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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토리] SPA에 지친 패션 업계…지속 가능한 패션 고민 중


패션 업계가 '지속 가능한 패션'을 고민하고 있다. 품질은 낮고 가격은 싼 패스트 패션이 넘치면서 지구촌 전역이 헌 옷 쓰레기로 뒤덮이자 진지한 변화를 택한 것이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재를 이용해 제품을 출시하고 의미 있는 협업을 이어 간다. 심지어 동물도 생각한다. 프라다·구찌·샤넬 등 세계적 명품 브랜드는 동물 가죽을 벗긴 모피 의류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앞다퉈 선언하고 있다. 업계는 "SPA(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 회사가 맡아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 브랜드가 여전히 각광받는 가운데 최근 윤리적 소비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명품을 비롯한 의류 업계가 의식 있는 제품 생산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못 쓰는 제품을 예술로 재탄생시키는 글로벌 명품
 
최근 '에코패션(Eco-fashion·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패션)'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의식 있는 의류 및 소비를 뜻하는 조어)' '업사이클링  패션(Upcycling Fashion·재활용품을 사용한 패션)'이란 단어가 패션계 화두로 떠올랐다.

독일 브랜드 MCM도 이 대열에 함께한다. 쓰고 남은 자투리 가죽 등 불용 자재를 활용한 제품을 아티스트와 협업으로 멋스럽게 재탄생시킨 것이다.
 
MCM이 불용 자재를 활용해 선보인 마카쥬 쇼퍼백. MCM 제공

MCM이 불용 자재를 활용해 선보인 마카쥬 쇼퍼백. MCM 제공


MCM은 지난 17일 한국패션일러스트레이션협회와 두 번째 아트 컬래버레이션 전시회인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X 플러스 MCM 전시회'를 개최했다. MCM은 이 전시회에서 불용 자재로 만든 쇼퍼 백에 마카주(표시 작업) 페인팅으로 패션 일러스트를 그려 넣었다. 사실상 버릴 제품을 협업을 통해 예술 상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MCM은 그동안 컨셔스 패션에 다가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코카콜라 병에서 추출한 소재를 활용해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으며, 크리스토퍼 래번 디자이너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친환경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해는 이화여대 패션디자인 전공 박선희 교수와 협업으로 '지속 가능한 패션'의 실천에 앞장섰다. 패턴 제작 과정에서 버리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제로 웨이스트(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것)' 방법으로 디자인했다. 반전 효과와 역동적 스타일의 의상을 선보였다. 이 캠페인으로 MCM은 재고 원단과 부자재로 다양한 소재 표현 기법을 접목시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줬다.

MCM 관계자는 "이전부터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해 제품·생산·캠페인적 측면에서 환경 부문에 많은 무게를 두고 실천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깨어 있는 의식의 에코 컨슈머들을 만족시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MCM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찢어지거나 망가진 제품을 가져오면 무상으로 고쳐 주는 브랜드도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낡고 해어진 아웃도어 의류를 무상으로 수선해 주는 '원 웨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옷에 대한 추억을 담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파타고니아의 원 웨어 프로그램은 일부 국가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운영된다.
 
 
친환경 인증·착한 소비 돕기도
 
친환경 인증을 거친 제품들을 전면에 내놓는 패션 브랜드도 느는 추세다. 최근 국내에서 패딩의 인기와 함께 '윤리적 다운 인증(Responsible Down Standard·RDS)'을 받은 다운 제품이 각광받는다. RDS는 노스페이스가 2014년 미국 비영리단체인 텍스타일 익스체인지와 친환경 인증 업체인 컨트롤유니온 등과 함께 만든 제도다.

다운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에 걸쳐 거위나 오리를 학대하지 않고 동물 복지를 고려한 '착한 다운 제품'에만 인증을 부여한다. 가령 살아 있는 상태에서 깃털(우모)을 채취하거나 강제 급식 등 동물 학대와 관련된 행위를 하지 않은 원재료만 가공한다는 것을 인증한 것이다.

노스페이스는 오리털과 유사한 구조의 티볼(T-Ball) 인공 충전재로 만든 패딩 재킷을 출시해 친환경 패션을 이끌고 있다. 또 드라이벤트 방수 겉감과 RDS를 받은 최상급 거위털을 적용해 무게가 1kg이 채 안 되는 ‘슈퍼 에어다운’을 출시해 롱 패딩 열풍에 앞장선 바 있다.

또 착한 소비 아웃렛인 '노스페이스 에디션'을 이용할 경우 수익금 일부는 월드비전과 함께 국내 위기 아동 후원과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자립 마을을 위한 식수 개선 사업 지원에 사용한다.

 
컬렉션의 70% 제품군을 지속 가능 소재 및 공정을 택하는 패션 브랜드 나우의 환경 프로젝트 그린 이즈 더 뉴 블랙. 나우 제공

컬렉션의 70% 제품군을 지속 가능 소재 및 공정을 택하는 패션 브랜드 나우의 환경 프로젝트 그린 이즈 더 뉴 블랙. 나우 제공


미국 포틀랜드 브랜드 '나우'도 지속 가능한 소재로 만든 제품을 내놓는 데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꼽힌다.

나우는 컬렉션의 70%의 제품군을 지속 가능 소재 및 공정을 사용한 제품으로 선보인다.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고 기존의 편견과 차별에 구애받지 않은 지속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한다.

최근 출시한 '보타닉 다잉 티셔츠'는 이런 나우의 정신을 잘 보여 주는 라인이다. 단순 지속 가능 소재를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염색 과정까지 자연을 배려한 착한 염색 방식을 쓴다. 수중 생태계 악화를 늦출 수 있도록 염색의 모든 과정에서 자연에서 얻은 식물 성분과 염료를 고른다.

색상 또한 천연 염색 특유의 은은함과 자연스러움이 느껴지는 다양한 컬러로 준비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커피와 회화 꽃, 로그우드와 도토리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해 베이지, 옐로·그린·그레이 등 7가지 컬러로 선보여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나우 관계자는 "산업으로 인한 물의 오염 중 20%가 패션 업계의 섬유 염색에서 비롯되고, 이때 주로 쓰이는 화학적 염료가 하천과 해양 바닥에 퇴적돼 수중 생태계를 악화시킨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앞으로도 천연 염색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소재와 제작 방식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신소재 개발 '활발'
 
지속 가능한 신소재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식물 등 천연 소재를 활용해 만든 H&M의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 H&M 제공

식물 등 천연 소재를 활용해 만든 H&M의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 H&M 제공


H&M은 2019년 지속 가능한 패션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을 선보였다. 지속 가능한 신소재로는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 섬유로 만든 천연 가죽 대체재인 '피냐텍스' 녹조류로 만든 부드러운 발포 고무인 '블룸 폼' 오렌지 주스 생산 시 나오는 부산물로 제작돼 지속 가능한 실크 소재와 같은 느낌을 주는 '오렌지 섬유' 등이 있다.

소재가 남다른 만큼 디자인도 탁월하다.

H&M은 사막 풍경이 프린트된 튜닉 드레스와 로맥틱한 오프 숄더 코르셋 스타일 탑 등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간판 SPA 브랜드인 H&M에 이번 컬렉션은 의미가 있다. 앤 소피 요한슨 H&M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는 "특히 식물 기반의 새로운 지속 가능 소재를 선보였다. 이 소재로 만든 의상들은 기능이 뛰어나고 아름답고 '패셔너블'하다. 화려하지만 동시에 입기 쉬운 의상들"이라고 말했다.

미국 패션 업체 폴로 랄프로렌은 100% 재활용 플라스틱 병을 사용한 친환경 제품 '어스(earth) 폴로' 셔츠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재활용된 플라스틱 병에서 추출한 화학섬유를 쓰고, 물은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염색했다. 어스 폴로 셔츠는 대만에서 수집된 플라스틱 병을 실과 천으로 만드는 기술을 가진 회사인 퍼스트 마일과 협력해 생산한다. 셔츠당 12개의 재활용 플라스틱 병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발 더 나아가 폴로는 어스 폴로를 출시하면서 2025년까지 쓰레기 매립지와 해양에서 최소 1억7000만 병을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2025년까지 100% 환경 파괴 없는 면의 사용과 100% 재활용 또는 지속 가능한 소재로 만든 포장재를 사용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모피 사용을 금지한 명품들
 
모피를 이용한 의류 제작을 거부한 명품도 속속 나온다. 이른바 '퍼 프리(Fur-free)'다.

동물 모피로 옷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프라다. 프라다 제공

동물 모피로 옷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프라다. 프라다 제공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는 2020년 2월부터 모피를 이용한 제품 생산과 디자인을 중단한다고 최근 밝혔다. 프라다의 이번 결정은 '미우미우' '처치스' '카슈' 등 모든 브랜드 라인에 적용될 예정이다.

미우치아 프라다 프라다 수석 디자이너는 "프라다의 탈모피 정책은 프라다가 전념하는 사회적 책임과 혁신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샤넬은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열린 2019년 프리-폴 패션쇼에 앞서 향후 브랜드의 모든 디자인에서 악어·도마뱀·가오리·뱀 털 등을 포함한 이국적인 모피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브랜드는 농·식품 산업이 만든 소재 개발로 무게 중심을 옮길 계획이다. 버버리는 2019 가을·겨울 컬렉션부터 동물 모피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현시대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밀레니얼과 Z세대는 제품의 소유보다 경험, 브랜드보다 개성과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실제 브랜드 제품 구매 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Z세대 중 54%는 윤리적 이유로 브랜드 제품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고 답했다. 또 브랜드의 사회 환원 가치와 구매의 연관성과 관련된 질문에서는 응답자 중 71%가 관련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진정성 있는 행동과 실천으로 황폐해지는 지구를 살리는 동시에 환경 운동·동물 보호 운동이 얼마나 쿨하고 멋질 수 있는가를 보여 주는 것이 패션 업계의 중요한 화두가 됐다"며 "지속 가능한 패션은 모든 업계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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