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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시민들이 부른 '다뉴브 아리랑'…서툰 한글로 추모 문구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 엿새째인 3일 오후(현지시간)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에 모인 헝가리 시민들이 '허블레아니호' 사고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뉴스1]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 엿새째인 3일 오후(현지시간)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에 모인 헝가리 시민들이 '허블레아니호' 사고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뉴스1]

 3일(현지시간) 오후 7시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 사고 현장인 머르기트 다리 위. 머리가 희끗한 여성과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 등 부다페스트 시민 수백명이 악보를 들고 섰다.
 
 악보에 적힌 제목은 아리랑을 영어로 적은 ‘Arirang’. 한국인의 한이 서린 아리랑의 가사도 알파벳 영어로 적혔다. 헝가리 사람들이 한국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준비한 것이다.
헝가리 사람들이 부르려고 알파벳으로 가사를 적어 놓은 아리랑 악보 [EPA=연합뉴스]

헝가리 사람들이 부르려고 알파벳으로 가사를 적어 놓은 아리랑 악보 [EPA=연합뉴스]

 
 누군가의 선창으로 아이랑 합창이 시작됐다. 세계적인 야경 명소로 꼽히는 다뉴브 강가 풍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머르기트 다리에 서글픈 가락이 흘렀다. 환갑이 넘은 부부와 어린아이까지, 벼르고 별러 찾아왔을 텐데 황망한 추돌 사고를 겪은 것을 아리랑으로 위로했다.
 
 헝가리 사람들이 부르는 ‘다뉴브의 아리랑'이 이어지자 다리에 나온 일부는 눈물을 흘리거나 서로를 껴안기도 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 헝가리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과 촛불, 추모 문구. [김성탁 특파원]

사고 현장 인근에 헝가리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과 촛불, 추모 문구. [김성탁 특파원]

 
 한국어로 아리랑을 부른 이들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참여한 이들이 많았다. 부다페스트 내 합창단 단원들이 행사를 준비했다.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선 이날 수색 작업이 진행됐다. 헝가리와 한국 잠수사들이 협력해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 1구를 강물 속에서 수습했다. 경찰이 일반 시민의 접근을 차단한 가운데 피해자 가족들이 이 다리 위에서 수색 작업을 지켜봤다. 바로 그 자리에서 헝가리 시민들이 노래로 위로했다.
 
 부다페스트 시민들은 사고 현장 주변에 꽃과 촛불 등을 가져다 놓으며 애도의 발길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종이에 서툰 한국어로 추모의 글을 쓰고, 태극기를 그려놓은 이들이 많았다.
 
맞춤법이 틀린 한글로 추모 문구가 젹혀 있다. [부다페스트=김성탁 특파원]

맞춤법이 틀린 한글로 추모 문구가 젹혀 있다. [부다페스트=김성탁 특파원]

 침몰 현장이 내려다보이는 주변 언덕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디.’‘품으로 꼭 도라오세요' 등 맞춤법이 틀린 한글 글귀가 적혀 있었다. 모두 헝가리 시민들이 적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한 추모 종이에는 ’우리의 마음에 당신의 장소, 대체 없음'이라는 한글 문구가 담겨 있었다. 무엇도 우리 마음속에서 당신의 자리를 지울 수 없다는 영어 문구를 인터넷 번역기로 돌려 적어놓은 듯했다.
 
 이날 자정쯤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서 만난 부다페스트 주민 피터는 “소셜미디어와 헝가리 언론을 통해 강가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시민들이 한국어로 메시지를 쓰고 있다는 것을 접했다”며 “이 사건에 대해 시를 쓴 헝가리 시인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헝가리는 길고 큰 강과 호수를 갖고 있는데 이번 사고가 70년 만에 두 번째로 일어난 선박사고여서 헝가리 사람들은 믿기지 않아 한다"며 “관광객들이 여기까지 와 일을 겪은 게 가슴 아프다"고 했다.
헝가리 시민이 사고 현장 인근에 놓아둔 추모 글. 인터넷 번역기를 사용해 한글을 적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부다페스트=김성탁 특파원]

헝가리 시민이 사고 현장 인근에 놓아둔 추모 글. 인터넷 번역기를 사용해 한글을 적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부다페스트=김성탁 특파원]

 
 추모객들이 놓고 간 메모 중에는 한국인이 남긴 애절한 사연도 들어 있었다.
 ‘언니, 들이받기만 하고 언니한테 아무 것도 못 돌려줘서 미안해요. 그동안 아무 이유 없이 아껴줘 참 고마웠어요.…언니 좋아하는 맥주 가지고 왔어요. 일 끝나고 목말랐을 텐데…. 우리 품속으로 와주세요. 사랑해요. 언니.’
 
부다페스트=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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