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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롤 세대 아들 욕설에···삼국지 세대 아빠는 소름돋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며 논란이 한창이다. 1990년대 게임을 하고 자란 세대가 자식이 게임하는 것은 못마땅해하면서 세대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중앙포토]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며 논란이 한창이다. 1990년대 게임을 하고 자란 세대가 자식이 게임하는 것은 못마땅해하면서 세대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중앙포토]

“××이냐? 그 스킬을 왜 거기다 써.”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사는 윤모(46)씨는 최근 중학교 3학년생 아들(16)과 게임 때문에 갈등을 겪었다. 주로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아들은 친구들과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에 나간다며 주말에도 4~5시간씩 집에서 게임을 했다. 평소 게임을 하는 것 자체로 혼낸 적 없던 윤씨는 아들이 헤드셋을 끼고 욕하는 모습에 매우 놀랐다. 윤씨는 “나도 스타크래프트, 삼국지 게임을 할 때 부모님과 많이 싸웠다. 게임 자체를 못하게 하니 반발심이 커지더라. 아들과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욕하면서 게임을 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삼국지와 스타크래프트는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PC게임이다.

 
열 살 아들을 둔 임모(45·서울 마포구)씨는 스마트폰 게임에 빠진 아들 때문에 걱정이다. 임씨 역시 어릴 때 게임을 했기에 아들의 게임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 대신 숙제 후 20분으로 시간을 정했다. 임씨는 “요즘 게임을 안 하는 초등학생이 있겠나. 친구들과 어울리려면 게임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러나 막상 하다 보면 20분을 훌쩍 넘긴다. 게다가 게임에서 현질(현금 결제)을 유도해 너무 빠져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인기를 끈 PC게임 ‘삼국지’ 화면.

1990년대 인기를 끈 PC게임 ‘삼국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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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나 스타크래프트 등 PC게임으로 인해 부모와 갈등을 겪고 자란 40대가 자식을 키우며 게임으로 인한 또 다른 갈등을 겪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며 갈등은 더욱 심화하는 모양새다. 부모들은 “나도 게임을 했지만, 요즘 게임 문화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헤드셋을 이용한 게임 대화 중 욕설이 심심치 않게 오가는 문화나 모바일 게임에 빠져 집 밖에서도 틈만 나면 게임을 하는 모습 등이다. 자식들은 “부모님도 옛날에 몇 시간씩 틀어박혀 게임을 했을 테고, 채팅으로 이 정도 대화는 했을 텐데 왜 이해해 주지 못하나”라며 불만을 표한다.

 
해외에선 게임으로 인한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4월 인도 중부 하이데라바드에서 시험 기간에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하던 16세 소년이 부모에게 꾸중을 들은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아버지는 ‘배틀그라운드’ 게임 금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중국 윈난성에서는 13세 소년이 연말에 게임방 갈 돈을 주지 않았다고 부모를 살해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범행 현장에서 도망친 소년은 곧장 PC방에 가 두어 시간 게임한 뒤 1900km 떨어진 곳까지 아버지 신분증으로 기차 티켓을 구매해 도주했다가 사흘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전문가는 게임을 하던 청소년이 부모가 되자 자식의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로 한국의 입시 정책을 꼽았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능 하나로 인생이 바뀔 수 있는데 아들딸이 시험과 전혀 관련 없는 게임만 하는 걸 좋게 볼 부모가 얼마나 있겠나. 게임을 공부 방해 요인으로 보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위 교수는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만 해야 하는 교육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부모와 자식 간 게임으로 인한 갈등은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PC방 1회 이용시간

PC방 1회 이용시간

‘놀이를 천시하는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경혁 게임 평론가는 “개발도상국 시대를 거치며 근면한 노동은 오랫동안 긍정적인 가치였다. 옛날에는 오후 6시에 정시 퇴근하면 안 좋게 보지 않았나. 그런 문화 속에서 귀한 노동과 비교해 놀이는 비생산적인 것으로 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을 할 시간에 차라리 게임을 만들라’는 말이 있다”며 “노동처럼 여가도 삶의 중요한 부분인데 여전히 게임을 하면 ‘공부 안 하고 논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녀가 게임에 과몰입하는 것은 문제지만 무조건 게임을 금지하는 것은 갈등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어려운 학업 성취의 좌절감을 해소하기 위해 게임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영임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아이가 인정받고 싶어 게임을 찾는다면 무턱대고 가로막는 대신 현실의 삶 속에서도 자녀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자녀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섬세한 눈으로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 교수는 “게임 이용 규칙을 설정할 때도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가족이 모여 공동의 규칙을 만들고 함께 지켜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자녀는 공부해야 하니 게임을 못하게 하면서 부모는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한다면 자녀들은 규칙을 지켜야 할 필요를 전혀 못 느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삼국지
일본 코에이사가 개발한 턴제 전략게임(Turn Based Strategy Game). 차례로 돌아가며 명령을 수행하면서 승부를 겨룬다. 영웅을 골라 통일을 하는 게 목적이다.

스타크래프트
미국 블리자드사가 개발한 실시간 전략 게임(Real Time Strategy Game)이다. 턴제 게임과 달리 순발력과 컨트롤 능력이 중요하다. PC방 확산을 기반으로 게임을 e스포츠의 반열로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가영·이태윤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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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