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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의 재발견…여름 보양식으로 훌륭하네

뚝배기에서 펄펄 끓는 미역국이 앞에 놓인다. 분명 집에서 늘 먹던 미역국이긴 한데 뭔가 다르다. 짙은 초록빛이 돋보이는 도톰한 미역은 미역귀와 줄기가 고루 어우러져 먹음직스럽다. 뽀얗게 우러나온 국물은 얼른 마시고 싶어질 만큼 깊고 시원해 보인다. 게다가 가끔은 이런 좋은 미역이 조연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가자미 두 덩어리가 턱 하니 나올 때도 있고, 살아있는 전복이 올라가 있을 때도 있다. 대합·소고기·조개 정도는 흔하다.  

 
소박한 가정식 메뉴인 미역국이 특별한 외식 메뉴가 됐다. 질 좋은 미역에 전복, 가자미 등 특별한 식재료를 더해 고급화한 미역국이 인기다. 왼쪽부터 활전복 차돌박이 미역국, 활전복 가자미 미역국, 가자미 대합 미역탕. [사진 호호미역, 보돌미역, 일호점미역]

소박한 가정식 메뉴인 미역국이 특별한 외식 메뉴가 됐다. 질 좋은 미역에 전복, 가자미 등 특별한 식재료를 더해 고급화한 미역국이 인기다. 왼쪽부터 활전복 차돌박이 미역국, 활전복 가자미 미역국, 가자미 대합 미역탕. [사진 호호미역, 보돌미역, 일호점미역]

 
든든한 미역국 한 뚝배기에 밥, 반찬 네다섯 가지로 구성된 ‘미역국 정찬’을 주요 메뉴로 내세우는 미역국 전문점이 흥행하고 있다. 미역국 전문점으로 검색했을 때 전국 200여 곳이 넘는 상호가 검색된다. 횟집이나 한식집 등 미역국이 주인공이 아닌 곳을 제외해도 120여 곳이 미역국을 상호로 내세운 집이다. 보돌미역, 오복미역, 호호미역 등 인지도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외에도 풍원장미역, 다복미역, 풍조미역, 청담미역, 일호점미역 등 미역국 정찬을 메뉴에 포함한 곳이 많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미역국을 뚝배기에 일품요리처럼 내고, 찬과 밥을 구성한 ‘정찬’ 형식의 한상차림을 주요 메뉴로 한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가자미·전복·성게·대합 등 고급 식재료가 더해져 한 차원 격상된 미역국이 만들어진다. 커다란 들통에 한 번에 끓여 그릇에 퍼 담는 형태가 아니라 뚝배기 하나씩 모두 따로 끓이는 정성이 더해진다. 미역국 한 그릇 가격도 부재료에 따라 1인 9000원에서 1만5000원까지 형성돼 있다.  
 
미역국 전문점에서는 한 번에 끓여 그릇에 담는 것이 아니라 뚝배기에 따로 끓여낸다. [사진 호호미역]

미역국 전문점에서는 한 번에 끓여 그릇에 담는 것이 아니라 뚝배기에 따로 끓여낸다. [사진 호호미역]

 
2017년 호호미역 종로점을 시작으로 6개의 가맹점을 출점한 신해솜 대표는 “처음 미역국 집을 시작했을 때는 미역국을 돈을 주고 사 먹는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며 “돈 주고 사 먹을 이유를 만들 수 있도록 조리법을 바꾸고 재료를 더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과거 부산에서 30여년을 지낸 신 대표는 부산, 경남 등 해안 지방에선 도다리·가자미 등의 생선을 더해 먹는 미역국이 흔하다는 점을 떠올렸다. 서울 경기 지역에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생선을 더한 미역국 특유의 고소하고 진한 맛을 접하면 좋아할 것으로 봤다. 예상은 적중했다. 손님들은 생선을 넣은 미역국이라는 점을 오히려 특별하게 봤다.  
 
2017년 파주 운정점에서 시작해 현재 32개까지 가맹점을 늘린 보돌미역의 운영사 비엔에스 F&B의 변영걸 이사도 고급화를 미역국 전문점의 특징으로 봤다. 변 이사는 “따로 낸 육수에 질 좋은 미역·전복·가자미 등 프리미엄 식재료를 더해 집에선 먹을 수 없는 미역국을 낸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경기도 용인의 일호점미역은 아예 미역국이 아닌 미역탕으로 메뉴를 설명한다. 메뉴판에는 ‘미역탕 정찬’이라는 표현이 들어간다. 일호점미역 김종우 본부장은 “국의 고급 버전인 우리의 탕 문화를 떠올리며 미역국을 재해석했다”며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한 메뉴면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식재료를 더해 차별화된 미역국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일호점미역은 미역 자체에도 공을 들였다. 완도산 미역을 사용하고 식감이 오도독 느껴질 정도로만 요리한다. 미역의 꼬들꼬들함을 따로 즐길 수 있도록 고추냉이 간장도 제공한다. 미역국 속 미역 자체를 독립된 식재료로 즐길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미역탕 속 미역을 따로 찍어먹을 수 있도록 고추냉이 간장을 낸다. [사진 일호점미역]

미역탕 속 미역을 따로 찍어먹을 수 있도록 고추냉이 간장을 낸다. [사진 일호점미역]

 
반응도 좋은 편이다. 도심 지역 미역국 전문점에는 점심시간마다 직장인들이 길게 줄을 선다. 종로구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현예지(35)씨는 “점심 메뉴로 주로 속이 편한 한식을 찾는데 최근에는 미역국 전문점이 늘어 자주 들른다”며 “재료가 충실해 일반 백반보다 한층 든든한 느낌이 들고 집에서 맛볼 수 없는 고소하고 깊은 맛이 장점”이라고 했다.    
 
음식 평론가 강지영씨는 “건강한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감태·미역·다시마 등 해조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가장 흔한 재료인 미역을 주재료로 한 미역국 전문점이 주목받는다”면서 “생일이나 아플 때, 혹은 산후에 먹는 미역국은 대표적인 영양식”이라고 인기비결을 분석했다. 이어 “미역국은 집에서 엄마가 흔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집밥 메뉴이자 일종의 소울푸드”라며 “집밥이 그리울 때 쉽게 찾을 수 있으면서도 전복·가자미 등을 넣어 대접받는 느낌의 보양 메뉴로 만든 것이 성공 포인트”라고 했다. 강 평론가는 “앞으로도 이런 식의 집밥 스타일 음식과 메뉴의 고급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집밥이 그리울 때 찾을 수 있는 소박한 메뉴이자 소울푸드인 미역국. 화려한 식재료를 더해 대접받는 느낌을 더했다. [사진 보돌미역]

집밥이 그리울 때 찾을 수 있는 소박한 메뉴이자 소울푸드인 미역국. 화려한 식재료를 더해 대접받는 느낌을 더했다. [사진 보돌미역]

 
책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 트렌드 2019』 저자인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는 “앞으로 열 개 이상의 여러 가지 반찬에 밥과 국을 늘어놓는 기존 한식 스타일보다는 메뉴 중 하나만 특화 고급화시키는 단품화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찬 중 하나였던 새우장이나 전복장을 특화한 것처럼 미역국도 단순한 국에서 화려한 요리로 특화됐다”는 얘기다. 그는 또 “밀양·부산 지역의 돼지국밥처럼, 경상도의 가자미 미역국이나 제주도의 옥돔 미역국 등 지역색이 짙은 메뉴를 고급스럽게 포장해 전국구 메뉴로 제안하는 시도 역시 활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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