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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칭]영화 기생충, '수석'을 해석하는 방법

영화 '기생충'.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은 자기 자신을 비추는 거울 같은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이 영화는 내가 무엇에 더 다양한 지식을 가졌는지, 내가 무엇에 무지한지, 내가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에 반응하는지를 판별하는 훌륭한 리트머스가 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살아있는 무생물
영화 기생충에서 제가 주목한 지점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캐릭터들뿐만 아니라 그 캐릭터들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장치들입니다. 영화에서 미장센이란 영화의 무대나 등장인물들의 배치, 공간을 채우는 조명과 소품 등을 의미합니다. 이는 우리가 보고 있는 제한된 영화의 화면을 어떻게 보여주느냐를 결정하게 되며 감독은 이 미장센을 통해 같은 이야기를 전혀 다르게 보여주는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영화 기생충에 대한 해석이 다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장센이 굉장히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고 잠시 단순하게 등장하는 소품도 모두 사회적, 철학적, 미학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 가장 의미 없는 것 같으면서 사실 중요한 의미가 담긴 소품은 기우의 친구인 민혁이 선물한 돌(수석, 산수경석)입니다.   
와칭(watchin')

와칭(watchin')은 중앙일보 뉴스랩이 만든 OTT 전문 리뷰 서비스입니다. 넷플릭스 리뷰만 모아놓은 곳, 믿을 만한 영드·미드·영화·다큐 추천을 찾으신다면 watching.joins.com 으로 오세요. 취향이 다른 에디터들의 리뷰를 읽고, 나만의 리뷰도 남겨보세요.

 
 

아래부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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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이 나에게 붙었다"

영화 '기생충'. 박사장네 과외교사로 들어간 기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민혁의 할아버지는 그 수석이 행운과 재물을 가져다줄 거라고 말하지만 결국 이 돌은 모든 참극의 방아쇠 역할을 하게 됩니다. 초반에 기우는 이 돌을 보고 "이거 진짜 상징적이다"라고 말합니다. 
 
후반에 침수 피해로 기우의 가족이 대피소에 몸을 뉠 때 기우는 아버지인 기택에게 "수석이 나에게 붙었다"고 말합니다. 이때부터 기우는 수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기존에 논리적이었던 모습이 사라진 채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돌은 기우의 논리적인 생각을 빼앗고 맹목적인 살인본능에 눈뜨게 하며 결국 돌을 만진 사람들(기우-기택-근세)이 타인을 살인하게끔 분노를 폭발시키는 매개체가 됩니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그러한 참극 속에서 버려졌던 돌이 끝내 다시 기우에게 돌아온 것입니다. 돌은 숙주였던 기우를 크게 상처입히고 기우가 가장 자신만만해 했던 영민함을 빼앗았으며 각각 행복했던 두 가정을 무너뜨렸습니다. 그 후 기우에게 다시 돌아와 자신이 태어난 산의 냇가로 돌아가게 됩니다.
 
기생충을 닮은 수석 

영화 '연가시' 주인공 재혁(김명민). [사진 오죤필름]

움직이지 못하는 돌이 돌고 돌아 자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마치 자연의 섭리, 기생충들의 생태와 닮았습니다. 생물로서 기생충은 이동 거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숙주를 찾아 기생하며 독특한 방식으로 생명을 연장합니다. 
 
기본적으로 기생충은 회귀본능이 강한데 2012년 개봉했던 영화 <연가시>에서 연가시는 숙주의 몸에 기생하며 물을 갈구하게 하고 숙주를 강으로 인도해 죽음으로 내몹니다. 결국 물에 다다른 연가시는 번식 후 다른 숙주를 찾게 됩니다. 다른 기생충들도 이와 비슷합니다. 대부분 숙주와 공생하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숙주를 이끌고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 
영화 '기생충'.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에는 다양한 메타포로 기생충에 대한 묘사가 들어가 있으며 박사장 또는 박사장의 집이라는 숙주를 통해 어떤 기생관계가 엮여 있는지 보여주지만 결국 직접적인 기생충의 생태를 보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생명이 없는 돌, 즉 민혁이 기우에게 가져다준 수석입니다. 결국 영화 기생충에서 모든 이야기의 시작을 만들고 끝을 맺는 것은 복과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산수경석(돌)입니다.
 
무생물에 감염된 인간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언제나 이 무생물들에게 조종당합니다. 돈, 집, 옷, 차, 카스테라 등등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이 아닌 모든 환경적 요소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간을 감염시키고 생각과 행동을 지배합니다. 영화 기생충은 이렇듯 생물(생명체)을 제외하고 보면 전혀 다른 해석의 지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봉준호 감독이 왜 디테일에 있어 장인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글 = 김광혁·와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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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