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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세이브 4위, SK 하재훈 "30세 은퇴할 줄 알았는데..."

"원래 서른 살에 은퇴하려고 했어요. 지금 서른인데요. 이제는 마흔 세살까지는 야구하고 싶어요."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마무리 투수 하재훈. 인천=최정동 기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마무리 투수 하재훈. 인천=최정동 기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새로운 '수호신' 하재훈은 1990년생으로 우리 나이 서른이다. 그런데 올해 KBO리그에 데뷔했다. 지난 2009년 마산용마고를 졸업하고 바로 미국으로 떠난 후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한국을 떠나있었다. 그는 7년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빅리그 무대는 밟지 못했다. 지난 2016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프로야구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에 입단했지만 거기서도 정착하지 못했다. 결국 돌고 돌아 올해 한국에 들어왔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달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하재훈은 "한국이 외국같다. 마치 용병(외국인 선수)이 된 기분"이라면서 "이 시기에 한국에 있는 것이 10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의 봄이 새롭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하재훈에게 올해는 야구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해외 생활을 정리하면서 20여 년 동안 잡았던 방망이 대신 투수 글러브를 끼어야 했다. 2014년 투수 훈련을 한 적은 있지만 정식 투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 8월 해외파 트라이아웃에서 투수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SK는 '투수 하재훈'을 지명했다. 하재훈은 "투수도 좋지만 타자를 더 하고 싶었다. 야구 경력 내내 타자를 했는데 방망이를 놓기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역투하는 하재훈. [중앙포토]

역투하는 하재훈. [중앙포토]

아직 올 시즌의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하재훈의 투수 전향은 성공적이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볼에 느린 커브를 섞어 던지면서 상대 타자들을 단단히 막고 있다. 어느새 마무리 투수 보직까지 꿰찼다. 하재훈은 3일 현재 4승(1패), 13세이브,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하고 있다. 세이브 순위는 4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1위 조상우(키움 히어로즈·17세이브)와는 4세이브 차다. 염경엽 SK 감독은 "원래 후반기에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올라올 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하재훈은 "투수 전향이 결과적으로는 잘됐다"면서 "타자는 본인이 못 쳐도 이어 나오는 타자가 안타를 날릴 수 있다. 그런데 투수는 마운드에 올라가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그런 부분이 나에겐 오히려 재미가 있다"며 웃었다. 마운드에선 입을 굳게 다물고 무표정한 하재훈이 인터뷰를 할 때는 활짝 웃었다. 그는 "원래 잘 웃는 편이다. 그런데 마운드에선 기싸움을 해야하니까 안 웃는다"고 했다. 투수 1년 차지만 멘털은 투수 10년 차 같았다.
 
하재훈의 올해 목표는 한 시즌은 부상없이 뛰어보는 것이다. 그는 해외 생활을 하면서 매년 아팠다. 발목, 무릎, 등, 손목, 머리 등 골고루 아프면서 단 한 번도 한 시즌을 제대로 출장한 적이 없다. 그리고 몇 년 안에는 세이브왕이 되고 싶다. 그는 "선발 투수를 할 수도 없고 계속 마무리 투수를 해야 한다. 그럴 거라면 올해든 내년이든 언젠가는 꼭 세이브 1위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세이브를 올리고 포수 이재원과 악수하는 하재훈. [중앙포토]

세이브를 올리고 포수 이재원과 악수하는 하재훈. [중앙포토]

그리고 장기적인 목표는 KBO리그에서 'FA(자유계약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9시즌을 꾸준히 출전해야 한다. 큰 부상을 입어서도 안 되고 기량이 하락해서도 안 된다. 그렇게 9시즌을 잘 쌓으면 그는 우리 나이로 39세가 된다. 하재훈은 "FA가 돼 4년 계약을 맺으면 43세까지 야구를 해야 한다. 그것도 잘해야 한다. 참 까마득하다"면서 "원래 30세에 은퇴할 줄 알았다. 그 나이가 넘으면 체력이 떨어져 야구선수를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내 나이가 30세다. 막상 이 나이가 되어 보니 투수로 전향도 하고 할 만하다. 43세까지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문득 고교 졸업 후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하재훈의 야구 인생이 더 낫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하재훈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미국에 간 걸 후회하지 않는다. 그때 미국에 가서 여러가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만약 한국에 있었다면 이제 미국에 가려고 했을 것이다. 나는 오히려 그 반대이니 재미있다. 하하"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마무리 투수 하재훈. 인천=최정동 기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마무리 투수 하재훈. 인천=최정동 기자

말도 안 통하고 홀로 외로웠던 해외 생활 때문인지 그는 20대 초반인 6년 전에 결혼했다. 큰 아들이 만 5세, 작은 아들인 만 2세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그는 SK에서 오래 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럴수록 하재훈은 이렇게 되뇌인다고 한다. "조급하지 말자." 10년간 해외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 '급하게 생각하면 몸이 탈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잘해야겠다' '이번에는 될 거야' 등의 생각을 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부상이 오더라. 원래 성격이 급한 편이라서 오버 페이스(over pace)를 많이 했다. 그렇게 10년을 보내고 나니 이제 내 마음을 절제하는 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요즘 상승세도 그에게는 걱정거리였다. 하재훈은 "생각보다 잘 흘러가고 있어서 탈이다. 오버 페이스를 하지 않기 위해 절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전수전을 겪어서 그런지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예사롭지 않았다. 하재훈에게 새로운 별명을 달아줘야할 것 같다. '그라운드의 도인(道人)'이라고.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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