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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남편 기죽을까봐 몸 낮춘 나, 혹시 ‘남편 바보’?

기자
강인춘 사진 강인춘
[더,오래]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26)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직장 퇴직하고 나이 하나둘씩 먹고 그러면서 종일 집 지키는
‘집돌이’ 신세 되었고 마침내는 ‘삼시세끼’신세까지 지게 된 나는
솔직히 마누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마누라의 기상도 체크하기.
마누라의 빈정대는 말투에 묵묵히 참기.
마누라 외출할 때 ‘어디 가느냐?’, ‘몇 시에 들어와?’ 묻지 않기.
사실 이 중에서 제일 힘든 것은 마누라 기상도 체크하기였다.
워낙 변덕이 죽 끓듯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니까 신경이 곤두서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79살 남자의 비애’에 대한 나의 ‘그림 에세이’ 글이다.
이 글에 ‘1004’라는 닉네임의 부인이 정반대의 댓글을 달아 왔다.
 
우리 집 풍경이랑 완전 반대네요.
남편이 현직에 있었을 땐 제 눈치 보는 쪽이었는데 퇴직 무렵부터는 바뀌었죠.
몇십 년 동안 남편이 저 때문에 고생해준 게 고마워서
아침이면 남편 안색부터 살폈지요.
그동안 직장 생활하느라 바깥 밥 많이 먹었으니 얼마나 지겨울까 생각해서
끼니마다 수라상 차려 올렸어요.
몇 해를 그러다 보니 이젠 남편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었어요.
이건 뭐 남편이랑 사는 건지 시어른을 모시는 건지….
제 폰에는 남편이 ‘아버님’으로 저장되었고
호칭도 ‘여보’ 대신 ‘아버님’으로 부른답니다.
저, 혹시 남편 바본가요?
 
참 좋은 부인이세요.
그 남편 얼마나 행복할까요? 부럽습니다.
예, 남편 바봅니다.
당장 때려치우세요. 부인께선 남편 종살이하십니까?
 
나는 이 부인의 댓글의 답을 두 가지 중에서 어느 것으로 해야 할지를 몰라
며칠 동안 끙끙거리다 결국은 답글을 달지 못했다.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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