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주가가 급등하면 바빠진다···수상한 돈냄새 맡는 이 사람

[Web발신]텔**/주중 목표가 1800원/
신재료 발표예정/다음 주 2000원 목표/매집 추천
 
특정 주식의 매수를 추천하며 동시다발적으로 살포된 스팸 문자다.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휴대폰을 뒤집어 놓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다르다.
 
"얼마 전에도 문자가 돌았어요. 주가가 오르자 회사의 특수 관계인들이 수십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죠. 전환사채(CB) 등을 주식으로 바꾼 뒤였거든요. 그 사건은 지금 검찰에서 수사 중입니다."
 
불공정 거래를 잡아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켠 이 사람은 이주영(39) 한국거래소 사이버분석팀 과장이다. 그는 "선의의 투자자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것 하나하나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주영 한국거래소 사이버분석팀 과장이 시장감시용 대형 모니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이주영 한국거래소 사이버분석팀 과장이 시장감시용 대형 모니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2002년 10월 거래소 입사 후 첫 부서가 시장감시본부였다는 그는 "지금까지 시장감시 업무를 맡았던 기간은 총 10년이 넘는다"고 전했다.
 
시장감시 업무는 어떤 일일까. 지난 3월 개봉했던 영화 '돈'을 보면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 '사냥개'란 별명을 가진 금융감독원 직원 한지철(조우진 분)은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이 불공정 거래를 저지르는 '냄새'를 포착한다. 한지철은 대형 모니터와 주변의 제보 등을 동원해 수상한 주가 움직임을 감시한다. 이런 시장감시 업무가 이 과장이 실제로 하는 일이다.
 
이 과장은 "영화 '돈'에 나오는 대형 모니터도 내 책상 위에 있다"며 "모니터에 여러 가지 정보를 동시에 펼쳐 놓고 불공정으로 의심되는 거래를 잡아낸다"고 말했다.
 
그는 "증시가 열리면 갑자기 주가나 거래량이 급등락하는 종목, 수상쩍은 뉴스나 공시가 있는 종목 등을 기본적으로 살핀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주식 투자 카페 등이 활성화되면서 살펴볼 부분이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일부 유사투자자문업자를 '골칫거리'로 꼽는다. 지난 4일 기준으로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유사투자자문업자는 2306곳에 이른다.
 
이들은 자체 홈페이지, 포털사이트의 카페 등을 통해 각종 투자 정보를 유통한다. 이 과장은 이런 정보 중 불공정 거래의 '소스(원천)'로 사용되는 정보가 섞여 있다고 보고 있다.
 
주식매수 추천을 위한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된 대량 문자 메세지. 정용환 기자.

주식매수 추천을 위한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된 대량 문자 메세지. 정용환 기자.

 
그는 "인수합병(M&A), 신사업 진출, 최대주주 변경과 자금조달 소식 등이 불공정 거래의 재료가 될 수 있다"며 "재무구조가 불안하고 영업이 부실한 기업 중 가까스로 상장사 지위를 유지하는 종목이 주로 표적이 된다"라고 말했다.
 
가장 흔한 불공정 거래의 수법은 이렇다. 먼저 회원(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특정 기업에 호재가 되는 소식을 유통한다. 뉴스나 공시를 동원하기도 한다. 그러면 주식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가 오른다. 갑자기 '수상한' 매도세에 주가가 내려간다. 멋모르고 따라간 투자자들은 '폭탄'을 떠안는다.
 
이 과장은 "'이상 급등 종목에 '불나방'처럼 날아드는 투자자들을 왜 보호하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하지만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킨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시장이 불공정 거래 세력에 의해 사기의 대상이 되는 걸 막는 게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불공정 거래의 수법은 점점 다양해 지고 있다"며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거나 검찰 조사까지 마무리된 사례를 심층 연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불공정 거래의 '블랙리스트'도 있다. 이 과장은 "주식 거래 내용 등을 확인해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의 블랙리스트를 관리한다"며 "한 사람이 포털사이트 카페, 1인 증권방송, 별도 인터넷 사이트 등 여러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는 주요 감시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한국거래소 사이버분석팀 과장. 정용환 기자.

이주영 한국거래소 사이버분석팀 과장. 정용환 기자.

 
거래소는 이상 급등하는 종목에 대해 단계별로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 종목 등으로 지정해 주의를 준다. 특정 기업에 대한 소문이 돌면 해당 기업에 조회공시를 요구해 진위를 묻는다.
 
이 과장은 "특정한 주문에 대해 주문자가 기관 투자가인지, 외국인인지, 법인인지 점검할 수 있다"며 "주문자가 호가를 언제 정정하거나 취소했는지, 공매도인지 아닌지 등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권한을 가진 만큼 책임감도 크다"고 덧붙였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