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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인생은 타이밍이다

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좋은 삶과 좋은 글은 육하원칙을 따른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는 좋은 글이 다루어야 할 내용이자 좋은 삶에 대하여 우리가 마땅히 던져야 할 질문이다. 기사를 쓰는 기자는 ‘누가 그랬는지’, ‘언제 어디서 그 일이 발생했는지’,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도대체 왜 그 일을 일으킨 것인지’를 알아내서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좋은 삶에 대한 추구도 육하원칙을 따르는 것이 좋다. 목표가 좌절되었을 때, 관계가 어그러졌을 때, 뜻하지 않은 불운이 닥쳤을 때, 우리는 그것이 ‘사람(누가)’의 문제인지, ‘시기(언제)’의 문제인지, ‘장소(어디서)’의 문제인지, ‘과제(무엇을)’의 문제인지, ‘방법(어떻게)’의 문제인지, ‘동기(왜)’의 문제인지를 균형 있게 물어야 한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우리를 오만함의 자리에서
겸손의 자리로 내려오게 한다

사람이 문제라는 프레임의 오류
 
삶의 모든 문제를 사람의 문제로 규정하게 되면, 누릴 만한 사람이니까 누리는 것이고, 고통 받을 만한 사람이니까 고통 받는다는 위험한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범죄의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위로하기보다는 그들이 어떤 식으로든 빌미를 제공했을 것이라는 의심으로 피해자의 고통을 정당화한다. 이런 프레임에서는 인사가 만사가 된다. 평균적인 사람들을 뽑아서 좋은 사람으로 성장시키기보다는 애초부터 좋은 사람을 선발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삶의 문제는 시기의 문제이면서 장소의 문제이며, 방법의 문제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은 후에 카드를 분실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했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훨씬 줄어들었다. 우리가 더 똑똑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인출의 방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돈을 꺼내야만 카드를 뽑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카드를 먼저 뽑아야만 현금을 찾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사람이 문제라는 프레임을 고수했더라면 결코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였을 것이다.
 
‘깨진 유리창 법칙’은 삶의 문제가 곧 공간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아일랜드형 주방 구조가 가족 간의 대화를 늘리는데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방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 기업은 앞 다투어 사무 공간의 구조들을 바꾸고 있다. 좋은 공간이 좋은 사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인식 덕분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이다. 이렇듯 삶의 문제를 사람의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들로 보려는 인식이 늘어난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생각보다 많은 답이 타이밍에 있다
 
그런데 삶의 문제를 ‘타이밍(시기)’의 문제로 접근하려는 노력은 아직까지도 매우 부족한 편이다. 무엇을,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왜 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언제’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아무리 똑똑한 제자라도 지도교수가 젊다면 모교의 교수가 되기는 쉽지 않다. 마라톤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 중에는 나이가 아홉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시경 검사에서의 실수는 오전보다는 오후에 발생할 확률이 높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들보다 취업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인생의 많은 결과들은 타이밍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내가 이루어낸 어떤 성취는 타이밍이 좋아서 얻은 결과인지도 모른다. 인생의 중반기를 지나고 나면, 사람들은 철이 들 뿐만 아니라 행복감도 증가한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물질주의는 줄어들고, 감사하는 마음은 늘어나며, 남들과 비교하는 성향도 급격하게 사라진다. 삶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벌써 반이 지났다는 생각에 정신이 바짝 들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이번 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삶을 비로소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결코 원래부터 성실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그러므로 아직 그 시기에 이르지 못한 젊은이들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삶의 문제, 넓게 보아야 보인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을 보고 있노라면, 현대에 태어난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공부하는 것 외에 특별히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은 인류 초기에 어떤 쓸모가 있었을까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삶의 모든 문제를 사람의 문제로만 국한시키지 않을 때, 삶은 여유로워지고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인생의 많은 부분이 순전히 타이밍 때문일 수 있다고 인식하게 되면, 오만이 설 자리는 사라진다. 비록 그대가 운명이 아니라, 타이밍이 맞았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 낭만적이지는 않더라도.
 
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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