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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시설 타격" 이석기 녹취록, 양승태 탓에 유죄? 재심 여부 주목

내란 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이 선고된 이석기 전 의원. [뉴스1]

내란 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이 선고된 이석기 전 의원. [뉴스1]

 
'내란 선동' 재심 청구 부른 대법원 문건
“현직 법관이 최초로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사회적 이목이 집중될 수 있는 내란음모 사건의 상고심 판결 선고 시기를 앞당겨 국민의 관심을 전환하는 조치를 취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등장하는 부분이다. 2015년 1월 당시 이 전 의원은 내란음모 등 혐의로 2심에서 유죄를 받고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검찰은 대법원이 현직 판사의 비리를 덮기 위해 이 전 의원 사건을 이용했다고 봤다. 관련된 행정처 문건에는 이 전 의원 대법원 선고를 1월22일로 앞당겨 여론의 관심을 돌렸다고 적혔는데, 실제로 그 날짜에 대법원은 이 전 의원에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사법부가 청와대에 잘 보이기 위해 이 사건을 가지고 ‘거래’를 한 정황도 있다. ‘사법부가 BH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협조해 온 사례’ 문건 예시에 내란음모 사건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석기 측 "양승태 아니었으면 무죄 나왔을 사건"
뒤늦게 드러난 행정처 문건들이 그의 유죄를 뒤집을 수 있을까. 이 전 의원 등 피고인 7명의 변호인으로 구성된 ‘사법정의 회복을 위한 내란음모 조작사건 재심청구 변호인단’은 5일 서울 서초동 법원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변호인단이 주요하게 내세운 재심 사유는 ‘판결에 관여한 법관ㆍ검사 등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게 증명됐을 때’다. 통상 과거사 사건에서 검사 등이 고문을 통해 자백을 얻어낸 경우 등이 해당한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이 받는 사법행정권 남용(직권남용) 혐의가 재판에서 인정된다면 이 전 의원도 재심의 문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의 유죄를 뒤집을 ‘새로운 증거’가 나오는 것도 재심 청구 사유가 되는데,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유죄 판결 자체를 이 전 의원이 새로운 증거로 내세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하지만 법조계에선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법관의 잘못으로 재심이 열린 적이 한 번도 없고, 재판 거래 의혹도 아직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은 상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은 이제 막 시작된 터라 지금 상황에선 재판 거래는 말 그대로 의혹일 뿐 아직 명확하게 사실로 드러난 게 없다”고 말했다. 신중권 변호사(법무법인 거산)도 “단지 사법행정권 남용과 연관이 있는 정도를 넘어 아예 내란음모 사건의 결과를 뒤집을 정도의 중한 사안이어야 재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하면 기간 시설 타격"…녹취록 뒤집을까
설령 재심 기회를 얻어라도 유죄가 무죄로 뒤집힐지는 별개의 문제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됐다는 것만으로 이 전 의원의 ‘내란 선동’ 혐의 결백이 증명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문건에 대한 해석도 엇갈린다. 이 전 의원 측은 이를 두고 ‘무죄가 유죄로 뒤집혔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변호인단은 재심 청구서에서 “법원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사전 교감하지 않았다면 내란선동죄는 당시 형성된 형사적 법리에 의해서는 인정될 수 없기에 무죄가 선고되었을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들을 정리해 놓은 것뿐, 실제 재판과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중앙포토]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중앙포토]

과거 이 전 의원의 유죄를 이끌어낸 건 그의 음성이 담긴 강연 녹취록이었다.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해 통신ㆍ유류ㆍ철도ㆍ가스 등 국가 기간 시설을 타격하자’는 취지의 대화가 생생하게 담겼다. 대법관 13명 중 10명은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강연 참석자들에게 이들이 내란을 선동한 게 맞다고 판단했다. 
다만 변호인단은 이 녹취록 하나만으로 내란 선동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기에 부족하고, 국가정보원이 녹취록 내용을 왜곡해서 유출했다며 증거 능력을 부정하고 있다. 법원도 녹취록만 근거로 ‘내란 음모’까지는 볼 수 없다고 보고 내란 선동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 전 의원 측이 헌재에 통진당 위헌ㆍ해산 결정에 대해서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해산 결정을 내렸는데, 이때 법무부 대리인으로 위헌ㆍ해산 결정을 선두에서 이끈 사람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다. 검사장 출신인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도 통진당 해산을 위한 법무부 산하 TF에 팀원으로 참여했다. 
장영수 교수는 “이석기 의원 사건은 통진당 해산의 여러 사유 중 하나였을 뿐이고 해산의 주된 이유는 통진당의 정책과 활동, 즉 정당 자체의 성격 문제였다”며 “헌재에 재심 신청을 해도 이석기 의원 재심 사건과는 별개로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사라ㆍ백희연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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