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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한반도 전쟁 위기 올지 모르는데…힘든 행군 없애자고?

위험천만 나태해지는 군대
한반도가 거대한 전쟁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절대 발생해선 안 되지만 어쩌면 인류 문명사에 예고된 보통 인간의 마지막 전쟁일 수도 있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이번 전쟁 이후엔 초인류(super human·인공지능과 생명공학 등으로 수명과 기능이 확장된 인간)의 새로운 규범과 가치가 낳는 전혀 다른 갈등이 생길 것이다. 이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밑바닥엔 해묵은 자유와 공산주의 이념 갈등이 깔려 있다. 싸움의 끝은 가늠할 수 없다. 무역전쟁이 경제에 그치지 않고 무력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보통 인간에 의한 마지막 전쟁의 주체는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와 중국·북한의 연대에 러시아가 합세하는 범공산주의다. 미·중 무역전쟁과 북한 핵 문제가 바로 그 현장이다. 둘 다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인데 두 이슈가 결합할 경우 문제다.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궁지에 몰리면 북한을 끌어들일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69년 전 중국의 한국전쟁(1950년) 참전도 미국의 공세를 한반도에서 차단하는 게 목적이었다.(박창희 『현대 중국전략의 기원』) 한반도 대리전쟁을 통해 미국의 에너지를 소진시켰다. 그래서 중국은 한국전쟁 참전을 ‘항미(抗美·미국에 대항) 원조전쟁’이라고 부른다.
 
위기의 한국 안보

위기의 한국 안보

중국의 북한 활용 카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나쁘지 않다. 완전한 비핵화를 거부하는 김 위원장은 미국과 협상을 연말까지 기다리겠다지만, 잘못되면 무력불사 분위기다. 북한은 지난달 신종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김 위원장은 군수공장을 시찰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사하는 인공위성을 기획기사로 내보냈다. 핵무기를 확보한 북한이 미사일과 재래식 군비까지 점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국도 협상 실패에 대비해 군사옵션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그레이엄 엘리슨 교수는 미·중 갈등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비유했다. 엘리슨 교수에 따르면 지난 500년 동안 신흥 강대국이 기존 패권국의 지위를 위협한 16번 가운데 12번은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 함정은 신흥 강대국(중국)과 기존 패권국(미국) 사이의 피할 수 없는 전쟁 위험으로 이어진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과 미국이 역사상 최대 충돌을 향해 몽유병 환자처럼 걷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서도 이번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옛 영광이 눈앞에 있어서다. 중국 제조업 생산량은 18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 세계의 3분의 1을 점유했다. 그러나 아편전쟁(1840)과 청일전쟁(1894)을 거치면서 폭망했다. 1913년 중국 제조업 점유율은 불과 3.6%였다.(군사편찬연구소 『청일전쟁』) 중국은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면서 공산정부를 수립한(1949) 이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017년 세계 제조업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35%다. 중국 제조업이 청나라 전성기를 회복한 셈이다. 좀 더 노력하면 초일류가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중국은 ‘제조 2025’를 성공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기술을 뺏거나 훔쳤다. 또한 성장에 방해되면 주변국에 압력을 행사했다. 자유롭고 열린 세계와 평화롭게 지내지 못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을 우리는 경험했다. 또한 남중국해를 중국 영향권에 넣기 위해 무인도에 활주로를 만들고 군용기를 배치했다. 남중국해에서 유전을 개발하는 나라를 쫓아냈다. 이대로면 남중국해를 지나는 한국의 해상 물동량은 중국의 통제를 받는다. 동남아·인도·중동·아프리카·유럽을 오가는 거의 모든 물동량이 대상이다. 중국은 나아가 군사적으로 초일류가 되겠다고도 한다.
 
중국의 과도한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미국은 적극 대응하고 있다. 남중국해에 군함을 정기적으로 통항시키고 있다. 공해인 남중국해는 자유롭고 개방돼야 한다는 원칙에서다. 미국은 일본·호주·인도 등과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중국은 이를 자신에 대한 포위망으로 보고 있다. 미 국방부가 지난 1일 공개한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는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 하에서 중국이 법치에 기반한 질서의 가치와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며 “중국의 위협적인 행동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말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 맞춰 방한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불리한 상황 타개책이다. 미국 중심의 대중 포위망 대열에서 한국은 빠지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5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겨냥해 “5G 보안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화웨이를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얘기다. 한국이 미·중 가운데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대비태세에 나태해지는 군 현주소

대비태세에 나태해지는 군 현주소

한반도 대리전쟁이 우려되는 상황에 군사는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우리 대비태세는 더 허술해지고 있다. 우선 한미연합체제 훼손이다. 지난 3일 정경두 국방장관이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관해 구체적으로 합의했다. 전작권 전환 뒤 미래 연합사령관에 한국군 대장 임명과 연합사의 평택 이전이다. 양국은 오는 8월 한국군 대장 주도로 컴퓨터 모의연습을 통해 새로운 체제에 대한 우리의 작전수행능력을 1차 검증키로 했다. 이어 내년 두 번의 검증을 거쳐 2022년(문재인 대통령 임기)까지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했고, 비핵화는 불투명하다. 미·중 분쟁 과정에서 한반도 대리전쟁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민감한 국면에 전작권을 조기 전환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국민대 박휘락 교수(정치대학원)는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그리 어려운가”라고 반문했다. 박 교수는 “한국군 대장이 연합사령관을 맡으면 한국 방위에 대한 미군의 주된 책임이 없어진다”며 “북한군 공격 시 미국의 적극 대응과 응징 보복, 대규모 증원군 파견 가능성이 작아진다”고 말했다. 미군이 한국군 사령관에게 최고 군사기밀까지 알려주지 않으면 작전계획조차 세우기도 어렵다. 미국이 작전능력이 의심되는 한국군 사령관에게 미군 장병의 생명을 맡길 수 있을까.
 
우리 군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 국방백서에서 ‘북한군=적’을 삭제하는 바람에 적을 적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있다. 장병 정신교육지침서에서도 대적관 개념이 없어졌다. 기수를 뛰어넘는 인사로 군 수뇌부에 경험이 적은 장교를 대거 배치했다. 전쟁 대비와 수행을 제대로 할지 의심된다. 그런 인사 결과 군내에서는 ‘예스맨’ 일색이다. 지난해 9·19 남북군사합의에 문제점이 많은데도 지적했다는 장교는 듣지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병사들의 병영 내 휴대폰 허용과 평일 외출로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부대 운영에도 차질이 많다고 한다. 심지어 신병훈련에서 힘든 과정인 20㎞ 행군을 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특급전사’에 합격하지 못한 장병에 대한 휴가·외박을 제한한 지휘관을 처벌하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필요하면 휴가 시기를 조정하는 것은 지휘관의 재량이다. 군 복무 기간 축소(21→18개월)로 병사의 전투력 저하는 다 아는 사실이다. 현역과 예비역 사이에는 ‘군대가 놀이터냐’라는 비판도 나온다.
 
어제는 현충일이었다. 국립현충원에 모셔진 전사자와 애국지사는 대한민국과 국민의 자유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분들이다. 그분들이 희생했던 때와 유사한 위기가 또 오고 있다. “내 언젠가 이 꼴 날 줄 알았지”(버나드 쇼 묘비명)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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