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서비스맨
커피 주문 받아 만들기 척척
호텔 객실로 직접 비품 배달
푸드코트·레스토랑에서 서빙

바리스타 로봇 ‘비트’가 완성한 커피를 건네고 있다.
서울 신천동의 롯데월드몰 3층, 비트 바이 달콤커피 부스에도 비트가 서 있다. 주중엔 하루 평균 100명, 주말엔 하루 평균 200명이 비트에게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간다. 아메리카노는 한 잔에 2000원. 직원(사람)이 만든 아메리카노가 4100원이니 반값에도 못 미친다. 최효진 달콤커피 홍보팀장은 “비트도 카페에서 쓰는 고급 원두를 똑같이 사용한다”며 “입지 조건에 따라 수백원 차이가 날 뿐 저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의 손도 빨라졌다. 달콤커피가 KT와 합작해 비트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지난 3월 출시한 ‘비트 2E’는 음료 47종을 1분에 두 잔씩 만들어낸다.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덕이다. 음성·동작 인식 등 인공지능(AI)을 갖춰 손님에게 인사도 건넨다.
음성·동작 인식해 손님에게 인사도

바리스타 로봇 ‘빌리’가 에스프레소 샷을 추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로봇이 만든 커피가 맛있을까. 기자는 지난달 28일 바리스타 A씨에게 비트와 사람이 K3 원두로 각각 만든 아메리카노·카페라테·그린티라테의 비교 시음을 요청했다. 그는 바리스타를 가르치는 자격증까지 보유한 실력가다. 그는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는 어느 것이 로봇이 만든 건지 알아내기 힘들 정도로 맛·향이 거의 같다”며 “비트가 만든 아메리카노가 신맛과 고소한 맛이 더 깊다”고 평가했다. 그린티라테는 사람이 만들면 그린티 파우더를 넣지만 비트는 소스(시럽)를 사용한다. 파우더가 녹아 들도록 섞는 로봇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서다.

올 하반기 국내 호텔에 도입될 ‘AI 호텔 로봇’ 이 호텔 복도를 지나 객실에 비품을 가져다주고 있다.
배달의민족(배달 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실내 푸드코트 서빙 로봇 ‘딜리’와 레스토랑 서빙 로봇 ‘딜리 플레이트’를 시범 운영했다. 축산 유통기업 육그램과 전통주 기업 월향이 이달 강남N타워에 문 열 레귤러식스 레스토랑에선 블록체인·로봇·AI 기술을 탑재한 로봇이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고 자율주행 로봇이 메뉴를 서빙할 예정이다.
품질 균일하고 인건비·임대료 등 절감
이처럼 로봇이 서비스 산업에서 ‘열일’을 하면서 소비자는 어느 매장에서든 품질이 균일한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개개인의 특정 수요에는 못 미치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병주(한양대 전자공학부 교수) 한국로봇학회장은 “로봇은 현재 주어진 단순 업무에 한해 일하고 있지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딥러닝·강화학습 기술이 접목되면 소비자별 취향을 먼저 파악해 권할 정도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봇이 “지난번엔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했는데 이번에도 추가할까요?”라고 묻는 식이다.
업체 입장에선 로봇이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다수가 하던 기존 업무를 24시간 대체할 수 있어 인건비·임대료 부담을 줄이고 매출도 올리는 효자다. 하지만 사람의 일자리를 뺏긴다는 불안한 시각도 있다. 이 학회장은 “그간 물류(미국 아마존), 택배(중국 알리바바·징둥닷컴), 수술·공장 등에서 무인화에 성공한 로봇이 서비스 공간으로 영역을 넓히는 건 세계적 추세”라며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각 업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