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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사람이 없어…우곡수박 재배 면적 4년 새 반 토막

일손절벽 농촌 <하> 
충북 진천군 실원마을에서 이선옥씨가 옥수수밭을 고르고 있다. [최종권 기자]

충북 진천군 실원마을에서 이선옥씨가 옥수수밭을 고르고 있다. [최종권 기자]

지난달 17일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실원마을. 밭에서 만난 주민 이선옥(69)씨는 “몇 해 전까지 배추 농사를 크게 지었지만, 지금은 축사에 쓰는 사료용 옥수수를 기른다”고 했다. 마을 주변을 둘러보니 옥수수밭이 많았다.
 
이씨는 “사료용 옥수수는 싹이 어느 정도 자란 뒤 제초제를 한 번만 뿌리면 수확할 때까지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5년 전까지 1만3200㎡(4000평) 규모로 배추 농사를 지었다. 지금은 사료용 옥수수(9900㎡)로 전환했다. 고추·감자·마늘·양파(2300㎡)도 기르지만 주 수입원은 아니다. 이씨는 “배추 농사를 지을 때 인력사무소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데려다 쓰는 게 유행이었지만 그런 시절도 지났다”며 “외국인도 힘든 농사일 대신 건설현장이나 공장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실원마을 주민 대부분 이씨와 처지가 비슷했다. 주민들은 1970년대까지 대부분 담배 농사를 지었다. 담배 전업농이 100여명에 달했다. 담배 수확기인 7~8월 하루 20명씩 젊은 사람들이 몰려와 품앗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을이 고령화되면서 80년대 후반엔 담배 농사보다 일손이 덜 드는 고추로 작물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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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부터는 60대 마을 주민 15명이 작목반을 꾸려 배추 농사를 지었다. 이씨는 “노인 인구가 늘면서 배추작목반도 자연스럽게 없어졌다”며 “현재 마을에서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7명뿐이다”라고 말했다. 홍광택(69) 이장은 “마을 주민 80명 중 64명이 칠십을 훌쩍 넘긴 노인”이라고 설명했다.
 
진천 실원마을은 고령화와 일손 부족문제가 겹친 농촌의 현실을 보여준다. 노동력 공급의 한계에 직면한 농가들이 고육지책으로 품이 덜 드는 농산물로 작물을 바꾸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231만명이다. 10년 전인 2008년(318만명)과 비교할 때 27.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농촌 고령화는 더욱 심화했다. 2008년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33.2%였는데, 10년 만에 44.6%로 11.4%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농사를 짓는 농가경영주의 약 60%는 65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사로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농장주 10명 중 6명이 노인이란 뜻이다. 농촌의 경지이용면적은 해마다 줄어 2000년 209만㏊에서 지난해 166만㏊로 약 20% 감소했다.
 
경북 고령군에서 수박 농사를 하는 박해동씨. [사진 고령군]

경북 고령군에서 수박 농사를 하는 박해동씨. [사진 고령군]

지역특산품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도 있다. 국내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경북 고령군의 ‘우곡수박’은 재배 면적이 4년 새 반 토막이 났다. 2015년 419㏊에서 올해 201㏊로 약 53%가 줄었다. 우곡수박을 키우는 박해동(58)씨는 “수박 농사는 파종기인 12월부터 3월 중순까지 하루 7명의 인부가 필요한데 일손 구하는 게 쉽지 않다”며 “농가들이 수박 농사를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인제에서 농사를 짓는 손천구(54)씨도 재배 작물 비율을 바꿨다. 지난해 9만9000㎡ 중 70%의 농지에 풋고추를 심고, 나머지에 감자와 옥수수를 심었다. 하지만 올해는 감자와 옥수수를 심는 면적을 70%로 늘렸다. 손씨는 “고추는 매일 수확을 해야 해 면적이 넓으면 고정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인력을 구하는 게 점점 어려워져 작물을 바꿨다”고 말했다.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를 그나마 완화한 건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농가가 합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방법은 고용허가제(최장 4년 1개월)와 외국인계절근로자(90일) 제도가 있다. 이를 통해 올해 농촌에 할당된 인원은 1만여 명이다. 전체 농가 수(약 102만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30~40명의 불법체류자를 농촌에 알선하는 인력사무소가 난립하고 있다.
 
중국 교포 20여 명을 농가에 알선하는 한모(64)씨는 “요즘 외국인 근로자도 힘든 농사일을 꺼리고 건설현장이나 공장으로 발길을 돌린다”며 “사정해야 겨우 한두 명 보내준다”고 말했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절근로자 등 합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늘리는 것은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파견근로자 보호법을 고쳐 공공성을 가진 기관이 내·외국인을 알선하고 파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천·인제·고령=최종권·박진호·김윤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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