칭 가라꾸(가라 쿠션, 즉 공이 없는 빈 쿠션 치기의 줄임말로 보인다))의 강자로서 군림하게 됐다. 실상 나의 경우에도 포인트 계산이 어려워 대강 감으로 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심지어 빼기 계산을 잘못해 득점에 실패하면서 혼자 속으로 실소를 지을 때도 많다.
 
친구들에게 나의 비법을 전수하려 몇 번 시도했으나 대개는 일차 숫자 외우기(수구, 1쿠션, 3쿠션 숫자)에서 실패하고 일부 암기력 좋은 친구들도 2차 보정 작업에서 멘붕이 와 아직도 수제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내게는 물리학을 전공한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에게 유튜브에서 주워들은 공의 속도, 회전력, 쿠션의 반발력 등을 설명하면 친구는 알아들은 듯 머리를 끄떡이다가 이내 눈을 깜빡이면서 되묻는다. “그래서 어쩌라구?”


무수한 반복과 연습이 관건
당구는 감각인가, 물리 역학인가에 대한 나의 대답은 분명하다. 당구는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가장 물리 역학 법칙이 적용되고 활용될 수 있는 종목이다. 하지만 아직도 당구를 감각적인 스포츠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아무리 물리 역학 논리로 무장돼 있다 하더라도 이를 활용하기 위해선 무수한 반복과 연습을 통해 말 그대로 몸으로 체득해야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 머리 쓸 일도 많지 않고 감각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당구를 즐기면서 산수 공부를 하며 머리도 써 보고 또 감각도 익혀 간다면 이 또한 ‘불역열호아’ 아니겠는가.
 
깨알 당구 팁
파이브 앤드 하프 시스템. [그림 현예슬]

파이브 앤드 하프 시스템. [그림 현예슬]

 
▶ 수구 포인트 – 3 쿠션 포인트 = 1 쿠션 포인트
▶ 수구 포인트와 1포인트는 프레임 포인트
▶ 3포인트는 레일 포인트
▶ 회전: 1.5 팁 또는 2 팁 
 
이인근 전 부림구매(주)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