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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얼마나 자주 전하고 있나요

기자
박혜은 사진 박혜은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50)
일 년 전 즈음 결혼식을 올린 후 얼마 전 한 아이의 아빠가 된 후배를 만났다. 후배는 아내에게 하루에도 몇 번을 "미안합니다"라고 한단다. [사진 unsplash]

일 년 전 즈음 결혼식을 올린 후 얼마 전 한 아이의 아빠가 된 후배를 만났다. 후배는 아내에게 하루에도 몇 번을 "미안합니다"라고 한단다. [사진 unsplash]

 
일 년 전 즈음 결혼식을 올린 후 얼마 전 한 아이의 아빠가 된 후배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특히 아이가 생긴 후 하루에도 몇 번을 아내에게 하게 되는 후배의 단골 멘트가 “미안합니다”라는 이야기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임신, 출산 후에는 많은 것이 달라지게 마련이죠. 후배는 심리적으로도 변화가 심한 아내에게 그 말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더랍니다. 미안하다는 말도 습관적으로 하게 되면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에게도 진정성이 떨어지니 잘 쓰자는 말을 남기며 헤어졌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관계를 위해 특히 부부관계에서 잊지 말고 건네길 권하는 말로 이렇듯 ‘미사고’를 자주 말합니다. 아주 흔하게 듣는 말이지만 사실 이 흔한 말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 당연함은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때 가능한 말은 아닐까요? 아내라면 남편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있다면 알면서도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 말입니다.
 
이근후 정신과 교수는 50년 넘게 환자를 진료하며 반복되는 싸움으로 찾아오는 많은 부부를 만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가 만난 부부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이 사람은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같은 문제로 다툽니다"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 절대로 안 바뀌어요. 지금까지 참고 산 제가 바보죠"
 
이렇게 생각하는 부부라면 문제가 생겼을 때 ‘또 시작이네~’라는 말이 바로 떠오를 겁니다. 배우자를 ‘바뀌지 않는다'는 고정된 틀에 담아두고 판단하는 거죠. 이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 시간을 두고 오랫동안 굳어온 습관적인 생각을 고치기 위해서는 서로가 의식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 문제인 셈이죠. 그리고 상대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에는 나는 맞고 너는 다르다는 생각이 대게 기본적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부싸움을 하는 남편과 아내의 대화를 듣다 보면 "네가 나한테 해준 것이 뭐가 있는데?" 라는 말을 곧잘 듣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문득 '부부는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 photoAC]

부부싸움을 하는 남편과 아내의 대화를 듣다 보면 "네가 나한테 해준 것이 뭐가 있는데?" 라는 말을 곧잘 듣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문득 '부부는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 photoAC]

 
부부싸움을 하는 남편과 아내의 대화를 듣다 보면 “네가 나한테 해준 것이 뭐가 있는데?” 혹은 “네가 뭐 한 게 있는데?”라는 말을 곧잘 듣게 됩니다. 이러한 대화가 등장하는 다양한 상황과 이유가 있겠지만 한 것 혹은 해 준 것도 없으면서 이래라저래라 잔소리하지 말라는 의미로 들립니다. 문득 ‘부부는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 존재인가?’ 혹은 ‘무언가를 해주지 못해 미안해야 하는 존재인가?’ 생각합니다.
 
요즘 SNS를 보면 의미 있는 일을 공유해서 확대하고자 하는 캠페인성의 릴레이 게시가 이어지곤 합니다. 누군가에게 지목을 받게 되면 나 역시 같은 내용을 공유하고 이 글을 이어줄 또 다른 친구를 소환하게 되죠. 제 남편의 경우 SNS를 즐기지 않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신상을 알리는 것에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죠.
 
얼마 전 주말 저녁이었습니다. 릴레이 게시의 지목을 받았던 저는 마침 옆에 있던 신랑에게 본인을 소환해도 되겠냐고 물었습니다. 남편은 당연히 싫다고 하겠지 하며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한 질문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정색하며 싫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오기가 생깁니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이냐며 제 말을 이어갑니다. 머릿속에서는 남편의 불편함을 예상하면서도 생각과는 다른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를 돌아보며 생각합니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것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무언가를 더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말이죠.
 
얼마 전 남편이 결혼 후 일본에 사는 친구도 만날 겸 일본 여행을 떠나도 되겠냐고 물었다. 함께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두 번 묻지 않고 흔쾌히 괜찮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얼마 전 남편이 결혼 후 일본에 사는 친구도 만날 겸 일본 여행을 떠나도 되겠냐고 물었다. 함께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두 번 묻지 않고 흔쾌히 괜찮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얼마 전 남편이 결혼 후 일본에 사는 친구도 만날 겸 2박 3일간의 일본 여행을 떠나도 되겠냐고 물었습니다. 물론 함께 가고 싶은 생각도 컸습니다만, 두 번 묻지 않고 흔쾌히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누군가는 쿨한 아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고 여행을 좋아하는 저의 성향을 이해해주는 남편에게 저는 결혼 후 충분한 배려를 받고 있음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여느 부부처럼 시시콜콜한 사연이 없기야 하겠습니까만 신혼 때의 우여곡절을 지나며 남편은 늘 '난 제일 먼저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그 말은 고마움과 더불어 나는 그렇게 해주고 있는가 되묻게 합니다.
 
어쩌면 무엇을 해주어야 한다는 마음보다는 서로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상대방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상황상 꼭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더라도 그 과정을 이해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배려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요?
 
신혼생활을 담아낸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한 구혜선, 안재현 부부가 서로 기분이 상하면 어떻게 풀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기억에 남습니다. 구혜선은 기분이 상하면 혼자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타입이지만, 안재현은 그 자리에서 풀어야 하는 타입이었답니다. 정리되고 기분이 나아지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는 아내와 아니 어떻게 우리가 같은 공간에서 그럴 수 있냐며 그 자리에서 해결하길 원하는 남편이 부딪히게 된 거죠.
 
신혼생활을 담아낸 프로그램에 출연한 구혜선, 안재현 부부는 기분이 상할 때 서로 각자 할 일을 한다. 내 입장이 아닌 서로의 방식을 이해해주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중앙포토]

신혼생활을 담아낸 프로그램에 출연한 구혜선, 안재현 부부는 기분이 상할 때 서로 각자 할 일을 한다. 내 입장이 아닌 서로의 방식을 이해해주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중앙포토]

 
잠깐 생각의 환기를 시키고 나서 보면 이성적이 되어 상황을 해결하기 쉬워지는 구혜선과 달리 남편인 안재현은 기다리는 그 시간 동안 서운함이 더 증폭되었던 겁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부부가 찾은 방법은 '각자 할 일 하기'였습니다. 
 
남편은 장을 보러 나가고 아내는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내 입장이 아닌 서로의 방식을 이해해주고 기다려주는 거죠.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겁니다. 작은 일에도 당연함이 아닌 서로에게 미안하고 사랑하고 고마운 것을 느낄 때 가능한 것은 아닐까요?
 
결혼 후 아주 사소한 곳에서 부부는 부딪히게 마련입니다. 긴 시간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 방식을 서로가 이해하려 들지 않으면 결혼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나는 맞고 너는 틀린 생각으로 가득한 부부로 서로가 원래 그런 사람, 절대 바뀌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이 굳어집니다.
 
사람의 모습은 백이면 백 가지니 관계에 대한 정답은 없겠지만 한 블로그에서 행복한 커플이 하지 않는 행동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몇 가지 공감되는 글을 공유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행복한 커플이 하지 않는 행동
[사진 unsplash]

[사진 unsplash]



1.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관계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을 때 제삼자의 조언이 아닌 서로가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가 더 중요합니다.
 
2. 피해자 행세를 하지 않는다.
자기연민 혹은 상황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요구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3. 비난하지 않는다.
상대가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할 경우 왜 그러한지 생각해 보고 안전하게 말하는 방법을 찾습니다.
 
4.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나만의 생각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미루어 짐작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5. 지나치게 공유하지 않는다.
상대가 무방비 상태일 때 나만의 불편한 느낌을 공유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지금 괜찮을까 물어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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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