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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봉 후폭풍, 與 "억지로 생채기" 野 "역사적 막말"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김원봉 언급'이 7일 정치권을 강타했다. 야권에선 "비상식의 극치"라며 문 대통령을 강하게 성토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다.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 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됐다"고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6ㆍ25 참전용사 호국영령의 숭고한 헌신을 기리는 현충일에, 남침을 주도한 김원봉을 언급한 건 매우 부적절했다.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우리 정치를 계속 싸움판으로 부추기기 위해 보수우파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을 하고 있다. 분열과 갈등으로 내 편, 네 편을 갈라치는 정치”라고 비판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국가보훈처 자료집에 수록된 김원봉의 북한 훈장 수여 사실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권의 존재 자체가 대한민국 국민과 나라를 지킨 유공자들에게 너무도 가혹한 고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월 1일 국가보훈처가 주최한 김원봉 서훈 토론회 자료집 17페이지에 실린 1952년 3월 19일자 북한 노동신문 기사. 김원봉 국가검열상에게 조국해방전쟁(6ㆍ25전쟁)에서 공훈을 세운 공로로 노력훈장을 수여한다는 내용이다. [국가보훈처 자료집 캡처]

지난 4월 1일 국가보훈처가 주최한 김원봉 서훈 토론회 자료집 17페이지에 실린 1952년 3월 19일자 북한 노동신문 기사. 김원봉 국가검열상에게 조국해방전쟁(6ㆍ25전쟁)에서 공훈을 세운 공로로 노력훈장을 수여한다는 내용이다. [국가보훈처 자료집 캡처]

 
지난 4월 발간된 보훈처 자료엔 1952년 3월 19일자 노동신문 기사가 수록돼 있다. “조국의 통일 독립과 자유를 위하여 미제의 략탈자(약탈자)들과 그 주구들을 반대하는 정의의 조국해방전쟁(6ㆍ25전쟁)에서 공훈을 세운 정권기관 및 당 단체 지도일꾼들에게 공화국 훈장을 다음과 같이 수여한다”며 “로력(노력)훈장 김원봉 국가검열상(감사원장 격)”이라는 내용이다.  
 
김무성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원봉은 우리 민족사의 최고의 불행이자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김일성과 같이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다른 의원들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게 웬 역사적 막말인가”(김영우 의원), “대한민국 정체성 허무는 일을 중단하라”(김진태 의원), “김일성도 항일운동을 했으니 훈장을 줘야 하나”(김학용 의원) 등 추념사를 강하게 성토했다.
 
이같은 비판 대열엔 바른미래당도 가세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원봉 선생에 대한 개인적인 존경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는 월북 후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것은 물론 김일성으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사람”이라고 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도  “3ㆍ1절이나 광복절도 아니고 하필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날 김원봉을 언급한 것은 호국영령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고, 하태경 최고위원은 “김원봉이 국군의 뿌리라는 것은 전두환이 민주당의 뿌리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야권이 김원봉의 해방 이후 친북활동과 6·25 남침에 초점을 맞췄다면, 여권에선 해방 전 항일 운동을 강조하며 방어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제64회 현충일 추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제64회 현충일 추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메시지는 우리 역사의 통합과 국민 사회의 통합을 향한 메시지였다. 한국당은 이를 억지로 생채기 내면서 분열의 메시지로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보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한국당 등이 반발하는 것은 김원봉과 같은 이들을 때려잡던 노덕술류 친일파들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항변하는 것이며, 자신들의 뿌리가 친일파에 있다는 것을 자백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파란만장했던 김원봉의 삶을 오늘의 좁은 정파적 시각으로 해석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의 공과는 있는 그대로 평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틀째 해명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현충일 추념사 핵심 메시지는 애국 앞에 보수 진보 없다, 정파와 이념 뛰어넘어 통합으로 가자는 취지"라며 "그 취지에 대한 역사적 사례로 (김원봉을) 말씀하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마치 약산 김원봉 선생이 한미관계의 뿌리라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역사적 평가는 역사학에서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원봉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과거 건국절 논란처럼 이른바 '역사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학계에선 대체로 김원봉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 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사안에 정치권이 먼저 나서서 옳고 그름을 평가하겠다는 건 결국 이념 싸움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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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