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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수술에 불안했던 류현진은 어떻게 의심병을 떨쳐냈나

7%.
 
어깨 수술을 받은 투수의 구위가 회복할 확률이다. 류현진(32·LA 다저스)은 이 확률에 진저리가 났을 것이다. 다시 마운드를 호령할 일이 없다고 단정하는 수치였기 때문이다. 많은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그 수치를 근거로 내세우면서 류현진의 성공적인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야구 관계자들은 그가 '괴물 투수'로 돌아오길 바라지만, 이대로 선수 생활을 접을 수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류현진 부상 부위.

류현진 부상 부위.

 
류현진은 최근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하는 일기에서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면 이전처럼 공을 던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안 될 수도 있다는) '의심병'이 걸림돌이었다"고 회상했다. 주변의 부정적인 이야기에 지배당하면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된다. 평소 낙천적으로 알려진 류현진도 '불안'이라는 늪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스스로를 의심하면서 불안에 잠식당한다. 그래서 7% 확률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류현진은 절망만 하기 보다는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바로 '데이터 열공(열심히 공부)'이었다. 그는 다저스 구단이 제공하는 상대 타자들의 데이터를 숙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혼자 영상을 보고 공부했다. 릭 허니컷 투수 코치 앞에서 그 내용들을 발표해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선발 당일에는 각 타자들의 특징을 정리한 수첩을 봤다. 더그아웃에서 수첩을 넘겨 보는 류현진의 모습이 종종 현장 카메라에 잡히고 있다. 
 
류현진은 일기에서 "수술 전에는 전력분석팀의 자료보다는 나의 '감'에 의지했다. 그런데 이제는 데이터 분석을 열심히 한다"고 했다. 지난 2013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류현진을 취재하고 있는 조미예 기자는 "류현진이 지난해부터 직접 수첩에 타자 분석 내용을 적고 이닝마다 더그아웃에서 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1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이 더그아웃에서 타자 분석을 적어 놓은 수첩을 보고 복기하고 있다. [사진 LA 다저스 포토 블로그]

지난 5월 1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이 더그아웃에서 타자 분석을 적어 놓은 수첩을 보고 복기하고 있다. [사진 LA 다저스 포토 블로그]

 
몸 관리에도 새롭게 눈을 떴다. 둥글둥글한 체형(키 1m91㎝·체중 116㎏)으로 '류뚱'이라는 별명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머슬맨'이란 별명이 더 어울린다. 2016년부터 김용일 트레이너 코치와 함께 재활훈련을 하면서 근육량을 증가시켰다. 올초 그의 체중 대비 근육 비율이 53%에 달했다. 김 코치는 "여러 선수의 재활을 도왔지만 류현진처럼 의지를 갖고 운동에 매달린 선수는 많지 않았다"고 했다. 
 
류현진은 '야구 천재'라고 한다. 아시아인 답지 않은 당당한 체격에 유연성까지 겸비해 편안한 투구 폼을 가지고 있다. 구종 습득 능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빠르다. 팀 동료인 우완 로스 스트리플링(30)은 "몇몇 선수들은 커터를 배우려고 야구 경력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그런데 류현진은 하룻밤 사이에 배웠다. 류현진은 엄청난 재능을 타고났다"며 부러워했다. 류현진은 어깨(2015년)와 팔꿈치(2016년) 수술 이후에 직구의 힘과 스피드가 떨어졌다. 그래서 2017년 왼손 투수 댈러스 카이클(31·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커터를 TV로 보고 배워 바로 특급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 천재가 수술 이후 재능에만 의존하지 않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류현진은 야구 인생 최악의 시련을 '터닝포인트(turning point)'로 삼았다. 그리고 천재가 노력까지 겸비하면 얼마나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류현진은 6일 기준 내셔널리그 다승(9승), 평균자책점(1.35)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사이영상 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고,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류현진이 지난 1월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미국으로 출국하며 아내 배지현 씨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현진이 지난 1월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미국으로 출국하며 아내 배지현 씨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도 류현진의 의심병을 잠재워준 건 아내 배지현(32) 씨였다. 류현진은 가장 힘든 시기였던 지난 2015년 말 배씨를 만났다. 이후 2016년 팔꿈치 수술까지 하면서, 주변의 부정적인 전망이 날로 높아졌을 때다. 그래도 배씨는 류현진의 곁을 지켰다. 지난해 1월 결혼 후에는 야구 전문 아나운서라는 경력을 내려놓고 류현진을 내조하고 있다. 배씨와 친한 정순주 아나운서는 한 프로그램에 나와 "배지현 아나운서가 류현진의 원정 경기를 전부 따라다녀 연락을 하면 집에 거의 없다"고 했다. 원래 '강철 멘털'로 유명한 류현진이지만 배씨 덕분에 심적 안정까지 얻어 '다이아몬드 멘털'이 됐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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