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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시간은 없다, 상대적 흐름일 뿐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카를로 로벨리 지음

높은 산 평지보다 빠르게 흘러
시간의 유일성 관념 신화일 뿐
‘현재’라는 시간도 확정 어려워
우리 가까이 있는 거품에 불과

이중원 옮김
쌤앤파커스
 
과거-현재-미래.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시간의 문법’이다. 영어나 다른 외국어의 동사 시제 변화를 익히느라 고생도 많았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문법에 딴지를 건 책이 나왔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이다. ‘제2의 스티븐 호킹’이라 불리는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과거-현재-미래 구분법에 대해 “이는 매우 복잡한 세상의 실제 시간 구조에 대해 말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단정한다. 도대체 우리의 ‘확고한’ 문법이 왜 틀렸다는 걸까.
 
이 책의 원제목은 『시간의 질서(The Order of Time, L’ordine del tempo)』다. 하지만 정작 내용은 역설적으로 정반대다. 우주 본래의 원초적 시간에는 순서나 질서, 그리고 흐름이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어디에서나 균일하게 흐르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증명된 사실이다. 미세하기는 하지만 낮은 평지보다 높은 산에서 시간은 더 빨리 흐른다. 지구 등 모든 물체는 자기 주위의 시간을 더디게 만드는데 산이 평지보다 지구 중심에서 더 떨어져 있어서다.
 
한 명은 제자리에 있고 다른 한 명은 걸어 다닌다고 할 때 후자 쪽의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른다는 것도 사실이다. 시간이 질량뿐 아니라 속도 때문에 늦춰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장소에서의 시간도 하나로 공통적이지 않지만 한 장소에서의 시간도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의 유일성에 대한 신화는 이미 깨졌다.
 
시간은 과거-현재-미래 순으로 흐르지 않는다. 상대적인 시간관이 표현된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중앙포토]

시간은 과거-현재-미래 순으로 흐르지 않는다. 상대적인 시간관이 표현된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중앙포토]

우주 곳곳에 잘 정의된 ‘지금’이 존재한다는 생각도 환상이다. 최근 발견된 4광년 거리의 프록시마b 행성에 있는 여동생과 통화한다면 이는 당연히 4년 전의 일일 것이다. 프록시마b 행성에서의 ‘지금’을 따지기는 불가능하다. 하물며 다른 은하의 세계에선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보았듯이 우주에서는 ‘진짜 시간’은 없고, 상대적으로 변화하는 시간이 있을 뿐이다. 우리의 ‘현재’는 우주 전체에 적용되지 않으며 우리와 가까이에 있는 거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시간은 단지 물질들이 만들어 내는 사건 간의 관계이며 이 관계들이 동적인 구조에 나타나는 양상에 불과하다. 그래서 번역서 제목처럼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이쯤 되면 우리는 손목에 찬 시계를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까진 저자가 현대 물리학이 시간에 대해 알아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로벨리는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결합한 ‘루프 양자중력’이라는 개념으로 블랙홀을 새롭게 규명한 우주론의 대가다. 그의 양자중력이론에 대해선 아직 논쟁이 많지만 그는 이를 바탕으로 ‘시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풀어냈다.
 
복잡다단한 물리학 이론을 소개한 이 책은 결코 읽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여기까지(162쪽) 읽는 동안 독자들이 벌써 다 떨어져 나가지 않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로벨리의 설명을 좇아가다 보면 미궁에 빠져드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언가 명확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2014년) 등 그가 지금까지 펴낸 과학책들은 놀랍게도 밀리언셀러가 됐다. 그의 책들에는 과학적 인사이트 못지않게 고품격 문학작품에서나 읽을 수 있는 유려한 문장과 해박한 인문철학적 지식이 철철 넘쳐 흐른다. 시간의 본질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까지는 해소해 줄 것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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