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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발등에 불 떨어진 화웨이 사태, 정부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화웨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저마다 “내 편에 서라”며 가하는 샌드위치 압박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5일 국내 IT업체를 초청해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화웨이)를 선택하면 장기적인 리스크와 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반(反)화웨이 동맹’에 한국이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 정부 인사가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한국이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중국 외교부 입장이 나오자 강력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국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을 직접 압박하는 게 과연 적절한 것이냐는 문제와는 별개로 우리 정부로선 원치 않는 선택의 순간을 예상보다 훨씬 빨리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일본과 영국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은 이미 반화웨이 전선에 참여했지만 한국은 중국 의존도가 워낙 큰 경제 현실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대놓고 미국 편에 서기는 쉽지 않다. 한국이 지난해 화웨이로부터 구입한 장비는 5000억원에 불과한 반면, 화웨이가 한국 기업들에 사 간 부품은 106억5000만 달러(약 12조6000억원)에 달한다. 화웨이가 지난해 전 세계 1만3000개 공급처에서 사들인 700억 달러(82조6000억원)어치 부품 가운데 이번 ‘기술 냉전’의 당사자인 미국 기업에 지출한 110억 달러(13조원)에 맞먹는 수준으로, 지난해 한국이 중국에 수출한 전체 금액의 6.1%에 달한다.  
 
만약 한국이 미국 요구대로 거래를 중단하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LG U플러스뿐 아니라 중국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나아가 한국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016년 사드 악몽을 떠올려 보면 결코 기우가 아니다.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롯데마트가 중국 시장에서 아예 철수하는 등 대중 수출은 7%, 중국 관광객은 60%가 줄어 피해액이 16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의 대(對) 중국 소재부품 수출액은 이보다 훨씬 큰 120조원이라 만약 중국이 소재부품에 보복을 가하면 국내 IT산업이 받을 타격은 재앙에 가깝다.
 
그렇다고 미국의 노골적인 요구를 외면하면 당장 미국의 제재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동맹 간 신뢰가 깨져 안보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진다. 이번 화웨이 사태가 아니더라도 작금의 냉엄한 국제관계 속에서 안보와 경제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가는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트럼프 정부 이후 미국은 경제를 안보와 동맹 이슈로 접근한다. 피해는 최소화하고 국익은 극대화하려면 그 어느 때보다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반화웨이 전선이 갑자기 닥친 천재지변이 아닌 만큼 굳건한 한·미 양국 간 신뢰를 바탕으로 미국 측에 한국 기업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시켜 샌드위치 압박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우리 정부에선 이런 외교적 노력을 감지하기 어렵다. 파국을 막을 물밑작업은커녕 하소연을 들어줄 상대도 없는 외톨이 신세가 아닌지 걱정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미국의 화웨이 퇴출 선언 직후에 열린 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선 남북대화 문제만 중점 논의됐다. 미·중 압박이 한층 거세진 지금도 당장 눈앞에 닥친 미·중 무역전쟁 얘기 대신 대북 지원 소리만 요란하게 흘러나온다. 이러니 정부의 존재 이유를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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