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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리만 보인 고유정···경찰이 얼굴 공개 못한 이유 있었다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 고유정이 고개를 숙이며 조사실을 나오고 있다. 최충일 기자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 고유정이 고개를 숙이며 조사실을 나오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6일 오후 6시 35분쯤 제주동부경찰서 진술녹화실 앞.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여러 차례 나눠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여·구속)이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제주지방경찰청 신상공개위원회가 고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다음 날이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그는 30m쯤 떨어진 유치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고개를 푹 숙였다.
 
신상공개 방침에 따라 마스크, 모자 등을 착용하지 않았지만 긴 머리가 밑으로 떨어지면서 자연스레 얼굴을 가렸다. 신상공개의 핵심인 얼굴 공개가 불발된 것이다. 긴 머리로 얼굴을 감춘 그의 행동의 의도적이었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상당수 네티즌은 분노를 표출했다. 관련 기사 댓글에는 “왜 뜬금없이 정수리 공개냐”(아이디 shpr****), “장난하냐”(gwan****) “머리채를 잡아서(라도) 공개해야”(kdj9****) 등 비판 여론이 상당수였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이 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이 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공보규칙상 제지방안 마땅치 않아
하지만 현재로서는 정수리만 노출하거나, 고개를 푹 숙여 몸을 반으로 접은 듯한 '폴더 공개'를 제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경찰의 신상공개 방법이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 규칙 제16조(특정강력범죄 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를 보면 ‘얼굴을 공개하는 때에는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해서는 아니 되며 얼굴을 가리는 조처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찰 입장에서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가 얼굴이 드러나는 것을 피하려 일부러 고개를 숙여도 손을 놓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주식부자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다운도 고개를 숙였다. [중앙포토]

주식부자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다운도 고개를 숙였다. [중앙포토]

 
주식부자 부모 살인사건 범인도 고개 숙여 
앞서 지난 3월 주식부자 이희진씨 부모를 살해하고 시신을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다운(34·수감)도 고개를 푹 숙여 포토라인 앞에서 얼굴 공개를 피한 적이 있다. 머리가 짧았던 그는 당시 입고 있던 검은색 점퍼 옷깃으로 얼굴을 가리는 데 성공했다. 경찰 호송차에 오를 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나마 김씨는 경찰서를 빠져나가기 전 복도에서 고개를 살짝 든 모습이 한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돼 얼굴이 겨우 공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신상공개는 피의자의 얼굴·이름·나이 등의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경찰이 고개 숙인 피의자의 얼굴을 억지로 들게 할 수는 없다”며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한 측면인데 같은 규칙에 피의자의 초상권 보호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아직 규칙을 개정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상정보 공개 제도는 2009년 발생한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일명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유사 범죄의 재발을 막고,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이듬해 4월 도입됐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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