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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유럽의회 선거 그 후…극우·포퓰리즘 세력 EU 예산안 좌지우지?

EU 반대 세력 유럽의회 선거에서 약진…중도세력은 유럽의회 과반수 차지
유럽의회 선거 결과 중도 주류 정당이 퇴조하고 극우·포퓰리즘 정당이 약진했다. 사진은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왼쪽)와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 / 사진:연합뉴스

유럽의회 선거 결과 중도 주류 정당이 퇴조하고 극우·포퓰리즘 정당이 약진했다. 사진은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왼쪽)와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 / 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실존적’ 고민에 빠졌다. 5월 27일 개표가 이뤄진 유럽의회 선거가 계기다. 이 선거에서 EU의 정책과 확대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EU의 존재에도 비판적인 유럽회의주의(懷疑主義·EU에 반대해 탈퇴하자는 주장) 세력이 전체 의석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세포가 내 몸의 넓은 부위에 자리 잡은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유럽희의 2019년 선거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유럽의회의 성격과 정치적 구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회는 EU의 예산심의권과 일부 입법권을 가진 임기 5년의 유럽의회 의원(MEP) 751명으로 구성된다. MEP는 자국의 소속정당과는 별개로 정치 성향에 따라 유럽의회 내부에서 그룹(교섭단체)을 구성한다. 2009년의 유럽의회 결정에 따라 30명 이상의 의원이 모여야 그룹을 결성할 수 있는데 현재 8개가 활동 중이다.
 
중도우파인 유럽인민당(EPP)과 중도좌파인 사회민주진보동맹(S&D),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유럽자유민주동맹(ALDE)가 집권세력으로 유럽의회 정치의 핵심을 맡고 있다. 유럽의회는 전통적으로 이들 중도 세력이 좌우해왔다. 이들에 맞서는 야당은 정치 성향의 폭이 넓다. 보수주의에 경제적 자유주의 성향을 가미한 ‘유럽 보수와 개혁(ECR)’, 친환경 녹색정치를 지향하는 ‘유럽녹색당/자유동맹(Greens-EFA)’, 급진좌파 성향의 유럽연합좌파-북유럽 녹색좌파(GUE/NG)와 2개의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정파가 있다. ‘자유와 직접민주주의의 유럽(EFDD)’과 반이민과 반EU 성향이 강한 ‘국가와 자유의 유럽(ENF)’이 포퓰리즘 정파다. 이들 정파는 대놓고 유럽회의주의를 주장한다. 중도주의에 맞서는 극좌와 극우 세력이 야당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녹색당·유럽자유연합 69석으로 의석 늘려 
2019년 선거 결과 이들의 의석 분포가 조금씩 변했다. 중도 우파인 유럽인민당(EPP)이 기존 217석(2014년 선거가 아닌 2019년 4월 의석 기준)에서 179석으로, 중도좌파인 사회민주진보동맹(S&D)이 186석에서 153석으로 각각 줄었다. 자유주의의 유럽자유민주동맹(ALDE)은 68석에서 105석으로 의석을 오히려 늘렸다. 유럽의회의 집권당 격인 이 세 정파를 합친 의석은 471석에서 437석으로 34석이 줄었다. 그래도 376석 이상이면 과반수이니 이들 중도세력은 여전히 유럽의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며 집권 세력의 위치를 유지하게 됐다. 유럽의회의 전통적인 중도 좌우파 정치는 2019년 선거에서 의석이 줄었음에도 여전히 계속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지난 2014~2019년 회기에는 중도우파 유럽인민당과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 만으로도 403석으로 과반수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2019~2014년 회기에 이들 세력의 위세가 밀린 것은 사실이다.
 
유럽의회의 구성에서 중요한 또 다른 요소는 EU의 존속과 발전, 확대를 추진하는 ‘친EU’ 교섭단체의 세력이다. 이 세 정파는 물론 친환경 녹색정치의 녹색당·유럽자유연합(Greens/EFA)까지 친유럽 세력에 포함된다. 녹색당·유럽자유연합(Greens/EFA)은 이번에 52석에서 69석으로 의석을 17석 늘렸다. 이에 따라 유럽의회에서 전체 친유럽 세력은 기존의 523석에서 506석으로 줄었지만 전체 67.37%를 차지해 여전히 과반수는 물론 3분의 2도 넘었다. 유럽의회 야당 중 녹색당·유럽자유연합(Greens/EFA)을 제외한 나머지 정파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반EU의 EU회의주의 성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유럽의회선거는 이들 반EU 정파의 내부 구성이 의미 있게 변했다. 우선 ‘유럽 보수와 개혁(ECR)’이 76석에서 63석으로, 급진좌파 성향의 유럽연합좌파-북유럽녹색좌파(GUE/NGL)가 52석에서 38석으로 각각 의석이 줄었다.
 
 
이번 선거 결과 유럽회의주의가 목소리를 더욱 높이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회의주의란 유럽연합(EU)으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통합보다 주권을 우선시하거나 인적 이동 자유화에 따른 이민 증가 등에 반감을 나타내는 등 유럽 통합 자체에 반대하는 이념이나 사상이다. 유럽회의주의자들은 EU의 존재 또는 자국이 회원국이 되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강경파와 EU의 존재와 자국의 가입은 지지하지만 개별적인 EU의 정책에 반대하는 연성파로 나뉜다. 유럽회의주의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주권’이다. EU 통합이 개별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든지 제한한다는 주장이다. EU가 국민국가나 국가 주권의 개념과 대립적인 결정을 한다는 비판을 쏟아낸다. 유럽회의주의자들은 EU의 의사결정 과정이 지나치게 관료적이며 비민주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주장도 한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을 아껴 개별 국가의 사회복지에 사용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강경파는 유럽의회 내의 ‘자유와 직접 민주주의’를 대표하며 브렉시트당 등이 여기에 속한다. 연성파는 EU가 각국의 주권을 더욱 제한해 연방제로 가는 방안이나 EU의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개별 국가의 주권과 국익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 보수 개혁주의자’ 그룹이나 ‘유럽연합좌파노르딕 녹색좌파 연합’이 여기에 속한다. 개별 국가에서는 영국 보수당이나 체코의 시민민주당을 비롯한 중도 우파 정당이 이에 속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유럽회의주의 정파 가운데 극우 포퓰리즘 성향으로 분류되는 2개 정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이다. 유럽회의주의를 앞세우는 ‘자유와 직접 민주주의의 유럽(EFDD)’이 41석에서 54석으로 13석을 늘렸고, 반이민과 반EU 성향이 강한 ‘국가와 자유의 유럽(ENF)’이 37석에서 58석으로 21석을 늘리면서 약진했다. 기타 30석, 무소속이 8석을 차지했다. 자국에서 EU 탈퇴를 주장하는 세력으로 이뤄진 EFDD와 EU 정책에 어긋나는 반이민주의로 뭉친 극우 성향의 ENF가 EU의회에서 의석을 78석에서 112석으로 크게 늘렸다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에서 EU의 실존적 고민이 시작된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선 극우 그룹이 제1당에 올랐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의 극우 ‘국민연합’과 이탈리아의 극우 ‘동맹’이 소속한 ‘국가와 자유의 유럽(ENF)’, 폴란드의 극우 성향 ‘법과 정의’가 각각 자국에서 제1당을 차지했다. 프랑스 국민연합은 74석의 프랑스 몫 유럽의회 의석 중 22석을, 이탈리아의 동맹은 73석 중 28석, 폴란드의 ‘법과 정의’는 51석 중 23석을 각각 차지했다. 이 세 정당은 반이민을 외치는 극우 성향일 뿐 아니라 자국의 EU 탈퇴를 주장해온 유럽회의주의를 내세운다.
 
 
유럽 곳곳에서 극우 세력 약진
영국에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내세운 대표적인 유럽회의주의파인 브렉시트당이 전체 73석 중 29석을 얻어 제 1당에 진출했다. 이 당의 대표인 나이젤 파라지는 당원도 조직도 없이 후원금만으로 선거운동을 했으며, 공약도 ‘브렉시트’ 단 하나였다. 파라지는 영국 하원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전력이 있는 인물로 2014년 유럽의회 의원에 당선해 그 신분으로 정치 활동을 해왔다. 영국이 이번 회기 중 EU에서 탈퇴하면 영국 출신 유럽의회 의원들은 신분을 상실하며, 유럽의회 의석도 751석에서 705석으로 줄게 된다. 독일에선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가 전체 96석 중 11석을 확보해 제4당의 위치에 올랐다. AfD는 이번에 세력을 크게 불린 극우 포퓰리즘 정파인 ‘자유와 직접 민주주의의 유럽(EFDD)’ 소속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극우 포퓰리즘 정파가 힘을 합치게 되는 경우다. 현재로선 군소 정파의 위치지만 힘을 합치면 모두 112석으로 유럽의회에서 전통의 정파인 중도 좌파와 중도 우파에 이어 자유주의 세력을 누르고 실질적으로 제3당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유럽의 정치적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유럽 정치가 극우 포퓰리즘 정당에 휘둘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포퓰리즘 연대는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실제로 ‘동맹’의 살비니 대표는 ‘애국파’로 불리는 유럽 극우파 세력을 연대해 유럽의회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수시로 밝혀왔다. 살비니의 극우 정당 결집 전략은 단순하다. ‘반(反)이민’을 공동 정책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잘 사는 서유럽 국가이든,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중·동유럽 국가든 포퓰리스트들은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주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반이민은 이들의 공통분모다.
 
 
이런 반이민을 기치로 내세울 경우 각국에서 서로 다른 조건 속에서 제각각의 정책을 내세우며 흩어졌던 유럽의 극우 성향 정당들을 하나로 결집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게 살비니의 주장이다. 프랑스 국민엽합의 르펜 대표도 살비니에게 호응해 극우 세력 결집을 외쳐왔다.
 
 
이들이 세력을 모을 경우 유럽 각국과 유럽의회의 정당과 정파가 ‘친이민’과 ‘반이민’으로 선명하게 정책적으로 분열될 수 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두발 짐승은 나쁘고, 네 발 짐승은 좋다’는 구호처럼 세계를 적과 아군으로 나누고, 동지애를 발휘할 대상과 증오심을 가속화할 대상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전선을 선명하게 구분할 경우 극우 포퓰리스트들은 유럽 각국과 유럽의회 정치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위험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이런 위험한 시나리오가 점점 더 현실에 다가서고 있는 신호탄이다.
 
 
살비니와 르펜은 극우파의 국제 동맹체를 구성해 유럽의회 장악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살비니의 ‘동맹’은 지난해 이탈리아 총선에서 하원 630석 중 125석, 상원 315석 중 58석을 차지했다. 광역지자체 단체장 20명 중 4명, 지역의회 의원 897명 중 115명을 각각 확보했다. 이를 통해 ‘5성 운동’ 등과 손잡고 지난해 6월 이탈리아 연립정부를 구성해 이를 주도하고 있다. 자신은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맡았다. 극우파에 대한 견제로 총리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중의 인기로는 이미 총리급이다. 르펜은 2017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21.30%로 2위를 차지해 24.01%를 차지한 에마뉘엘 마크롱과 함께 2차 결선투표까지 진출했다. 전통의 좌우파 정당을 모두 물리친 결과다. 르펜은 결선투표에선 33.90%를 득표해 66.10%를 얻은 마크롱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프랑스 정치에서 극우 포퓰리즘의 위력을 새삼 확인시켰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르펜과 국민연합은 자신의 존재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결집을 통해 노리는 것은 EU의 예산안 심의에 입김을 불어넣는 일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5월 확정된 EU의 2021~2027년 예산 초안은 모두 1조2790억 유로(약 1650조원)에 이른다. EU는 7년 예산안을 한꺼번에 짠 뒤 매년 집행하는데 2014~2020년 회기의 예산 1조유로보다 약 28%가 늘어났다. 대테러 예산을 비롯한 안보와 보안 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다 끊임없이 증가하는 난민 대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청년 일자리 대책 등에도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할 처지인데 이렇게 딴 곳에 예산을 대거 투입하다보니 불만이 없을 수 없다.
 
 
게다가 각국의 부담도 더 늘게 됐다. 브렉시트로 한 해 약 120억 유로의 세입이 줄어들 예정임에도 집행할 예산을 더욱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규모가 작고 사정도 좋지 않은 중·동유럽 국가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경제 강국이 증가한 예산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더라도 중·동 유럽 국가들도 분담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가뜩이나 극우파가 세력을 확대하는 유럽에서 반EU 정서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살비니와 르펜이 노리는 유럽의 급소다.
 
 
그렇다면 유럽에서 왜 이렇게 극우 포퓰리즘이 확산하고 있을까. 그 원인으로는 첫째 이민자 증가 등 세계화로 인한 주민들의 피로감, 둘째 대중과 엘리트층, 기층 서민과 기득권층 간의 시각 차이와 사회적·갈등을 꼽을 수 있다. 이상론 때문이건 경제적인 이익 때문이건 지식인층, 엘리트층 주류 정치인, 기업인 등은 EU 잔류를 희망한다. 하지만 대중과 기층 서민은 이상주의자들이 세운 EU가 허울만 좋은 정책으로 자신들의 일자리와 기회, 그리고 기득권을 빼앗는다고 느낀다. 이들은 EU 탈퇴 국민투표나 유럽의회 선거에서 표로써 자신들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한 셈이다.
 
 
중도 좌파·우파에 대한 신뢰 떨어져
이처럼 이번 유럽의회에서 반이민과 유럽회의주의를 내세운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의석을 크게 늘린 것은 유럽이 처한 상황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반영하고 있다. 유럽에선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소득격차가 심화하면서 유럽 각국과 유럽의회를 장악한 집권 세력인 중도 좌파와 중도 우파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일부 국가에선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이민자의 증가 때문에 구직난이 심화한 것이라는 풀만이 팽배해있다. 이런 상황을 자양분으로 삼아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날로 세력을 확대했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나타내왔다. 물론 숫자로만 보면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기존 중도 좌우파 세력의 ‘현상 유지’다. 하지만 세부적인 움직임을 살펴보면 유럽에서 벌어지는 극우 포퓰리즘의 거대한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유럽을 새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는 이유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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