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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가 받은 뇌물은 금품만이 아니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5월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5월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이 2013년과 20‧14년에 이은 세 번째 수사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앞선 두 번의 수사에서 김 전 차관은 특수강간 혐의를 받았고,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번에 그가 받은 혐의는 성폭력 부분이 빠진 ‘뇌물수수’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4일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 한다고 밝혔다.
 
수사단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2007년 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건설업자 윤중천(58)씨에게 1900만원 상당의 현금 및 수표, 시가 1000만원 상당의 그림, 시가 200만원 상당의 명품 의류 등 합계 3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2008년 10월에는 윤씨에게 청탁을 받고 1억원의 가게 보증금 반환 채무를 면제해 주기도 했다.  
 
또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신용카드와 차명 휴대전화를 제공받는 등 총 395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최씨는 밴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의 아버지인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정훈은 “김학의 건에 관해 제가 아는 사실은 아버지와 그 사람이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가까이 지내던 친구 사이였다는 것”이라며 “저는 그 사람으로 인해 어떠한 혜택조차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성접대 등 액수불상의 향응 제공받아"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받은 뇌물은 더 있었다. 그는 2006년 여름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원주 별장과 역삼동 오피스텔 등지에서 10차례 넘게 여성들을 동원한 성접대 등 액수불상의 향응을 제공받았다.  
 
과거 성범죄 혐의의 증거로 제시됐던 일들이 성접대 뇌물로 인정됐고, 김 전 차관 구속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검찰 출신 이승혜 변호사는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이전에는 성폭행인지 아닌지만 검토했고,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적인 성관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며 “이번엔 강제적인 건 아니라고 할지라도 성접대가 뇌물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죄명을 달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단은 과거 경찰과 검찰이 성접대 뇌물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 주장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여환섭 수사단장은 “강간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을 성접대로 의율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데다가 다른 금품 수수 내역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려웠다는 게 당시 수사 경찰과 검찰의 공통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윤중천 대가 인정한 진술 변화가 결정적" 
여 수사단장은 이번 뇌물 혐의 적용에는 윤씨의 달라진 진술이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윤씨가 예전에는 금품, 성접대 모두 부인했는데 지금은 인정한다”며 “예전에는 친구들과 별장에서 놀고 파티한 것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나중에라도 부탁하려고 한 것 아니겠나’라며 대가 관계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최씨 역시 “처음에는 휴대전화만 빌려줬다”며 금품 제공 사실을 부인했으나 여러 차례 설득 끝에 “김 전 차관이 요구해 신용카드도 빌려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여 수사단장은 “과거에는 왜 이렇게 못했냐 말하기는 쉬우나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늘 멋지게 할 수 있었는데 하는 회한이 남는 게 수사”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3년 당시 김학의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현직 부장검사는 “윤씨를 거의 매일 불러 김 전 차관에게 돈 준 게 있는지 물어보고, 대가성을 의심할만한 게 있는지 다 검토했었다”고 기억했다. 이어 “당시에는 이를 인정하면 윤씨가 뇌물공여죄로 처벌받을 상황이었다. 지금은 공소시효가 지나 진술한 것 같다”며 “우리도 나름 노력했으나 윤씨의 진술이 없는 이상 강제처분을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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