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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자존심 싸움…아직도 쓸 무기 많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전면전으로 번지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시계(視界) 제로’ 상황이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2일 미·중 무역협상 백서를 발표해 “필요할 때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배수진을 친 반면, 미국 역시 국방부가 1일(현지시간)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내 “다른 나라를 강압하기 위해 약탈적 경제”를 이용하는 나라로 중국을 비판했다. 미·중 어느 쪽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 형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두 정상의 속내와 전망을 짚어본다.
 
조지메이슨대 스튜어트 말라워(국제무역)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모자에서 꺼내들 것(카드)이 한없이 많다”고 설명한다. ‘국가 비상사태법’을 활용하면 “적어도 100개 이상의 대중국 특별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맛보기에 불과하고 중국 업체 여러 곳에 대해 동시에 경제 제재를 부과할 수도 있다. 온라인 매체 ‘복스’는 “무엇보다 현재 미 경제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이런 무역전쟁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특유의 캐릭터를 지목한다. “항상 자신을 모든 관심사의 중심에 놓고 자신이 천재라는 것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걸 즐기는 트럼프의 스타일로 볼 때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가장 트럼프스럽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이 전쟁은 오래 이어질 것”
 
시진핑. [AP]

시진핑. [AP]

시 주석도 물러설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시 주석은 중국에서 ‘무오류’의 인물로 받아들여진다. 시 주석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따라 배워야 할 것으로 선전된다. 시 주석의 말과 행동을 전문적으로 학습하는 모바일 앱 ‘학습강국(學習强國)’이 올해 등장해 중국 전역에선 ‘시진핑 배우기’가 진행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시 주석의 권위에 흠집을 낼 수 있는 양보는 용납될 수 없다. “나라를 팔아먹었다” “국권 상실에 준하는 치욕적인 합의”란 비난이 터져 나올 경우 중국 공산당의 집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게 홍콩의 정치평론가 쑨자예(孫嘉業)의 분석이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향후 ‘시나리오’를 대략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는 중국이 양보하지 않고 장기전에 들어갈 경우 “나의 관세 폭탄 결단으로 미 경제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전략이다. 중국산 수입품 가격 상승 정도는 ‘소화’ 가능할 것으로 보는 만큼 내년 11월 대선에서 써먹을 좋은 ‘정치적 슬로건’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둘째는 특정 시점에 중국이 상당한 양보를 할 경우. 트럼프는 “그 봐라.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 승리를 내가 해냈다”며 대선전에 돌입한다. 마지막은 중국이 이렇다 할 양보는 하지 않고 미·중 무역분쟁이 미 경제에 타격을 주기 시작하는 경우다. 이 경우 트럼프는 소폭의 양보를 한다. 주식시장은 상승한다. 그러곤 “나로 인해 주가가 전례 없이 고공행진 중”이라고 선전한다. 트럼프에겐 전략 따위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는 그저 ‘난 중국에 교훈을 주겠어’라는 생각뿐”이라고 지적했다.
 
시진핑의 기본적 전략으론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교수가 밝힌 석 장의 킹카드(王牌)가 주목을 받는다. 첫 단계는 중국 희토류의 무기화. 다음 단계에선 중국이 보유한 2조 달러어치의 미국 국채 매각이다. 마지막은 애플·제너럴모터스(GM) 등 중국 시장에서 큰돈을 벌고 있는 미 기업의 퇴출. 다만 효과는 미지수다. 희토류 카드는 오히려 향후 미국의 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 국채 매각도 중국의 보유자산 가격의 하락을 수반한다. 미국 기업 퇴출 카드는 미국의 더 센 보복을 불러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중국 여론은 “일단은 싸우고 보자”에 가 있다. “미국에 밀려 타협하기보다는 한번 싸우고 난 뒤 그때 타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는 중국인이 많다”고 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말한다. 손해를 볼 때 보더라도 싸울 때 싸우겠다는 것이다. 시 주석으로선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인정만 받으면 이를 승리로 포장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 다음은 기술 전쟁”
 
가디언지는 “대중 무역 관세로 2020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0.5% 떨어지고 그것은 30만 명 정도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의 내년 재선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이 싸움에서 큰 레버리지를 가지려면 유럽연합(EU)·일본·캐나다 등 중국에 우려를 갖는 동맹국들과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하는데, 오히려 동맹국들과도 관세 문제가 얽혀 있어 ‘확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이 전쟁은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양국 모두 ‘부상자’는 거의 없고 아직 쓸 수 있는 무기는 많다는 것이다. 투자회사 UBS의 탄민란 아태투자실장은 “미·중 간 타협은 2020년 대선 직전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탄 실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직전에 트럼프는 자신을 부각할 기회를 찾을 것이고, 중국은 그때를 노려 불확실성을 제거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라반 비즈니스 자문사의 알라스타 뉴턴 대표는 “설사 무역 협상이 타결된다 해도 미·중 간 기술 전쟁이 남아 있어 (미·중 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워싱턴=유상철·김현기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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