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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도시청년의 I턴·J턴…경북형 모델 실험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경북 영양군의 청년 창업가 이강우씨의 30년 동선은 남다르다. 서울에서 나 경기도 안산에서 살다 인근 도시의 대학을 나왔다. 전공이 생명화학공학으로 재학 중 창업을 꿈꿨지만 이루지 못했다. 자금 때문이었다. 2016년 서울의 바이오 기업에 들어갔고, 경북 영양의 계열사로 파견됐다. 1년 근무 후 서울 발령을 받은 그는 경북도의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사업’을 접하게 됐다. 지역 활성화 창업에 2년간 연 300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씨는 영양군 연고의 새싹땅콩 재배·가공사업에 응모해 선정됐고, 지난해 1월 사업장을 열었다. 땅콩을 발아시켜 틔운 싹의 항산화 성분이 땅콩보다 훨씬 많은 데 착안한 사업이다. 현재 월평균 매출은 약 300만원. 이씨의 포부는 당차다. 새싹땅콩의 항산화 성분 1만배 올리기와 추출 기술 대중화다. 경북도의 지원은 이씨에 꿈의 밑천이자 실패의 담보다.
 
이씨는 도시민의 지방 이주를 뜻하는 U·J·I 턴 중 I턴이다. U턴은 출신지로, J는 출신지 언저리 도시로, I는 연고 없는 지역으로의 이주다. 영양군은 이씨의 I턴 창업으로 사람과 일자리를 유치했다. 영양은 서울보다 넓지만, 인구는 1만7000여 명이다. 서울 소재 웬만한 대학의 재학생보다 적다. 지방 소멸에 직면한 영양에 이씨의 I턴만한 낭보는 없다.
 
대구에서 나 지역 대학원까지 나온 권은아(35)씨는 J턴형 창업가다. 서울의 유력 제과회사 등을 거쳐 올해 참외의 고장 성주군에 둥지를 틀었다. 참외를 원재료로 하는 아이스크림 개발 사업이 도(道)의 심사를 통과하면서다. 식품유통업체에 다니던 언니(38)와 두 달 전 낸 사업장(카페)에서 제조·판매를 하고 있다. 카페는 조선 시대 한옥이 즐비한 한개마을과 멀지 않다. 전통과 현대의 접목은 발칙한 역발상이다. 권씨는 다음 목표가 기업 상대 거래라고 했다. 카페 이름 ‘능행(能行)’엔 두 자매의 의지가 어른거린다. 도전 정신은 젊은이의 특권이다.
 
2년 전 시범 사업 이래 경북에 이주해온 청년 사업가는 87개 팀 152명이다. 경쟁률은 높다. 지난달 325명이 지원해 42명만 뽑혔다. 지자체에 귀농 지원 제도는 수두룩하다. 하지만 청년 창업에 초점을 맞춘 것은 경북도가 처음이다. 정착 사업엔 젊은이의 끼가 넘친다. 특산물 브랜드화에서 관광 콘텐트 제작, 게스트하우스·문화 공간 운영, 실버 필라테스까지. 대부분이 정착지 수요나 특성에 맞춘 지역 밀착형이다. 시골에도 카페·문화시설이 있어야 사람이 꼬인다. 창업형 인구 유입은 지역의 활력소다.
 
경북도 제도는 일본의 지역부흥협력대(協力隊)와 닮았다. 지방 기초단체가 도시민을 협력대원으로 1~3년 위촉하면 중앙 정부가 최대 400만엔(약 4300만원)을 지원한다. 대원 업무는 농어촌 일손돕기, 지역 브랜드 개발, 정보 발신 등 다양하다. 2009년 이래 10년간 선발 인원은 2만여명에 이른다. 이 중 20~30대가 70%이고, 60%가 파견지에 정착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올 연두 연설에서 대원을 연간 80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에는 이를 소재로 한 10부작 드라마도 나왔다. ‘늦게 핀 해바라기~나의 인생 리뉴얼’이다. 지방의 활력은 사회 전체의 뒷받침없이 돌아오지 않는다.
 
지방은 먹거리에서 관광까지 보물 지도다. 통념만 깨면 6차산업이 널려 있다. 청년에게 물고기를 주는 식으론 새 바람이 일어나지 않는다. 수도권 광역단체의 수당(手當) 정치는 청년의 응석만 키울 뿐이다. 스스로의 낚는 법으로 시장과 겨뤄보게 해야 한다. 이것이 따뜻한 자본주의요, 지방을 뉴프런티어로 만드는 길이다. 경북형 모델의 확산을 기대한다.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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