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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로의 알고리즘 여행] 복잡한 것은 직접 만들지 않는다

문병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문병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청년 시절부터 궁금하던 것이 있었다. 소는 태어나자 바로 일어서서 걷는데 왜 사람은 일어서는 데만 반년이 걸릴까. 고등 동물인 인간이 왜 소보다 늦게 걸을까. 진화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답을 얻었다. 소의 동작은 단순해서 미리 DNA에 프로그램 될 수 있다. 사람의 동작은 다양하고 복잡해서 모든 동작을 미리 프로그램 하기엔 버겁다. 대신 다양한 동작을 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이 프로그램 된다.
 
곤충들은 자신을 향해서 접근하는 물체를 본능적으로 피한다. 인간도 뜨거운 것이나 고통스런 것에 대한 반응은 갖고 태어난다. 단순한 로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것은 처음부터 프로그램 되어 태어난다. 컴퓨터 과학에서 입력들에 대한 반응이 명시된 논리적 자동기계를 오토마타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물은 다수의 오토마타를 갖고 태어난다. 개미나 벌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오토마타다. 인간이 갖고 있는 고통에 대한 신체적 반응, 본능이나 반사 작용도 오토마타다. 우리가 하등동물 때 갖고 있던 것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진화한 것이다. 선천적이다.
 
단순하지 않은 것은 선천적이기 힘들다. 인간의 시각은 완성된 채로 태어나지 않는다. 자라면서 후천적이고 주관적인 시각 해석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메뚜기처럼 타고난 대로 단순 반응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절대적 의미를 가진 시각적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주관적 왜곡일 뿐이다. 의식도 마찬가지다. 실체는 없다. 자신에 대한 주관적인 허구다. 인간은 이런 허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태어난다. 진화가 직접 결과물을 제공하는 것은 선천적이고 진화가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은 후천적이다. 인공지능도 비슷한 대비가 있다. 자연에서 진화가 하는 역할을 인공지능에서는 사람이 한다.
 
알고리즘 6/5

알고리즘 6/5

전문가의 노하우를 프로그램으로 옮긴 것을 전문가시스템이라 한다. 대개 규칙이나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70년대 중반 스탠포드 대학에서 세균성 질환 진단을 위해 의사들의 노하우를 성공적으로 이식한 MYCIN이 등장한 이후 전문가시스템은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문가시스템은 사람이 결과물을 직접 만들어낸다. 이런 면에서 선천적이다. 현장 전문가의 노하우를 옮기는 것이 녹록치는 않지만 대개 종잡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기계학습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후천적이다. 알파고, 기계번역 등 요즘 인상적인 결과를 내놓고 화제가 되는 대부분의 결과물은 기계학습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기계학습에서도 선천적인 부분을 전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복잡한 기계학습 알고리즘에서 일부는 미리 고정해놓고 나머지를 훈련시키기도 한다. 고정된 부분만큼 문제의 범위가 좁아져 훈련이 좀 더 쉬워진다. 전문가시스템과 기계학습의 결합인 셈이다.
 
30자리 곱셈을 순식간에 하는 능력을 타고나거나, 한번 본 것을 사진처럼 재현해 그리는 능력을 타고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이들이 분야의 대가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선천적으로 너무 많이 프로그램 되면 오히려 확장성이 떨어지는 듯하다. 진화가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선천적 재능은 적당한 수준에 머물 필요가 있는 듯하다. 복잡한 결과물은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진화와 인공지능이 가르쳐주고 있다. 다만 이 시스템의 진화는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문화다.
 
문병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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