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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화장실 평등법

권혁주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1970년대 초반 미국에서 유료 화장실 반대 운동이 벌어졌다. 이유 중의 하나가 성차별이었다. 소변기만 쓸 때는 돈을 안 받은 게 문제였다. 똑같은 용무를 보는데 여성은 유료, 남성은 무료였다. 이걸 지적한 게 화장실 성 평등(potty parity) 운동의 효시였다. 20년 가까이 지난 1989년, 캘리포니아주가 첫 ‘화장실 평등법’을 제정했다. 주 상원의원 아서 토레스가 주창했다. 아내와 딸이 공연장 화장실 앞에 한참 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난 뒤였다. 취지는 “여성들이 화장실 앞에서 훨씬 오래 기다리는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했다. 여성 화장실 변기를 남성 화장실 대·소변기의 합보다 30% 이상 많이 설치하도록 했다. 여성이 화장실에 자주 가고, 평균 사용시간 또한 길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이후 화장실 평등법은 전 세계로 퍼졌다. 한국도 2004년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서 여성 화장실 변기를 남성 화장실보다 많이 만들게 했다. 1000명 이상 모이는 공원·공연장 등은 여성용이 50% 이상 많아야 한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껴서일까. 여성 변기가 남성의 두 배 이상이어야 한다는 법안을 최근 여당 의원들이 발의했다. 뉴욕시와 비슷한 규정이다.
 
하지만 장소의 특성을 가리지 않고 똑같이 두 배 비율을 적용하는 건 좀 어떨까. 미국 내슈빌의 미식축구장인 닛산 스타디움의 사례가 있다. 신축할 때 테네시주 법에 따라 여성용 변기를 남성용의 두 배 만큼 설치했다. 그랬더니 남성 화장실에만 줄이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관중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현실을 무시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그 뒤 스포츠 경기장 등에는 남성 변기를 더 설치하도록 테네시주 법이 바뀌었다. 천편일률 규제가 낳은 광경이다. 타산지석 삼아 우리의 화장실 법 개정안도 더 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권혁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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