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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CVID 지지…한반도 ‘피스 메이커’ 역할하겠다

문 대통령 북유럽 3국 순방…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익재 기자]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익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16일 북유럽 3개국을 순방한다. 핀란드가 첫 방문국이다. 중립국인 핀란드는 북핵 문제에도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나라다. 지난해 3월에는 수도 헬싱키에서 미국과 남북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1.5 트랙(반관반민) 대화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해 헬싱키서 북·미 대화 중재
국제적으로 핵 통제는 매우 중요

대북 인도적 지원은 찬성 입장
비핵화·제재 완화 함께 이뤄져야

사회적 평등 이뤄야 행복한 국가
핀란드 새 정부 여성장관 더 많아

한국과 IT 분야 등서 폭넓게 협력
인재 유치 위해 비자 빨리 내줄 것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도 북핵 문제와 한국과의 경제 협력 등에 관심이 많은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6일 헬싱키 대통령 관저에서 진행된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이와 관련된 역할을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순방에 앞서 니니스퇴 대통령을 현지에서 만나 양국 협력 강화 방안과 북핵 문제에 대한 견해 등을 들어봤다.
  
원자력은 신재생 에너지와 다리 역할
 
문 대통령과 어떤 의제들을 논의할 건가.
“우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문 대통령과 경제·평화·환경과 교류 확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우리는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양국이 기술을 교류하고 공유하면 서로에게 큰 이익이 될 거다. 이번 회담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제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양국 기업들의 협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믿는다. 또한 문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선정된 핀란드의 비결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을 텐데 우리의 경험도 기꺼이 공유하겠다.”
 
핀란드는 ICT 분야의 세계적인 강국이다. 노키아 몰락 후 최근 들어 스타트업 육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핀란드는 과거 ‘노키아의 나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젊은 세대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예전엔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취업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엔 ‘기업가’로의 성장을 꿈꾸는 청년들이 크게 늘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무기로 성공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거다. 이처럼 젊은 세대의 문화가 바뀌면서 스타트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ICT 인재 수요가 크게 늘면서 한국 등 해외 인재 유치에도 적극적인데.
“이미 ‘탤런트 부스트(Talent Boost)’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젊은이들이 대상이다. 이들이 워킹 비자를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관련 프로세스도 살펴볼 것이다. 문 대통령과 인재 유치 문제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상호 투자는 어떤 분야가 유망할까.
“큰 수요가 있다면 어떤 분야라도 상호 투자가 가능할 것이다. ‘클린 테크(환경 기술)’가 대표적이다. 깨끗한 물을 생산하고 공해 물질을 줄이는 기술과 관련해 협력할 여지가 크다. 한국이 다양한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협력은 언제든 환영한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한 행사장에서 국기를 흔들고 있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한 행사장에서 국기를 흔들고 있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핀란드 디자인 산업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디자인 분야가 발달한 배경은.
“우리는 전통적으로 디자인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디자이너에 대한 사회적 평판도 상당히 높다. 이는 노르딕 문화 덕분이기도 하다. 북유럽 사람들은 ‘아름다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창의적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작품을 좋아하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프로세스도 지지할 것이고 또 최대한 기여하길 원한다.”
 
핀란드는 ‘피스 메이커’ 역할을 맡아 왔다. 지난해 미·러 정상회담도 주선했는데,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의향은 없나.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면서) 외교는 필요한 상황이 됐을 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if needed) 언제든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
 
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북한은 오랫동안 핵을 개발해 왔다. 국제적으로 핵 무장을 통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비핵화와 제재 완화 선후 논란이 뜨겁다.
“기본적으로는 동시에 함께 가야 한다. 하지만 제재 해제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한반도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북·미는 먼저 양보하라며 대립하고 있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말로 대신하겠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계속할 것인가.
“이제 막 연립정부가 구성된 만큼 새로 출범한 정부가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핀란드는 인도적 지원에 찬성해 왔다.”
 
북한 비핵화가 궁극적으로 가능할까.
“우리 모두 비핵화가 반드시 실현되길 원해야 한다. 아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학에 ‘세종학당’ 개설, 한국어 인기
 
핀란드는 삶의 질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2019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였다. 한국은 54위다. 핀란드가 1위로 뽑힌 비결이 궁금했다.
 
“핀란드는 약 100년 전 내전을 겪었다. 심각한 사회 분열을 경험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지금은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됐다. 행복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일단 서로를 신뢰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신뢰하면 자신도 신뢰받을 수 있다. 또 행복을 위해선 사회적 평등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평등하다고 느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 소외되지 않고 사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늘 가질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핀란드는 성평등으로도 유명한데.
“실례로 새로 구성한 연립정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장관직을 차지했다. 이는 인위적인 게 아니라 개인 능력에 따른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국에선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 논란이 있다. 핀란드는 현재 4기를 가동 중이고 2기를 추가로 건설 중인데.
“독일은 원자력 발전을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석탄 사용이 늘었고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도 더 많이 수입하고 있다. 우리는 원자력 발전이 현재와 신재생 에너지 시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자력 발전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미다.”
 
핀란드 정부가 2017년부터 추진 중인 ‘핀젠(FinnGen) 프로젝트’가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다. 2023년까지 국민의 10%가량인 50만 명의 유전자를 수집·분석하겠다는 건데 목적이 뭔가.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게 목적이다. 질병 발생의 배경을 더 많이 알수록 치료는 그만큼 쉬워진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어떤 질병에 잘 걸리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다면 이 분야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세종학당도 북유럽 국가 중 처음 들어섰는데.
“지난해 투르쿠대학에 설립됐다.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에는 유럽 국가들의 언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한다. 양국 관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인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처음 한국을 방문한 게 1990년대 후반이었다. 한창 성장하는 과정에 있었는데 이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한국인들은 아주 열심히 일하고 바쁜 일상을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과 행복한 미래를 함께 나누고 싶다.”
 
국회의장 등 요직 두루 거쳐…지난해 대통령 연임
사울리 니니스퇴(71) 대통령은 2012년 3월 제12대 핀란드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대통령 임기는 6년. 핀란드는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어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을 책임지고 총리는 내정에서 권한을 갖는다.
 
1977년 핀란드 살로시의회 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한 뒤 그동안 국민연합당 대표, 법무장관, 재무장관, 부총리, 국회의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유럽투자은행 부회장과 핀란드 축구협회장도 지냈다.  
 
책을 많이 읽는 대통령으로 알려진 그는 2017년엔 미국인 작가 폴 오스터와 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한 서점에서 인터뷰를 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초에는 영부인 옌니 엘리나 하우키오(42)와의 사이에서 늦둥이 아들을 보기도 했다. 이들은 2009년 결혼했다.
 
헬싱키(핀란드)=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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