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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정년 연장 중? 日·獨은 순항, 佛·러는 갈등 심화

정부가 정년 연장에 사회적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빠른 고령화 속도와 낮은 노동시장 유연성 등을 감안할 때 ‘딱 떨어지는’ 선례는 없지만, 주요 선진국의 사례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참고할만하다.
 
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노동연구원 등에 따르면 일본은 2013년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해 근로자가 희망할 경우 65세까지 고용하도록 기업들에 의무를 지웠다. 이 법에 따르면 모든 기업은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계속 고용제 도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근로자가 마음먹기에 따라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31인 이상 기업 15만6989곳 가운데 이 같은 고용 확보를 위한 조치를 한 기업은 15만6607곳(99.8%ㆍ2018년 기준)에 달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70세 정년’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일본의 경우 ▶은퇴 시점을 늦추고 싶은 ‘개인’ ▶만성적인 구인난(求人難)에 시달리는 ‘기업’ ▶국내총생산(GDP)의 200%가 넘는 국가부채 부담으로 재정 여력이 제한적인 ‘정부’ 등 3주체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큰 사회적 갈등이 없었다.
 
독일도 현재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연금 등 국가 재정 부담을 완화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부족해진 숙련공의 기술 노하우를 더 활용하자는 취지도 반영됐다.
 
미국과 영국은 아예 정년이 없다. 1986년 정년제를 없앤 미국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직시키는 것은 또 하나의 차별’이라는 여론을 반영했다. 영국도 2011년 같은 이유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년을 폐지했다.  
 
다만 이들 영미권 국가는 고용상황이 한국이나 일본과는 상이하다. 미국은 기업이 근로자에게 사전통지 없이 고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임의고용 원칙이 통용되는 국가다. 영국 역시 1980년대 성과주의 임금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임금 유연성 덕에 고령자 고용이 기업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정년 연장이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정년 연장과 맞물려 국민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는 것을 추진하는 경우가 그렇다. 프랑스는 2010년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늦추고 퇴직ㆍ연금 수령 시기를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 국민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결국 이를 원점으로 돌렸다. 
 
러시아도 지난해 은퇴와 연금수급 연령을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늦추는 안을 추진했다가 전국적인 시위와 지지율 하락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결국 푸틴 대통령은 보완책을 마련하고 내용을 수정했다.
 
한국의 독특한 노동시장 및 인구구조를 감안할 때 이들 국가의 사례를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유례없는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로 국민연금 조기 고갈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년이 연장돼 돈 버는 기간이 늘었으니 연금 받는 시기를 늦추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또 사상 최고 수준의 청년실업률을 기록할 정도로 취업하기가 ‘바늘구멍’인 상황에서 정년 연장이 신규 채용 여력을 없애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  
 
특히 노동시장이 경직된 한국의 특성상 기업에 인건비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현재 한국의 임금구조는 ‘젊어서는 일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받고, 나이가 들면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형태로 설계돼 있다. 이런 연공서열 체계에선 기업이 정년 연장을 꺼릴 수밖에 없다. 설사 정년을 연장하더라도 기업은 청년층 채용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정년 연장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한국은 2013년 60세 정년연장을 추진할 때 갈등이 격화했다. 정부는 2013년 정년을 만 60세로 정하고 이를 2017년까지 전 사업장에 순차 적용했다. 그러나 정년이 늘어나자 상당수 기업이 그 반대급부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이에 노조가 크게 반발하면서 노사 관계가 악화했다.
 
이에 정부는 정년 연장의 시장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고용 형태를 유연화하고, 연공서열에서 벗어나 능력과 생산성을 기준으로 임금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년 연장이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줄 뿐만 아니라,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재정도 아낄 수 있다”며 “다만 정년을 몇 세까지 연장한다고 못 박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것보다는 일단 만 60세를 초과한 근로자를 그대로 고용하는 민간기업과 공공부문에 장려금이나 세제 혜택 등을 주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내야 할 시점이라 정부에서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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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