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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벤처 성공 신화를 다시 쓰게 하려면

장정훈 산업 2팀 차장

장정훈 산업 2팀 차장

한국에서 유독 성공한 벤처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뭘까. 물론 우리도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대기업 반열에 오른 성공한 벤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창업한 지 20년이 넘은 회사들이다. 지금은 벤처투자금도 늘고 뛰어난 인재도 많아졌지만 정작 성공한 벤처 소식이 드문 원인이 무엇일까.
 
벤처인들이 이런 주제를 놓고 지난달 토론회를 벌였다.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주최한 ‘기업가 정신은 무엇인가’란 행사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참석해 벤처 창업을 장려하는 축사를 했다. 이날 토론회 중 귀에 쏙 들어 온 건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의 말이었다. 바로 “성공한 벤처가 줄어든 건 시장 기득권과 그 기득권에 최적화한 규제가 갈수록 공고해졌기 때문”이란 일갈이었다.
 
노트북을 열며 6/5

노트북을 열며 6/5

특히, 여러 벤처인 중 박 대표의 말에 주목한 건 그가 미국 실리콘밸리와 한국에서 잇달아 벤처를 성공시킨 남다른 경험을 갖고 있어서다. 박 대표는 미국 유학 중 하숙집 차고를 빌려 벤처를 차린 뒤 9년 만에 1700만 달러(약 20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서울로 돌아와 1997년 파크시스템스를 창업해 원자 현미경(AFM)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 박 대표는 “벤처는 창업부터 성장까지의 모든 과정이 규제와 기득권을 상대로 한 싸움”이라며 “요즘은 그 싸움이 더욱 격해지고 있어 신생 벤처 출현이 쉽지 않다”고 했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은 1990년대 창업한 회사들이고, 이후 그만큼 성공한 벤처가 나오지 않는 것은 규제는 늘고 시장에서 대기업의 견제는 심해졌기 때문이란 얘기다.
 
실제로 창조경제연구회에 따르면 1990년대 말 김대중 정부 당시 7000개에 달했던 창업 관련 규제 수가 현재는 1만5000개까지 늘어나 있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 혁파를 외쳤지만, 역설적으로 지난 20여년간 규제가 갑절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의 벤처인들은 그 원인을 “정치인과 공무원, 대기업이란 삼각 축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선 정치인은 말과 달리 지역구에서 표가 된다 싶으면 규제 법안 발의를 서슴지 않는다. 당장 20대 국회의 발의 법안 1만3700여건 중 2400여건이 규제 관련이다(규제개혁위원회). 공무원은 예산과 조직, 인력 유지를 위해 본능적으로 규제를 틀어쥔다. 대기업은 시장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새로운 진입자 장벽을 높인다. 그 결과 우리가 아는 벤처의 성공 스토리는 2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성공한 벤처 소식이 다시 듣고 싶다면, 시대에 뒤처진 규제를 없애달라는 저 벤처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장정훈 산업 2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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