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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농민보다 도매법인이 소중한 농식품부

박형수 복지행정팀 기자

박형수 복지행정팀 기자

“농업을 지키려면 유통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니면 최저 입찰가를 어느 정도 선에서 보장해 주는 정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올 2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이다. 한 농부의 자녀가 “시부모가 열심히 비닐하우스 농사를 지어서 쌈채류를 가락시장에 보내도 2㎏에 1000원이나 그 이하밖에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인건비·박스값도 대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공영 농산물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가락시장은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중형마트와 경쟁에서도 뒤처진다. 여러 문제 탓이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도매법인의 독점적 경매제도다.
 
일부 농민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성진근 서울시 도매시장관리운영위원장(충북대 명예교수)은 “새벽에 가락시장에 가봐라. 길가에 서 있는 농민들의 얼굴을 보면 답은 나온다”고 말한다. 성 교수는 “시골에서 농산물을 싣고 오다 차가 고장 나거나 교통체증에 걸려 경매시간에 못 대 돌아가야 한다. 도매법인 경매를 거치지 않으면 출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추·깻잎, 딸기같이 무른 과일은 상품성이 떨어진다. 절박한 농민들은 길가에서 ‘교통비라도 달라’며 헐값에 넘긴다”고 말한다.
 
이제는 농민한테 외면당한다. 요즘 백화점·대형마트에서는 충주사과가 인기다. 가락시장 경매장에는 없다. 충주원예농협 관계자는 “사과 한 알에 100원에 사서 10원을 들여 저장해 원가가 110원이 된다. 마트나 백화점에는 조합이 적정 가격에 납품하면 되는데 가락시장에 보내면 어느 날은 150원, 어느 날은 80원에 낙찰돼 원가 보장도 안 된다”고 말했다.
 
독점적 지위 덕분에 도매법인의 몸값이 오른다. 동화청과는 최근 771억원에 매각됐다. 2년 전엔 500억원대였다. 성 교수는 “도매법인 사무실은 서울시 땅과 농식품부 건물에 공짜로 들어있다. 자기 재산이라곤 낡은 책상과 트럭 몇 대가 전부다. 771억원은 농식품부가 농민과 소비자를 외면하고 보호한 ‘규제 값’”이라고 말했다. 2015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에서 김승남 전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감사에서 “도매법인이 단순히 경매를 주관하고 대금을 정산하는 역할만 하면서 막대한 이윤을 챙긴다”며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촉구했다.
 
시장도매인제가 정답은 아니다. 도매법인 경매와 병행해서 판단해보자는 것이다. 유통단계를 줄이지 않으면 ‘유통 변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농식품부는 퇴직 공무원을 도매법인협회에 줄곧 낙하산으로 꽂았다. 이제라도 도매법인이 아니라 농민과 소비자를 봐야 한다.
 
박형수 복지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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