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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뒤 한반도, 수량·수질 모두 악화된 물 부족 국가”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3일 강릉시 남대천이 가뭄으로 곳곳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기상청은 강원의 5월 강수량이 1973년 이후 가장 적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3일 강릉시 남대천이 가뭄으로 곳곳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기상청은 강원의 5월 강수량이 1973년 이후 가장 적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비가 내리지 않는 것도 아닌데, 물이 부족합니다. 서울은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최근 대구와 태백 등지엔 급수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습니다. 먹을 물이 부족한데, 농사지을 물은 말해 뭣하겠습니까. 모내기를 해야 할 논은 거북등처럼 갈라졌습니다. 팔당·소양강댐 수위는 댐 가까운 곳 일부를 제외하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늦여름만 해도 장마와 태풍으로 논이 물에 잠기고, 서울 한강시민공원이 흙탕물투성이가 됐는데, 변덕스러운 하늘이 참 원망스럽습니다. 비가 한 번 올 때는 폭우처럼 쏟아지지만, 비가 오지 않는 날은 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습니다.’
 
국회미래연구원과 중앙일보의 공동기획 ‘2050년에서 온 경고’의 식량·수자원 부문 예측 중 30년 뒤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다. 사실 ‘물 부족 국가 대한민국’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현재와 2050년이 다른 점이라면, 가뭄과 폭우가 반복되는 현재의 현상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총 강수량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강수량의 계절적 편차, 증발량 증가 등으로 인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담수량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역 간 격차가 심화하면서 담수량 부족을 겪는 지방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원인은 한반도에 유독 심한 지구 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후변화다. 지난해 기상청이 내놓은 보고서 ‘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 강수량은 10년마다 16.3㎜ 증가하고 있다. 1973년 1014.7㎜에 불과하던 연 강수량은 1980년 1436.1㎜를 거쳐 1998년 1738.9㎜까지 치솟았다. 이후에도 강수량은 들쑥날쑥하면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심각한 것은 강수량의 편차다. 지난 30년(1981~2010년)간의 평균강수량(1307.7㎜)을 기준으로 보면 강수량의 변동 폭 또한 기복이 있긴 하지만,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의 경우 평년보다 315㎜가량 많은 강수량을 보였고, 2015년의 경우 반대로 평년보다 강수량이 358㎜ 적었다. 연 강수량은 6~9월 홍수기에 편중되고, 지역별 강수량 편차도 심했다. 지역별 과거 30년(1986~2016년) 연평균 강수량은 제주도와 울릉도가 1729㎜로 가장 많았고, 금강 지역은 1240㎜로 가장 작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위험도 늘고 있다. 2015년의 경우 서울과 경기·강원·충북은 역대 최저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1990년대 이후 가뭄 때 3회 이상의 물 부족을 경험한 상습 가뭄 피해 지역은 49개 시·군에 달했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강수량 변동 폭 증가 등으로 물 부족은 물론 수질관리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돌발변수로 고려하고 있는 점이긴 하나 이런 상황에서 가뭄 대응력을 벗어나는 밀레니엄 가뭄, 즉 3년 이상의 극심한 가뭄이 발생한다면 댐·저수지 등 우리나라 수자원 기반이 영구적으로 손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 위원은 또 “결국 식량의 대외 의존도가 급격하게 증가해 식량 안보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한반도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대기근이 있었다. 대표적 경우가 17세기 ‘경신대기근’(庚辛大飢饉)이었다. 조선 현종 당시인 1670년과 1671년에 있었던 이 대기근은 당시 조선 8도 전체에 흉작을 낳았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조선 인구 약 1300만 명 중 9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회미래연구원은 ‘댐-저수지-취수장-정수장-배수지-급수’로 이어지는 현재의 광역 수자원 관리체계는 홍수나 가뭄이 발생할 때 적시 대응력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정책 대안으로는 폭우 때 내리는 비를 제대로 담아둘 ‘물그릇’ 확보를 위한 ‘다중(多重) 수원’ 개발 및 활용, 분산형 용수공급 시스템 구축, 자립형 용수공급 체계 구축 등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했다.
 
조만석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중수원의 구체적 예는 부산 기장에 건설한 것과 같은 해수 담수화 시설, 지역 특성에 맞는 지하수 개발과 같은 것”이라며 “이를 통해 물 소비지와 정수지 간 거리 축소, 기존 수자원시설의 개선을 통한 장수명화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미래연구원은 이 같은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물 부족 현상에도 불구하고, 30년 뒤 한국 사회에서 식량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농업 인구와 경작면적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주식인 쌀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고 기술 발전과 대규모 영농, 해외 공급망 다변화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 연구원은 “현재 국내에서는 기업의 농업 생산 참여에 대한 반대가 심하고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긴 하지만, 은퇴 농가로부터 농지를 수용할 수 있는 농지은행제도를 활성화해 규모 있는 영농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것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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