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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영 스포츠닥터스 이사장 "24년째 사재로 의료봉사…토종서 글로벌 NGO로"

허준영 스포츠닥터스 이사장이 UN이 지정한 빈민국들을 다니면서 의료지원을 한 얘기를 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

허준영 스포츠닥터스 이사장이 UN이 지정한 빈민국들을 다니면서 의료지원을 한 얘기를 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



허준영 스포츠닥터스 이사장은 레슬링선수에서 제약 회사 CEO로 성공한 인물로 유명하다.

1990 베이징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뽑혔다가 부상으로 출전이 좌절된 뒤 제약 회사 영업맨으로 변신, 10년도 안 돼 제약 회사를 인수했다. 이때가 새파랗게 젊은 20대였다.

그리고 지금은 태반영양제 '이라쎈'과 태반주사제 '멜스몬'으로 유명한 한국마이팜제약을 중견 제약사로 성장시켰다. 또 대기업 오너들의 집을 전문으로 하는 마이건설·마이디자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업가로 눈코 뜰 새 없는 허 이사장에게는 또 다른 중요한 일이 있다. 국내외 의료봉사 활동이다. 벌써 24년이나 됐다. 26세 때 처음 몽골로 의료봉사를 간 뒤 꾸준히 국내외 아픈 사람들을 살리는 일을 도왔다. 

2012년에는 국제보건의료 사회시민단체(NGO)인 스포츠닥터스 이사장을 맡아 35개 빈민국의 의료 지원 활동을 진두지휘한다.

스포츠닥터스는 2003년 국제연합(UN) 공보국에 등록된 뒤부터 최근까지 의료 지원을 3000회 넘게 했다. 순수 민간 의료봉사 단체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한남동 스포츠닥터스 사무실에서 허 이사장을 만났다.


 


- 최근 국내외 의료 지원 3000회를 돌파했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스포츠닥터스는 2003년 UN 공보국에 NGO로 등록된 뒤 16년간 다양한 국내외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의료봉사는 의사·약사·간호사·자원봉사자 등이 한 팀이 돼서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를 다니며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특히 해외의 경우 식량 지원 등 먹을 것만 주는 것이 아니라 현지 환자를 치료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숫자를 늘리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순수 민간 차원에서 3000회를 넘었다는 것은 매우 큰 성과며, 아울러 스포츠닥터스가 세계 최대 국제보건의료 NGO로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 스포츠닥터스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해외 의료 지원의 경우 에티오피아·네팔·라오스·아이티 등 UN이 지정한 35개 빈민국을 중심으로 의료진과 봉사자를 파견한다. 의료봉사단은 30~50명가량이 매달 나간다. 이들은 현지 병원 및 기관 등과 협조해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데, 수술도 진행한다. 필요한 경우 환자를 한국으로 초청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필수 의약품을 비롯해 항말라리아제·항구충제·이라쎈 영양제 등 약품 지원도 한다.

국내의 경우 대한병원협회·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의료계 기관과 주요 대학 병원·강원랜드복지재단 등 여러 기관과 함께 매주 섬 지역·농어촌·강원도 폐광 지역 등 전국 의료 소외 지역을 다닌다. 하루 500명가량에게 내과·가정의학과·안과·치과·한방·물리치료·초음파 등 과목을 진료하는데, 종합병원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매주 수도권 노인종합복지관과 독거 노인 가정을 중심으로 의료 지원과 부상 방지 예방 교육·주거 환경 리모델링·반찬 봉사·밥차 활동 등을 펼친다. 이를 통해 매년 수천 명의 어르신과 지역 주민들이 혜택을 본다."
 
- 해외 의료 지원은 준비 과정부터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초창기에는 6개월 전부터 준비했지만, 지금은 노하우가 쌓이고 시스템이 갖춰져 2~3개월 준비해서 매달 간다. 그래도 봉사자를 모으고 의료 장비와 약품 등을 챙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심장병 등 큰 수술이 있는 경우에는 대학 병원 외과팀 규모가 움직이는데, 수술실 하나가 통째로 간다고 보면 된다."
 
- 매달 해외 지원이 이뤄진다는 게 놀랍다.
"스포츠닥터스의 국내외 의료 지원도 3분의 1 정도가 해외에서 이뤄진다. 이는 100만 의료진 및 2100만 업무 협약 회원 네트워크와 함께하는 세계 최대 국제보건의료 NGO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또 3300여 개 병원이 회원으로 있는 대한병원협회와 4만여 개의 개원의를 대표하는 대한개원의협의회와 협약을 맺고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 직접 의료 지원을 가기도 할 텐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작년 9월 대한병원협회·대한개원의협의회·삼성서울병원과 함께 미얀마 최대 빈민촌인 흘라잉타야를 방문했다. 그때 하천이 범람해 마을 전체가 무릎까지 물이 차올랐다. 긴박한 상황에서 의사 선생님 등 모든 봉사자들이 의약품을 날랐다. 힘든 악조건을 이겨 낸 참가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 보람도 많이 느낄 것 같다.
"갈 때마다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특히 돌아올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빈민국에 가면 심각한 질환에 걸린 환자도 있지만, 약물 치료만 하면 낫는 환자들도 많다. 배가 아프다고 찾아왔다가 죽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약만 먹었어도 나았을 환자들이다. 진단만 제대로 받으면 살 수 있는데, 병원이 없어서 진단 한번 못 받고 죽는 것이다.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그걸 못하고 돌아오니, 후유증이 오래 간다."
 
- 가장 안타까웠던 경우는.
"2년 전 캄보디아에서 자녀 3명을 둔 엄마가 숨 쉬기 힘들다고 해서 진찰했더니 심장 질환이었다. 국내 의료진은 당장 수술받지 않으면 2~3개월밖에 살지 못한다고 했다. 한국에 데려와서 수술받으면 살 수 있었는데, 그게 안 됐다. 그 나라 상황상 여권이나 비자를 만들 수 없어서 한국으로 데려올 수 없었다. 빈민국 사람들은 한국에 오면 살 수 있는데 구조적으로 올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 의료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20대 때 제약 회사 영업사원을 하면서 관심을 가졌다. 26세 때 몽골로 처음 의료봉사를 갔는데, 너무 못살아서 치료를 못 받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때부터 24년째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 의료봉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못사는 나라에 가서 사람을 살리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현지 상황이 열악해서 다 치료를 못한다. 현지에서 스스로 치료할 수 있게 병원이나 의사 등 의료 시스템을 갖추게 해 주는 게 제일 좋은데, 그러려면 재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걸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
 
- 지금까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했나.
"의료 지원 사업비의 90%는 사재를 털어서 마련해 왔다. '나라에서 지원해 주지 않느냐'고 하는데, 24년간 사비를 내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부(donation) 문화가 없다. 폼 잡고 와인 마시면서 있는 척하는 사람들이 봉사 활동을 하자고 하면 10만원도 잘 안 낸다."
 
허준영 스포츠닥터스 이사장이 이달 26일 기부코인 `에스디코인`을 상장해 의료지원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

허준영 스포츠닥터스 이사장이 이달 26일 기부코인 `에스디코인`을 상장해 의료지원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


-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기부 코인을 준비한다고 들었다.
"이달 26일 세계 최초의 의료 코인 겸 기부 코인인 '에스디코인(SDCOIN)'이 홍콩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한 곳인 'BW.com'에 상장된다. 이를 위해 지난달 27일 BW.com과 상장 계약을 체결했다.

에스디코인은 스포츠닥터스가 구축한 전 세계 병원 및 의료 지원 현장에서 실물 코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상장 이후 개별 병원들과 업무 협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의료 지원 사업을 하면서 구축한 개인의 병력·진료 내역·라이프로그 등 헬스 케어 데이터는 블록체인과 결합, 유전병·난치병 등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에도 사용될 수 있어 미래 가치가 클 것으로 본다.

에스디코인의 수익은 병원 건립·의료봉사 재원·긴급구호품 지원 등에 쓰이게 된다. '지구촌 생명을 살린다'는 스포츠닥터스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 나라에서 지원해 줬으면 하는 게 있다면.
"의료봉사에 참여하는 의사나 간호사·약사 등은 대부분 휴가를 내고 온다. 개인적으로는 부담이다. 또 병원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아니면 눈치도 봐야 한다. 나라에서 의료봉사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여건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 지난달에 임영진 대한병원협회 회장과 함께 이석현 국회의원을 만나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 대북 의료 지원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10년간 멈춰 있던 북한 지원 사업이 이번 정부에서 다시 시작됐다. 작년 11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함께 북한에 갔다 왔다. 의약품을 지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또 북측 지역에 병원을 짓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북한을 집중적으로 도우려고 한다." 
 
- 스포츠닥터스의 중·장기 계획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보건의료 NGO가 되고자 한다. 초창기에는 스포츠닥터스 로고에 태극기가 있었다. 토종 NGO를 내세웠지만, 지금은 태극기를 뺐다. 국내에는 기부 문화가 없어서 기부를 받기가 힘들다. 이제는 글로벌 NGO로 가려고 한다. 해외에서 기부를 받아 죽어 가는 사람들을 많이 살리려고 한다. 기부 코인인 에스디코인도 미국·유럽·동남아 등에 많이 알려 실물 코인으로 쓰게 하고 가치를 올려 의료 지원 재원을 확보하려고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24년간 의료봉사를 해 왔다. 후회는 없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이름을 남기고 가야 하지 않겠나. 제약사인 한국마이팜제약과 건설사인 마이건설 등 마이그룹을 키워 세계적으로 좋은 일을 하고 싶다. 국내 기업이나 학생들도 보건의료 NGO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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