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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니엘 안아준' 거대 인형 만든 이탈리아 장인 미켈레 눈노

지난 2017년 홍콩에서 열린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MAMA-Mnet Asia Music Awards)’의 마지막 무대. 홀로 남은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멤버 강다니엘의 곁으로 LED 조명으로 빛나는 거대 인형이 다가왔다. 인형은 키 4.2m, 무게 24kg으로 온몸에서 푸른 빛을 반짝였다. 쿠오레(이탈리아어로 심장을 뜻한다)란 이름의 인형은 강 다니엘에게 다가와 그를 안아주었고 현장에 있던 12만의 관객들은 신비로운 존재의 등장에 환호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퍼펫(거대 인형)제작자 미켈레 눈노는 지난 2016년 가평에 정착했다. 가평이 자신의 고향인 토스카나와 닮았다고 했다. 눈노가 자택 앞마당에 작품들과 함께 누웠다. 왼쪽 상단은 현재 제작중인 '아미코(이탈리아어로 친구)', 눈노 왼쪽은 영국 록그룹 퀸에 대한 오마쥬 작업인 'EL와이어슈트', 오른쪽은 지난해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플로팅 피아노'. 장진영 기자

이탈리아 출신의 퍼펫(거대 인형)제작자 미켈레 눈노는 지난 2016년 가평에 정착했다. 가평이 자신의 고향인 토스카나와 닮았다고 했다. 눈노가 자택 앞마당에 작품들과 함께 누웠다. 왼쪽 상단은 현재 제작중인 '아미코(이탈리아어로 친구)', 눈노 왼쪽은 영국 록그룹 퀸에 대한 오마쥬 작업인 'EL와이어슈트', 오른쪽은 지난해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플로팅 피아노'. 장진영 기자

 
 
쿠오레는 미켈레 눈노(Michele Nunno·47)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흔히 알려진 꼭두각시처럼 사람의 손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공학, 공기압력 시스템,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등이 융합된 로봇형 인형이다.

 
지난 2017년 홍콩에서 열린 MAMA 무대에서 쿠오레와 워너원 멤버 강 다니엘. [사진 미켈레솔루션]

지난 2017년 홍콩에서 열린 MAMA 무대에서 쿠오레와 워너원 멤버 강 다니엘. [사진 미켈레솔루션]

 
눈노는 대학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기계 설비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주로 만들었다. 지난 2004년부터 150여년 전통의 ‘비아레조 카니발(Carnevale di Viareggio)’의 기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비아레조 카니발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비아레조 지역에서 매년 2월 열리는 전통 축제로 거대 인형과 가면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매년 1백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축제다.

새로운 작품을 작업중인 눈노. 장진영 기자

새로운 작품을 작업중인 눈노. 장진영 기자

 
 
“비아레조 카니발에는 건물 높이 정도의 거대 인형들이 등장하는데 사람이 손으로 뒤에서 움직이는 전통적인 방식이었어요. 첫 작업부터 소프트웨어로 콘트롤해 남들이 하지 않은 방식을 시도했어요. 축제에 레볼루션을 주었죠”  
 
미켈레 눈노가 지난 2004년 비아레조 카니발에서 처음 제작한 퍼펫 발레리나. [사진 미켈레솔루션]

미켈레 눈노가 지난 2004년 비아레조 카니발에서 처음 제작한 퍼펫 발레리나. [사진 미켈레솔루션]

 
눈노는 2015년 경기도 가평에서 열린 거대인형 축제 ‘까르니발레 가평’의 기술 감독으로 가평을 찾았다. “가평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축제를 한국의 비아레조로 만들고 싶었어요. 아내가 한국 사람이라 늘 한국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죠” 그는 기술팀과 함께 3개월간 가평에 머물며 축제를 준비했다. 이순신 장군, 한석봉, 독도 등 한국적인 정서를 반영한 인형들을 선보였다. “인형의 작은 부분을 만드는 작업부터 퍼레이드에서 함께 춤을 추고 어울리는 등 모든 것에 주민들이 참여했습니다. 관객과 함께하는 축제를 만들었죠” 가평 사람들의 에너지와 친절에 반한 눈노는 이듬해 진행된 축제 준비를 위해 가평에 아예 눌러앉기로 했다.
 
2016 까르니발레 가평에서 선보인 이순신 장군. [사진 미켈레솔루션]

2016 까르니발레 가평에서 선보인 이순신 장군. [사진 미켈레솔루션]

지난 2015년 까르니발레 가평 퍼레이드 모습. [사진 미켈레솔루션]

지난 2015년 까르니발레 가평 퍼레이드 모습. [사진 미켈레솔루션]

 
“이탈리아를 떠나 가평에 정착하는 건 제 결심이었어요. 고향 토스카나와 많은 것이 닮았습니다. 산과 물이 어우러진 예술 도시라고 할까요. 아내는 난색을 보였지만 가평과 사랑에 빠진 절 말릴 순 없었습니다”  눈노와 아내 이지화씨(45)는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1년간 장거리 연애 후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결혼식을 가졌다. 두 사람은 "한국과 이탈리아가 윗어른을 대하는 방식이나 대가족 문화 등 많은 점이 닮아 가족의 반대는 없었다" 고 말했다. 
왼쪽부터 아내 이지화씨, 딸 올리비아, 미켈레 눈노. [사진 미켈레솔루션]

왼쪽부터 아내 이지화씨, 딸 올리비아, 미켈레 눈노. [사진 미켈레솔루션]

 
눈노가 자택 뒷마당에서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눈노가 자택 뒷마당에서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하지만 그의 결심에 비해 상황은 좋지 못했다. 까르니발레 가평 축제는 예산 문제로 2회 만에 중단됐다.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선 이벤트 최종후보까지 올라갔지만, 마지막 선정단계에서 아쉽게 떨어졌다.  
물 위를 떠다니며 피아노 연주가 진행되는 '플로팅 피아노'. [사진 미켈레솔루션]

물 위를 떠다니며 피아노 연주가 진행되는 '플로팅 피아노'. [사진 미켈레솔루션]

 
 
하지만 눈노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갔다. 지난해 열린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재즈싱어가 강 위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플로팅LED피아노-강 위의 선율’을 선보였다. “작은 배 위에서 열리는 피아노 공연이라고 상상하면 돼요. 자라섬의 자연경관이 무대 배경이 되는 동화 같은 퍼포먼스죠”. 현재는 미디어아트 작가와 콜라보 작업으로 ‘3D 맵핑아트’ 전시와 쿠오레와 같은 원리로 움직이는 코뿔소 모양의 인형 ‘아미코’, 영국 록그룹 퀸을 오마주 하는 ‘EL 와이어 슈트’ 등을 제작하고 있다.    
자택 안에 마련된 작업실. 주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작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장진영 기자

자택 안에 마련된 작업실. 주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작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장진영 기자

눈노의 작업에는 맞는 부품을 구할수가 없어 3D 프린터로 제작해서 쓴다. 장진영 기자

눈노의 작업에는 맞는 부품을 구할수가 없어 3D 프린터로 제작해서 쓴다. 장진영 기자

작품에 사용되는 음악도 직접 작곡한다. 장진영 기자

작품에 사용되는 음악도 직접 작곡한다. 장진영 기자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상상을 눈앞에 보여주고 싶어요.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상상들을 실현하는 데서 행복을 느낍니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건 재미없거든요. 가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가평문화예술회관에 전시된 쿠오레와 함께한 눈노. 장진영 기자

가평문화예술회관에 전시된 쿠오레와 함께한 눈노. 장진영 기자

이탈리아 출신 론조니 파비오(왼쪽)는 눈노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가평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 가운데는 눈노, 오른쪽은 아내 이지화씨. 장진영 기자

이탈리아 출신 론조니 파비오(왼쪽)는 눈노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가평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 가운데는 눈노, 오른쪽은 아내 이지화씨. 장진영 기자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물었다. “어렵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게 좋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솔루션을 찾아 나가는 데서 희열을 느끼거든요. 새로운 걸 같이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함께 작업하자고 러브콜을 보내고 싶어요. 워너원의 무대처럼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기회가 또 온다면 좋겠어요. BTS의 무대라면 많은 영감을 신나게 표현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사진·글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영상제공 미켈레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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