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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칭] 눈은 호강, 머리는 혼란… 박찬욱 <리틀 드러머 걸>

무명배우인 찰리는 정체불명의 남자 가비를 따라나섰다가 이스라엘 정보국 스파이로 활동하게 된다 [사진 왓챠]

변변한 액션 하나 없는 첩보물이지만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는 총질보다 강렬하다. 박찬욱 감독의 연출은 영화 같은 시각적 완성도로 눈을 호강시킨다. 하지만 느리고 치밀하며 나름대로 친절한 초반 전개에도 불구, 끊임없이 굴려야 하는 머리는 좀 아프다. 초반 답답함을 이겨내는 게 정주행의 비결. 


 
출연  플로렌스 퓨(찰리 역), 마이클 섀넌(마틴 쿠르츠 역),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비 베커 역)
감독  박찬욱  
등급  19세 이상          
관람  왓챠플레이        
평점  IMDb 7.4 로튼토마도 95% 에디터 쫌잼
 

이런 사람에게 추천
-박찬욱 영화 좋은 사람
-남의 나라 역사 관심 있는 사람
 
이런 사람에게 비추
-박찬욱 영화 싫은 사람
-액션 없는 첩보물 못 참는 사람  
 
줄거리
영국의 무명 배우 찰리는 극단과 함께 떠난 그리스 여행에서 정체불명의 남자 가비에게 빠져든다. 하지만 가비는 이스라엘 정보국 요원으로 찰리를 팔레스타인 조직에 심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었다. 찰리는 황당한 상황에 극한 거부반응을 보이지만 쿠르츠와의 대화를 통해 점차 흥미를 느끼게 된다. 가비의 지도 속에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원의 애인으로 위장한 찰리는 조직 깊숙이 침투하는데…
 
홍해처럼 갈리는 호불호  

찰리와 가비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 [사진 왓챠]

중간이 없다. IMDb 같은 유명 사이트의 평가를 보면 그렇다. 최고거나, 최악으로 양분된다. 반면 국내에서 감독판을 독점으로 시청할 수 있는 왓챠플레이는 대체로 호평(4.2점) 일색이다. 미장센이나 색감, 카메라 앵글 등을 이유로 드는 전문적 식견을 갖춘(듯한) 사용자들이 ‘역시 박찬욱’이라는 호평을 쏟아낸다. 실제로 찰리가 가비와 함께 한밤 파르테논 신전 앞에 앉아있는 장면은 아찔하게 아름답다. 
 
악평은 영국의 신성 플로렌스 퓨나 스웨덴 국민배우 스카스가드 등 어벤저스급 캐스팅에 비해 극 전개가 실망스럽다는 불만이다. 2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너무 느린 전개. 실제로 6편의 에피소드 중 1편과 2편은 대부분을 인물의 관계, 소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4편을 넘겨 이제 좀 진행되나 싶어도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교차편집)가 이어진다. 여기에 찰리가 이스라엘 정보국에 협력하는 동기나 이유가 원작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원작 '리틀 드러머 걸' 
스파이소설의 대가인 존 르카레는 동명의 소설을 1982년에 발표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한창이던 시기에 민감한 주제를 다룬 셈이다. 르카레는 '작가노트'를 통해 이 책을 쓰기 위해 팔레스타인 사령관부터 이스라엘 정보국 요인까지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취재하고 인터뷰했다고 밝혀 철저한 고증을 거친 작품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만큼 많은 인물과 배경이 등장한다. 40년 후 만들어진 드라마는 최대한 원작을 존중했지만 적잖은 인물은 생략했다. 
 
와칭(watchin')
와칭(watchin')은 중앙일보 뉴스랩이 만든 OTT 전문 리뷰 서비스입니다. 넷플릭스 리뷰만 모아놓은 곳, 믿을 만한 영드·미드 추천을 찾으신다면 watching.joins.com으로 오세요. 취향이 다른 에디터들의 리뷰를 읽고, 나만의 리뷰도 남겨보세요.

주의! 여기부터 스포일러 있음   

 
영국이 뿌린 분쟁의 씨앗
이스라엘 건국을 둘러싼 팔레스타인과 유대인의 분쟁은 100년 전 영국이 뿌려놓은 씨앗에서 비롯됐다. 원작에서 찰리는 팔레이스타인 조직으로부터 유대인 교수를 폭살하라는 지시를 받고 독일(프라이부르크)로 넘어간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은 이 무대를 영국으로 옮겨왔다. 분쟁의 시발점에서 마지막 테러를 감행하는 게 논리적이라는 계산이었을까. 테러를 앞두고 영국의 픽턴 총경이 쿠르츠에게 하는 말은 더 선명하다.  
 
“밸푸어 경은 간단하게 선언 하나로 이스라엘을 만들었어요. 오만은 늘 비극을 부르죠.”
 
실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밸푸어 선언’으로 시작되었다. 영국의 외무장관이었던 아서 밸푸어가 1차 세계대전 중인 1917년 유대인의 부호 로드쉴드에게 서한을 보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의 민족국가를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영국은 바로 전년까지 맥마흔(영국 고등판무관) 선언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국가의 독립을 약속했었다. 두 선언 모두 적국이었던 오스만제국을 쓰러뜨리기 위한 술수였다.  
 
모호한 선악 경계
찰리는 평소 정치포럼에 참석, 시오니즘을 반대하는 입장을 가졌던 것으로 묘사된다. 그런 찰리의 변화는 설명하기 쉽지 않다. 위험천만한 일인데 쿠르츠가 별다른 대가를 제공하는 것 같지도 않다. (이 부분은 원작과 다른데, 소설에서 쿠르츠는 금전적 대가와 캐스팅 기회를 제안한다.) 찰리가 가비와 뜨거운 사랑에 빠지는 것은 나중이어서 모사드와 협력하는 이유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작품은 그녀의 과감하고 모험심 강한 성격으로 설명하는 것 같다. 어쨌든 싸구려 극장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연기를 하는 따분한 생활보다 훨씬 흥미진진한 삶에 이끌렸으리라는 것. 
 
하지만 찰리는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를 오가면서다. 실제로 칼릴은 극악무도하기보단 따뜻하고 섬세한 테러리스트였고, 캠프에서 만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더없이 순수했다. 냉철한 요원 가비는 찰리를 끊임없이 사지로 내몰면서도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상기시키며 '내키지 않으면 하지 말아라'고 한다. 모순과 부조화로 가득 찬 세상으로 빨려 들어간 찰리는 묻는다. 
 
"당신은 누구죠? 난 누구예요?"(찰리가 가비에게 하는 마지막 대사)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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