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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분열의 정치 청산은 청와대가 먼저 나서야

현충일을 앞두고 4일 진행된 청와대의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선 5쪽 중 2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이 등장하는 홍보물이 제공됐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손을 맞잡거나 함께 손을 흔드는 모습이었다. 행사장에 참석한 전몰장병 유가족 등은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오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며 “도무지 의도를 알 수 없었다”고 흥분하고 있다.
 

6·25 영령 앞 김원봉 칭송하고
전몰장병 유가족엔 김정은 사진
무신경 넘어 예절잃은 행보일 뿐

막상 현충일엔 문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북한의 6.25 서훈자’ 김원봉을 국군 창설의 뿌리라고 거론했다. 김원봉은 일제 강점기 의열단을 조직해 독립운동에 나섰지만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했고 고위직을 지냈다. 6·25 전쟁 공훈자로 김일성으로부터 최고 수준의 훈장까지 받았다. 현충일은 한국전 때 북한군의 침략을 막다 희생된 호국 영령을 추모하는 날이다. 그런 자리에서 김원봉을 기리고 국군의 뿌리라고 비유했다. 애국 선열과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아마도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고, 극단에 치우치지 않을 때 통합된 사회로 나갈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실제로 추념사엔 그런 발언이 담겨 있다. 원론적으론 반대할 국민이 없다. 보훈을 말하면서 굳이 진보와 보수를 언급한 건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이념적 분열과 갈등을 대통령도 깊이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엔 국무회의 등에서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 시키는 정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건 청와대와 대통령의 이런 태도와 언급이 더 큰 분열과 편가르기의 빌미가 돼 일파만파의 부작용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전 때 침략자들 편에 서서 공을 세운 사람까지 호국영령 앞에서 추켜 세우니 당장 정치권 등에선 ‘빨갱이론’ ‘대통령 하야’ 등의 막말과 분열의 언어가 쏟아진다.
 
더구나 문 대통령의 최근 관련 언급이 분열 정치의 책임을 사실상 제 1야당에게만 돌리는 ‘남 탓’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국민을 편 가르고 갈등을 부채질하는 중심에 청와대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적폐청산을 앞세운 독선·독주의 정치, 소득주도 성장과 남북대화 지상주의 같은 이념 정치, 탈원전과 친노동 등 분열의 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고 정치권의 진영 대립으로 이어졌다는 게 침묵하는 다수의 불만이다.
 
분열의 정치를 청산하고 국민 통합으로 가는 길이 말 만으론 이뤄지지 않는다. 통합된 사회를 지향한다면 그 동안 펼쳐온 국정에 분열을 조장하는 요소는 없었는지 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당연히 청와대부터 편가르기를 자제하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상대방을 적폐와 부역자로 몰아붙이면서 국민 통합을 말한다면 공감을 만들기 어렵다. 더구나 북한의 남침을 막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국군 장병들은 김원봉이 국군의 뿌리라는 대통령의 연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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