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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폴더블폰 승부, 월드 퍼스트냐 월드 베스트냐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어떤 제품이나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보도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모두 상품화로 연결돼 매출이나 이익으로 연결됐다면 그 기업은 일류기업 대열에 서 있을 것이다. 사실상 제품의 시연수준인데도 당장 상품화되는 것처럼 발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품 공개 행사에서 깜짝 놀랄만한 뉴스가 있었다. 중국 디스플레이 전문업체 로욜(Royole)이 세계 최초로 폴더블 스마트폰인 ‘플렉스파이(FlexPai)’를 발표했다. 필자는 지난해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린 ‘중국 하이테크 박람회(CHTF)’에서 그 제품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린 끝에 만져본 제품은 실망스러웠다. 제품을 접고 펼 때마다 양손에 힘을 잔뜩 줘야 했다. 뻑뻑한 느낌이고 두껍고 무거웠다. 제품을 서둘러 공개한 느낌을 받았다. 로욜이 세계 최초의 기록을 세웠을지 몰라도 실상은 시제품을 시연한 수준에 그쳤다.
 
삼성은 ‘세계 최초란 타이틀’을 로욜에 내줬지만, 상용화에서는 세계 최초를 노리고 있다. 시연(Demo)과 상용화(Commercial)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시연은 제한된 목표로 세운 기능·성능을 개발하는 것이다. 개발자 입장에서 고려된 일부 기능의 개발이라 할 수 있다. 시연이 개발자 입장에서라면, 상용화는 철저히 최종 고객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제품 사용자 입장에서 다양한 테스트가 이뤄진다. 사용자의 지속적인 사용에 따른 제품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신뢰성 테스트, 제품을 사용하게 되는 지역에서 기능·성능을 검증하는 필드 테스트 등 사용자의 손에서 제품이 받을 수 있는 영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양산(Mass production)은 이보다 더더욱 어렵다. 양산되면 모든 제품에서 일관되게 그 기능들이 동작해야 한다. 시연 수준일 경우에는 몇 개의 시료 중 잘 작동하는 것이 하나만 있어도 그것은 의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용화에서는 모든 시료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시장 1등, 즉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폴더블폰은 신기술과 신소재를 반영한 새로운 폼팩터(Form factor·제품의 디자인이나 모양) 제품이다. 개발 과정 중에 발생한 갤럭시 폴더블폰의 상용화 연기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시간으로 삼으면 될 것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받는다’는 속담이 있다. 애플은 세계 최초 상용화에는 큰 관심이 없을 것이다. 사실상 애플은 스마트폰과 연동한 애플워치를 삼성보다 1년 이상 늦게 상용화했지만, 세련된 디자인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1등을 차지했다. 세계 최초(World First)에서 만족하면 안 되고 세계 최고(World Best)가 돼야 하고, 궁극적으로 세계 시장점유율 1위(World Most)를 해야만 진정한 퍼스트 무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은 세계 최초 상용화에서 세계 시장 1등까지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가격도 낮춰야 하고 두께를 줄이고 무게를 낮추면서 고객의 편의성, 감성 욕구에 기반을 둬야 한다.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와 서비스를 줄 수 있을지를 지금부터 찾아야 한다. 전례를 보면 진검 승부는 세계 최초 상용화 이후에 이뤄진다. 지금부터 3년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포화상태인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돌파할 카드로 폴더블폰이 거론된다. 삼성은 이 분야에서 소재·부품 및 소프트웨어 역량을 모두 갖춘 기업이다. 세계 최초 상용화에 이어 진정한 퍼스트 무버에 도전하길 바란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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