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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단지 누비는 방사선 박사…학원 선생님이 방사선 측정기 든 이유는?

강원도 춘천의 한 초등학교 주차장에서 방사선 측정기로 잰 방사선 수치. 박진호 기자

강원도 춘천의 한 초등학교 주차장에서 방사선 측정기로 잰 방사선 수치. 박진호 기자

 
“띡~띡~띡~띡. 감마선이 부딪치면 소리가 나는 빈도가 높아집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방사선 수치가 시간당 539나노시버트(nSv·방사선량 측정단위)까지 올라간 거 보이시죠.”

춘천지역 아파트·상가 등 120곳 조사
골재 많은 곳 방사선 수치 높게 나와


 
지난달 26일 강원도 춘천의 한 초등학교 주차장. 이 학교 인근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강종윤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 공동대표가 방사선 측정기를 켜자 ‘띡’하는 기계음이 반복되더니 순식간에 수치가 올라갔다.

 
바닥에서 1m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측정할 땐 300nSv 안팎이던 방사선 수치는 바닥에 가까워질수록 높아졌다. 측정기를 바닥과 10㎝가량 떨어진 곳까지 가져가자 순식간에 500nSv를 넘었다. 나노시버트는 인체가 방사선에 노출된 방사선량의 측정단위다. 일반인에 대한 연간 방사선량 한도는 1밀리시버트(mSv)로, 시간당 평균 114nSv에 해당한다. 노출 방사선량이 늘어날수록 암 발생 확률도 증가한다는 점에서 국제방사능방호위원회(ICRP)는 시간당 권고 기준을 100nSv로 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 주자창에서 잰 방사선 수치. 이 주차장은 바닥에 골재가 그대로 깔려있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 주자창에서 잰 방사선 수치. 이 주차장은 바닥에 골재가 그대로 깔려있다. 박진호 기자

춘천, 방사선 수치 높은 건 골재가 원인
강 대표는 “지난해엔 이렇게까지 수치가 높지 않았는데 아스팔트 타르가 줄면서 더 많은 골재가 노출돼 수치가 올라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골재는 아스팔트 도로나 콘크리트를 만드는 데 쓰이는 모래나 자갈 등의 재료를 말한다.
 
이후 강 대표는 해당 초등학교에서 2㎞ 떨어진 강원대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 측정기를 켜자 방사선 수치가 700nSv까지 올라갔다. 이 주차장은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같은 포장을 하지 않고 골재만 뿌려놓은 곳이다. 강 대표는 “2년 넘게 춘천 지역을 돌며 방사선 수치를 측정해왔는데 골재가 많은 곳에서 수치가 높게 나왔다”며 “춘천이 방사선 수치가 높은 이유는 골재가 원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은 강 대표가 소속된 시민사회단체의 조사 결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이 춘천의 한 골재장에서 방사선을 측정한 결과 시간당 600nSv의 방사선량이 측정됐다. 반면 인근 홍천 지역 골재장의 시간당 방사선량은 100~200nSv 수준이었다. 춘천 골재장의 방사선량이 3배 이상 높은 셈이다. 이 밖에도 방사능감시단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춘천 지역 내 골재가 쓰인 아파트를 비롯해 공공기관, 상가 등 120여 곳을 조사했다. 전체 표본만 220개에 달한다. 강 대표는 “2016년부터 측정한 춘천 지역 내 아스팔트, 건물의 방사능 수치는 시간당 300~500nSv에 이른다”고 말했다.
강원도 춘천의 한 아파트에서 방사선 수치를 측증하고 있는 강종윤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 공동대표. [사진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

강원도 춘천의 한 아파트에서 방사선 수치를 측증하고 있는 강종윤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 공동대표. [사진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

환경부, 제도개선 위해 정책연구 중
방사능감시단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춘천시와 관계 부처에 골재생산 중단 요구와 함께 안전성 여부를 문의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신축 아파트의 건축자재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를 하고 있으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에 제도개선안을 마련한 뒤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감시단에서 민원을 제기한 부분을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문의한 결과 안전기준이 없거나 관련 법률체계로는 안전관리가 불가한 부분이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기준이 다른 부분이 있다 보니 전수 조사 등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춘천의 한 골재장에서 방사선 수치를 측정 중인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 관계자와 춘천시 관계자들. [사진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

강원도 춘천의 한 골재장에서 방사선 수치를 측정 중인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 관계자와 춘천시 관계자들. [사진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

도시, 안전해지려면 새로운 암석 찾아야
강 대표가 방사선 측정에 열을 올리는 건 초교 6학년인 아들과 3학년인 딸의 영향이 컸다. 아들의 경우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 코피를 흘리는 일이 잦았다. 강 대표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들이 어린 시절 살던 아파트의 방사선 수치가 400~500nSv였다”며 “골재장에서 방사선 수치가 높게 나온 만큼 암석이 괜찮은 곳을 찾아 장기적으로 안전한 도시를 만들면 되는데 관련 기관들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사능감시단은 강원도교육청에도 “학교 내 방사선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요청한 상태다. 주영수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는 “방사선 노출은 중요한 문제인 만큼 골재와 관련된 안전기준이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연간 1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1만 명 중 1명 꼴로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물에 들어가는 골재 선택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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