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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좋은 기생충, 나쁜 기생충, 그리고…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1. 다른 동물체에 붙어서 양분을 빨아 먹고 사는 벌레. 2.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덧붙어서 살아가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기생충(寄生蟲)의 사전적 정의에서도 볼 수 있듯 ‘기생충’이란 말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
 
어감은 여전히 불쾌하게 들리지만 ‘좋은’ 기생충도 있다. 심지어 우리가 이렇게 ‘기생충’에 열광한 적이 있었던가 싶다.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얘기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극단적인 빈부격차와 양극화 등의 문제를 다룬 이 영화는 가족드라마·코미디·범죄물·공포물 같은 전혀 다른 장르를 거침없이 오간다. 그러면서 웃음에 이은 스릴과 긴장, 비극과 여운을 잘 버무린 덕에 칸 현지에서 환호가 쏟아졌고, 해외 언론의 호평이 이어졌다. 국내에서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봉 후 53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7일 기준). 봉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일상에서 마주치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보고 싶었다”며 “인간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예의를 지키느냐에 따라 기생이 될지, 공생이나 상생이 될지 갈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기생충과 상생 관계인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개봉 이후 스크린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 독과점 논란까지 나올 정도다. 하이트진로와 농심은 영화 기생충과 기생관계와 공생관계의 중간쯤 될 듯하다. 영화 제작진의 요청으로 두 회사의 제품이 작품 속에 등장하면서 덩달아 웃음꽃이 피었다.
 
잠시 웃음을 멈추고 기생충의 사전적 정의에 충실한 (숙주에게) ‘나쁜’ 기생충을 하나 보자. ‘스키스토세팔루스 솔리두스(Schistocephalus solidus)’라는 기생충이다. 촌충의 일종인 이 기생충은 요각류를 중간 숙주로 삼고 큰가시고기를 2차 중간 숙주, 그리고 이 물고기를 잡아먹는 조류를 종숙주로 삼는다. 오직 물새의 내장에서만 알을 낳을 수 있어 배설물과 함께 바깥세상으로 배출된 후에는 물새에게 다시 먹히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당연히 대부분은 성체로 성장하지 못한 채 생을 마치고 일부만 물새에게 먹혀 번식할 수 있다. 사이언스타임즈에 따르면 이름도 이상한 이 기생충은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숙주를 조정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큰가시고기가 물가에서 놀게끔 조종해 물새가 쉽게 잡아먹도록 만드는 것이다.
 
스키스토세팔루스 솔리두스와 같은 기생충은 흔하게 볼 수 있다. 다만 어떤 기생충이라도 절대로 나오지 않아야 하는 곳이 있다. 먹거리를 다루는 식음료 유통점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5일 한 소비자는 홈플러스 동대문점에서 산 생선 초밥에서 ‘이상한’ 기생충이 나왔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장했다. 홈플러스 측은 자연산 광어에서 고래회충이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고래회충은 드물게는 사람의 위벽을 뚫고 들어가 구역질·구토·복통 등을 일으킨다고 한다. 고래회충은 대개 생선 내장에 기생하며, 생선이 죽은 지 오래되면 내장에서 빠져나와 생선 살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래회충을 예방하려면 생선의 내장을 날것으로 먹지 말아야 한다. 홈플러스 측은 “신선도가 떨어지는 생선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고객에게 정중히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날마다 수많은 종류와 수의 먹거리를 다루는 어려움을 인정하더라도 여전히 찝찝함이 가시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해서는 곤란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특히 위생과 안전은 기본 중의 기본이며 고객에 대한 예의다. 봉 감독의 말 대로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기생이 아닌 공생·상생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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